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
오늘자 영상 2/9 이웃집 좀비 영상 스포 O
이빨이 간지럽다. 새빨간 침대 위에 누워있던 라더는 괜스레 제 입가를 소매로 거칠게 문질렀다. 살갗이 쓸릴만큼, 간지러움에 손톱을 세워 긁어본들 이 갈증은 해소 되지 않는다. 이빨 아래에 무언가가 뿌리를 내리고 싹트는 듯한 느낌. 벅벅, 제 입가를 마구잡이로 긁던 그는 기어이 피를 본다. 손톱끝에 핏물이 끼였다. 그건, 탁하다. 좋지않은 냄새가 난다. 라더는 반사적으로 얼굴 구기며, 침대 위에서 튕겨지듯 일어났다. 이 허전함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이빨이 모조리 빠지고 나면 괜찮을까? 무언가가, 입속에 있어야 할 무언가가 없는 느낌이다. 입안에 가득 넣어두어야 했을 무언가가…. 라더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잡생각을 떨쳐내기위해 노력했다. 이빨 아래에 단단히 뿌리틀고있는것. 그는 그것의 이름을 안다. 그건 충동이다. 인간을 인간이 아니게 만드는 것, 그를 보다 더 좀비로 가까워지게 만드는 것. 그것은 서라더의 이빨 아래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으며 자라나고 있다.
어쩌면, 그 사람이 말했던대로 이빨을 모조리 빼버릴 걸 그랬어. 좀 아팠겠지만, 그게 더 나을지도. 그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마루 바닥 위를 걸었다. 관리되지 않은 바닥은 거칠거칠하고 먼지가 쌓여있다. 걸음 한번 한번에 질척한 무언가가 그의 뒤를 뒤따른다. 새까맣고, 진득하고, 더러운, 제 그림자를 좇고 발자취를 따라 오는. 그는 괜히 제 입속에 손을 넣는다. 만져본 이빨들은 날카롭다. 물렁한 살같은건 한번에 찢어버릴 수 있을정도로. … 한번만, 딱 한번만 물어볼수있다면. 그렇다면 정말, 정말로 만족스럽게 물러날수 있을 텐데. 누군가를 물어뜯어 죽이고 싶단게 아니잖아? 그냥, 그냥, 그 가죽을, 살을 한번만 물어보고 싶을 뿐이다. 이상한게 아니야. 아닌가? 죽이고 싶은게 아니야. 먹고 싶은게 아니야. 그냥, 그냥… 물어보고 싶을 뿐이잖아? 이상하지 않아. 난,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게 아닌걸. 그냥, 한번만. 딱 한번만… 그러면, 이제 참을 수 있을지도? 그 사람은 이해할지도 몰라, 한번만 한번만. 딱 한번이면 되니까,….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은 날 도와줬잖아? 이 한번이면, 정말로 이번 한번이면….
…서라더, 정신차려라 제발. …너, 지금 뭐하고 있는거냐?
그는 방문앞에 멈춰 섰다. 이빨이 간지럽다. 그는 입을 손으로 막았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그는 지금 자신이 머물고 있던 폐건물의 문을 열고 나왔다. 뭘 할려했지? 경비실은 잠겨 있을테니, 잠들어 있는 다른 사람들의 방으로 가려했다. 왜? 이빨이 너무 간지러워서, 이것말고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어서. 잊었어? 그는 잊지 않았다. 잊기엔 그건 얼마지나지도 않은 일이었으니까. 공포에 질린 눈빛. 배신감? 그 회색눈에 비쳤던 감정들을 잊었어? 아니 그는 그 모든걸 잊지 않았다. 고뇌, 고민. 그가 잠에 들지 못한 이유가 뭐였지? 너는 진실로 그 고뇌를 잊었어?
늦은 밤은 가로등 하나 없이 어둡다. 이따금 불어오는 날선 바람에 몸을 잘게 떨고, 추위에 등을 동그랗게 말고 웅크릴 뿐이다. 이빨이 간지러워.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이빨을 뚫고 그 뿌리가 뻗어나가게 되면, 그 뿌리가 내 혈관을 타고 온몸에 퍼져나가게 되면, 그래서 그 뿌리가 내 피부거죽을 뚫고 튀어나와 나를 잡아먹게되면. 그렇게 되면 말이야, 난 아직도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까? 라더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니까.
그는 숲을 달렸다. 아니 달렸었나? 그렇게 빠르진 않았던 것 같다. 누군가가 지나가서, 소리가 들려서, 냄새가 맡아져서? 그는 달려들었다. 물었나? 아니 물지 못했어. 위협적으로 휘둘렀던 도끼도, 딱딱 물어뜯기위해 준비를 했던 이빨도, 무엇도 그 인간에게 하나도 닿지 못한체. 도망쳤어? 응 도망쳤어. 누가? 그사람이. 정말로? 모르겠어. 잡초가 무성히 자란 캠핑장 근처에 어딘가. 제가 달려들었던 그건 사람이었나? 아니면, 사람과 좀비를 구별못했을지도 몰라. 그럼, 난 도대체 무엇이지? 아니, 무엇인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나는 그들에게 위험이 될 수 있나? 라더는 그말에 여전히 답을 내릴 수 없다. 고민이란건 그런거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선택은 고민의 결과다. 그렇지만, 라더는 어쩐지 요즘은, 감히 살고싶어져서. 그래서 그는 그 답이 ‘아니’ 이길 바란다. 기억은 물에 젖은 잉크처럼 금방 번진다. 그리고, 물은 금방 잉크때문에 더러워지겠지. 이 기억들이 모여서 결국은 나를 똑같이 물들일거다. 아주 서서히 나를, 인간이 아닌 것으로 만들거야. 서라더, 정신차려. 넌 인간이야. 넌, 인간으로 살고 싶잖아 제발. 그렇지만….
그는, 경비실의 문앞에 멈춰 선다. 밤바람은 차갑다. 마구잡이로 뛰어다녀 쓸린 무릎가 입가가 따갑다. 살이 조금 까진것 같아서, 그는 무릎을 괜히 손으로 툭툭 털었다. 먼지가 바닥을 향해 맥없이 추락한다. 그는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방황은, 이제 끝이였다. 그는 경비실문을 두드렸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그는, 말을 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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