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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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의 집에서였다. 그레이가 문득 찾아와서는 어느날 은혜 갚듯 고개를 깊게 숙이더니 척을 붙든다. 피요잉…하고 작게 소리낸 한 아이같은 남자는 어찌할 도리를 모르더니, 갑작스럽게 척 앞에 무릎을 꿇고 웃옷 단추를 풀고 줄무늬 티셔츠 차림으로 척의 무릎께에 가슴을 대고 척의 상복부에 얼굴을 파묻는다. 척은 당황하지만 당황치 않고 그레이의 뒷머리를 이리저리 결대
쿵쿵대는 잔음이 문밖에서 긁듯이 튕겨져 남자의 귀로 들어온다. … 이례적이다. 누군가가 문을 이렇게나 거칠게 두들긴 것은 남자의 전성기 시절 이후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마땅히 그럴 사람도 없고. 척은 힘겹게 일어나 몸을 휠체어에 싣고, 바퀴를 다라락 굴리며 현관으로 도래한다. 그리고 쿵쿵대는 소리는 여전하다. 또 독촉하는 이들의 호통이나 들을 생각
나는 내가 글피 정도 지나고 나서야 혼자 거닐고 있음을 깨달았다. 혹여 내 발이 타박, 타박 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될 지경이다. 글피라는 시간을 걸었으니 거진 마비된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이 기차역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마치 무한히 반복되는 듯한 루프. 방금 전 지나친 9번 출구는 또 내가 걸어 앞으로 수백 걸음 갈 즈음에 다시 나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