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름 없음
라더는 축축하고 음울한 제 터에서 눈을 떴다. 피와 상처와 고름이 들끓는 제 오랜 터는, 라더가 마침내 버리고 떠난 곳이었다. 흐린 하늘은 햇빛 한 점 머금지 못한 체, 슬픔을 게워내듯 애꿎은 빗방울만 뱉어댔다. 라더는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것만은 자신이 무엇인지 조차 알지못하는 라더도 유일하게 확답을 내릴 수 있는 사실이었다
이빨이 간지럽다. 새빨간 침대 위에 누워있던 라더는 괜스레 제 입가를 소매로 거칠게 문질렀다. 살갗이 쓸릴만큼, 간지러움에 손톱을 세워 긁어본들 이 갈증은 해소 되지 않는다. 이빨 아래에 무언가가 뿌리를 내리고 싹트는 듯한 느낌. 벅벅, 제 입가를 마구잡이로 긁던 그는 기어이 피를 본다. 손톱끝에 핏물이 끼였다. 그건, 탁하다. 좋지않은 냄새가 난다. 라
그는 제 죽음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그건 자신의 아내와 하나뿐인 외동딸이 제 눈앞에서 좀비로 변해버렸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홀로 살아남은 자신이 좀비 사태에 대한 기사를 눈물로 작성할 때 역시 그랬다. 그건, 그가 살기 위해 좀비를 무딘 칼로 썰고, 발밑에 흐르던 살점과 피웅덩이를 밟고 망설임 없이 나아가던 때도 그러했다. 그는 본디 본질이 생에 가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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