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윤펭귄
도쿄항, 양복을 입은 지긋한 나이의 사내가 배에서 내렸다. 몇 년 전이었다면 도쿄의 모두가 그를 신기하다는 듯이 보았겠으나 이젠 영국 여왕이라도 오지 않는 이상 서양인의 출현은 그다지 신기한 일이 아니었다. 그가 향한 곳은 일본 검사국이었다. 그는 검사국 내부에서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묻더니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똑똑. “들어오십시오.” 일본어였지만 그는
벌써 두 병째였다. 바로크는 빈 병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내려놓고 잔을 기울였다. 머리가 멍해져 온다. 머리가 멍해지면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을 때까지 필요한 와인잔의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었지만 바로크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는 미간을 문지르며 거대한 초상화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꾸지람이든 온화한 위로든 무엇이든 듣고 싶었지만
‘바로크, 잘 지내고 있어?’ 녹슨 구치소 문이 열리고 발소리가 점차 가까워지자, 바로크는 그를 찾아온 손님이 미스터 나루호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일본인 변호사의 발소리는 이렇게 절도 있지 않았고, 그라면 분명 법무조사라는 동행인이 함께했을 것이다. 그는 새까만 그림자가 저벅저벅 걸어와 구치소 복도에 걸린 가스등의 불빛을 등지고 서는 모습을 지켜
따사로운 햇볕이 푸른 잔디밭과 노란 들꽃들을 비추었다. 봄비와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잔디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자라고 있었다. 바로크는 일렬로 늘어선 회색 비석들을 지나치고 있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검은 망토가 알록달록한 배경에 이질적으로 비쳤다. 하지만 그 광경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죽은 자를 만나러 오는 모든 산 자들은 그런 옷을 입고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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