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애주
“너냐? 품 없이 선문을 넘은 도둑놈 새끼가.” 동혁의 어깨가 흠칫 튀었다. 걷다 갑자기 멈춘 탓에 발 옆으로 잔 모래가 튀는 게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누가 뱉었는지도 모를 도둑놈 새끼라는 말이 등을 아프게 찔러 들어왔다. 시비를 걸려는 의도가 다분한 목소리다. 별 반응 없이 도로 발걸음을 떼자, 목소리의 주인이 우악스럽게 왼어깨를 잡아 돌
새 도복으로 갈아입은 동혁과, 성화에 못 이겨 결국 먹물 튄 저고리를 벗어 내주고 새 옷을 꺼내 입은 제노가 나란히 전각의 계단 입구에 몸을 붙이고 앉았다. 바닥은 그새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으나 제노가 지붕 아래에서 햇볕을 쬐고 싶다 고집한 탓이었다. 동혁이 눈을 굴려 이제는 익숙한 품으로 제 어깨에 머리를 기댄 제노의 눈치를 봤다. 언제 언성을 높였느냔
“동혁아!” “오셨습니까?” 동혁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옆에서 벌컥 열린 문 쪽으로 왼손을 뻗었다. 익숙하고 부드러운 촉감이 손바닥에 들어찼다. 더우시지요. 많이 힘드셨어요? 얼굴이 온통 땀범벅입니다. 걱정을 건네면서도 오른손에 들린 붓을 침착하게 정돈하여 벼루에 기대 두고서야 고개를 돌린다. 흐트러진 훈련복 차림으로 동혁의 손바닥에 얼굴을 맡기고 기
오늘따라 제노는 말이 없었다. 동혁이 연습용 목검을 쥔 손목을 다른 손으로 주무르며 뒤에 서 있던 제노를 돌아보았다. 앞에서는 서운을 비롯한 아이들이 하루의 수련을 마무리하며 나란히 서서 내려치기를 연습하고 있다. 하나, 둘, 붙이는 서운의 구령에 맞춰 목검들이 일정한 속도로 허공을 갈랐다. 땀방울이 턱에 고여 뚝뚝 떨어질 지경으로 열심이다. 평소라면 동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