기형도의 시와 한강의 소설을 읽은 건 거의 비슷한 시기였다. 입시생 시절, 교과서에 나온 기형도의 '길 위에 서서'라는 시를 읽고 굉장히 감명받으며, 매마른 식물같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무사히 입시 전쟁을 끝내고 가장 먼저 읽은 소설이 한강의 '채식주의자'였다. 여기서도 나는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비슷하지 동일하진 않았다. 두 작품 다 굉장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