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그렇게 잠에 들기를.

善惡果 by ᄀᄋ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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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을 듯이 차가운 겨울. 산과 들은 눈으로 뒤덮이고 바람은 나뭇가지를 잡아 흔든다. 난로가에 둘러앉아 즐거운 한 때를 보낸다.

사계 - 겨울 1악장의 소네트

겨울은 별이 가장 밝게 보이는 계절이다. 결코 공기가 맑아서란 이유는 아니며, 은하의 중심부가 낮 하늘 쪽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런 별은 오만스럽게도 세상의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사람들의 머리 맡에 위치하니, 고개를 꼿꼿히 들곤 바라보아야 눈을 맞출 수 있었다. 이런 겨울도 우스울 만큼 쉬이 지나지 않았나. 평소와 같았을 뿐이다. 유령도시를 돌고 돌고, 또 도는. 유령도시에 어울리는 개체. 마치 유령같이. 물론 혼자는 아니였다. 지독할 만큼 어떻게든 집어 삼키려 저를 따라와주는 이들이 있었으니까. 다른 점이 있다면 또 다시는 그것들의 장소엔 발을 들이지 않았다. 불과 며칠전에는 실제로 붙잡힐 뻔하기는 했다. 영원했던 술래잡기가 끝날뻔 했다. 그래, 불과 며칠전만 해도 —-.

붉은 색의 숫자가 붉은 눈동자에 담겨 한차례 더욱 붉어졌다. 저 숫자가 우습게도 가장 잘 보이는 곳이였다. 그는 이런 명당을 어떻게 찾은거지. 저 밑에 본인과 비슷하지만 다르게, 떠돌아 다니는 이들을 바라보며, 감상이나 늘여놓고 있었을 뿐이다. 그들은 고개를 꼿꼿히 들고 바라보아야 자신과 눈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별이다. 별은 이런 시야를 담고 있었던 것이다. 하하, 그렇다고 별은 이렇게 얼어붙은 눈물을 흘리긴 했을까. 이제서야 약한 마음 가져보았자 무엇하나. 그래, 이건 용기있는 행동이였다. 그 또한 용기있는 행위를 벌이는 것이였다. 단 한명의 장애물을 제외한다면. 이런 순간까지도 그의 심정은 이해할 수 없으리. 당연하다. 위선에 가득찬 이보단, 숭고하고도 무고한 죽음이였다.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타인의 선택이니, 그에게 울지 말라곤 하지 않았다. 모든 눈물이 나쁜 건 아니니까. 그럼에도 그는 울지 않았다. 그는 너무 오랫동안 강했으니, 기꺼이 박수를 쳐주리.

“ ······972···. 였나. ”

너무 많은 이야기가 소모되었다. 지나치게 지체되었다. 아무렴. 원래부터 정해져있던 결말이였다. 자신 또한 붉은빛을 등진 몸은 이 주변 무엇보다 어둡고, 차가워 보이겠지. 구원을 바랬겠지, 마찬가지이다. 그것이 상대에게 구원이느니 뭐니, 감히 예상할 수는 없지만. 영원의 안식을 원하는 것은 마찬가지. 난간을 딛으니 별과 한차례 더욱 가까워졌다. 손에 닿을 듯 싶었지만 닿지 않았다. 곧장 기다렸다는 듯이 불안전한 숫자가 안정적인 숫자로 바뀌었다. 세상은 한차례 더 붉어졌다. 눈이 멀 정도로.

_ 1000.

“ 널 저주해 듀크 키나티오. ”

희미한 목소리로, 비명대신 내뱉은 마지막 말이였다.

나는 그 순간에 웃었나. 울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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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그 다음은 여름, 다음은 겨울. 그리고 다시 겨울이다.

병실은 고요했다. 지나치게 고요하다 못해, 푸른 물결이 범람하여 자신을 휩쓸고 지나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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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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