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버찌
둥, 둥, 북소리가 울렸다. 오와 열을 맞춰 가지런히 놓인 제사상을 앞에 두고 람이 흰 무복 자락을 넓게 펼쳤다. 그의 손에 들린 방울이 짜랑짜랑한 소리를 내며 군중의 시선을 끌었다. 나붓한 걸음을 따라 부드러운 기운이 들풀을 쓸어 눕히듯 불어왔다. 구석진 자리에서 그 모양을 지켜보던 RSB의 리더 송재현은 미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시선이 중앙에 선
더위가 날로 기승을 부렸다. 에어컨 없이는 실내의 온도가 30도 이하로 떨어질 생각을 않았고, 한낮의 태양은 정수리를 통째로 익혀버릴 듯 뜨거웠다. 여름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계절이다. 람은 귀갓길에 편의점에 들러 맥주와 아이스크림을 조금 샀다. 가게를 나서자마자 까만 비닐봉투를 부스럭거리더니 메로나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역시 스테디셀러가 최고
직접 찾은 처녀 고개는 사진으로 본 것보다 더 황량했다. 예전에는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 오솔길이나마 잘 닦여 있었지만 빙 둘러 큰 도로가 뚫리면서는 통행량이 급감한 탓이다. 흙으로 다져진 길의 가운데에는 풀도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람은 적당한 공터에 차를 대놓고 야트막한 고개를 걸어서 올라보았다. 시신이 묻힌 곳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언덕을 반쯤
그믐달만 간신히 뜬 깊고 어두운 밤, 곽람은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 못하고 눈물을 찔끔 짜냈다. 누가 좀 구해주세요. 제발요. 어디 지나가는 무당 없나요? 여기 귀신이 산 사람을 덮쳐요! 누군가의 손이 희고 말랑한 뺨을 쓰다듬자, 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눈을 질끈 감았다. “어머. 얘 좀 봐요, 언니. 겁 먹었나봐.” “그러게. 귀엽기도 하지.” “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