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미남매 겨울

ncp 짧글 카구야 위주

Gepárd by 열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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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겨울은 예년보다 더욱 추워질 예정이라고 했다. 그 뉴스를 본 어머니께선 난방을 걱정하시며, 낡은 솜이불에 보충재를 채워 기워야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간만에 새 겨울옷을 사러 쇼핑몰에 가자고도 하셨던 것 같다. 그 겨울옷을 입고, 입시 준비 전 마지막으로 겨울여행을 가기로 했었다. 아버지께서 미리 숙소를 예약해두셨던가. 취소 전화를 걸어야겠다.

내년에 고등학교의 마지막 학년을 맞이하게 될 유가미 카구야는 그런 생각을 했다. 사람의 시체를 태우는 거대한 화로가 들어선 화장장의 복도에서, 화장이 완료된 부모의 시체를 기다리면서 난방비 따위를 생각했다. 화장터에서 할 만한 걱정이 아닌가. 카구야가 그런 고민을 하는 사이 직원이 나왔다.

이런 정 없는 생각을 한 이유는 아마 이런 것일 지도 모른다. 부모라는 두 사람이 이렇게나 작은 도기 함 하나에 들어가게 된다니, 그런 터무니 없는 사실을 마주하고 나니 앞으로 자신이 겪게 될 일이 막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회빛의 재에 파묻힌 뼛조각을 *젓가락질 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카구야가 계획했던 겨울 여행은 가족들의 것 뿐만이 아니었다. 친구들과도 이야기했던 하나가 있었다. 그들에게도 이야기를 해야겠다. 어머님은 그 여행이 끝나고 나서 원하는 명문대를 위해 학업에 정진하라 했다. 우리 집은 명문대의 등록금을 온전히 대기에는 빠듯하니까…… 아, 맞다. 우수 장학금이 아니면 등록금이…… 보험금은 어떻게 관리해야…….

(*일본의 장례식에는 쯔야라고 불리우는, 화장하고 남은 뼛조각을 친인척끼리 젓가락으로 넘겨받아 유골함에 넣는 절차가 존재한다.)

학업에 집중하라던 부모는 늦은 때에 본 어린 아들을 남겨놓고, 지금 다 타고 남은 하얀 뼈로 그녀를 맞이하고 있었다. 젓가락으로 들어올린 그 뼈의 파편이 가벼웠다. 하나하나가 그랬다. 뼛조각을 유골함 바닥에 쌓을 때마다 앞으로 유가미 카구야가 책임져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서 영단어장의 낱장처럼 지나갔다.

뼈가 사분의 일도 채 남지 않았을 때서야 부모가 남긴 동생의 생각이 났다. 문득 저보다 9살은 어린 동생을 성인 보호자 없는 일상에 두어도 괜찮은 것인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둘째 고모라면 믿을 만 하겠지. 장례식에 참석한 몇 없는 친인척 중 그녀는 아들을 갖고 싶어했고, 재산도 많고…… 무엇보다 또래치고 얌전하고 똑부러진 진을 꽤 아꼈으니까. 

달칵. 마지막 뼛조각이 함 안으로 모습을 감추고 그 뚜껑이 닫혔다. 곧 직원이 처리를 마친 합골함을 카구야에게 건네주었다. 품에 감싸인 도기 상자는 두 사람이 담긴 것이라고 생각될 만한 무게가 아니었다. 그 무게가 허전하게 느껴졌다.

“누님.”

부모의 유골을 젓가락질 하면서도 우는 소리 하나 내지 않았던 아이가 목소리를 낸 것은 그 때였다. 곱슬기가 도는 검은 머리를 한 녀석이 카구야의 허리 아래에서 그녀를 올려다보며, 작은 손으로 옷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흰 손가락에 붉게 짓눌린 자국이 있었다. 진이 젓가락질을 막 시작했을 때 힘을 조절하지 못해 생겼던 흔적과 비슷했다.

양친의 재 묻은 유골을 집어내면서도 담담했던 어린 남동생의 조그만 손길에는 어떠한 완력이 있었다. 카구야는 유골함을 오른팔로 단단히 껴안아 들고 왼손을 그에게 내주었다. 맞잡은 손은 따뜻한 온기와 맥박이 있었고, 그 주인의 나이만큼 작았다. 

그래,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 이제 너에겐 나 뿐이겠구나. 그리고 나 또한 너만이 오롯하겠지.

“진아, 돌아가자.”

카구야가 말했다. 진은 씩씩하게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유골함을 든 누나의 보폭에 맞추어 둘째 고모를 지나, 화장장 밖으로 향했다. 

그 해 겨울은 예보대로 아주 지독하게 추웠다. 조그마한 온기조차 없었다면 뼈에 사무치는 온도에 얼어 죽었을 것이 분명했던 추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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