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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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에서 보내는 일상은 틀로 찍어내듯 반복된다. 쳇바퀴 굴러가듯 흘러가는 나날이 생경하다. 휴식이라는 감각이 뇌리에서 헛돈다. 이래서야 마치 쉬어본 적 없는 이 같지 않은가. 무료하게 저택을 거닐며 돌아보아도 위화감은 여전하다. 몇몇 낯모를 이들은 인형의 지명에 따라 바깥을 나돌기도 하나, 그뿐이다. 지명에 포함되지 않는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을
오늘 메렌이 "휴식 시간 동안 하루동안 있었던 일을 기록해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라고 말하며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책와 깃털펜을 주었습니다. 첫 페이지에 무엇을 써야할 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니, 일기장과 깃털펜에 대해 써보기를 권유받았습니다. 하여 아래로 책과 깃털펜의 묘사를 진행하겠습니다. 책 표지는 딱딱한 무언가를 분홍빛 패브릭(정확히 무슨 소재인
아가씨는 소녀형 43.3폴리스의 자동인형으로, 성녀님의 아이이자 헤럴드 여러분들을 인도할 유일무이한 인도자입니다. 예의를 갖추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아가씨의 관절은 구형(舊型)입니다. 재질 또한 일반적인 자동인형들과 다르므로, 내구도가 현저히 낮은 편입니다. 과격한 언동은 자제해주십시오. 아가씨의 지능 수준은 잘 교육 받은 청소년과 비슷하지만,
전신을 불태우는 격통에 의식이 아득히 멀어졌다. 불길에 재처럼 흩어진 정신이 숙주를 찾아 돌아온다. 자아가 젖은 진흙마냥 질척여 겨우 눈을 떴다. 반각성 상태로 멍하니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확인한다. 화려하다고 하긴 어렵지만, 제법 정성 들여 세공했을 고풍스러운 양문형 대문이 있다. 우아한 세공이 곁들여진 나무문 주변으로 기둥처럼 보이는 흰 돌이나,
곧 돌아오시는 거죠? 네, 다녀오겠습니다. 무르는 비밀을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 애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한순간에 부서질 거야.” 처음은, 그러니까 발화 시점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가을밤, 몇몇 마법사들이 바 라운지에 모이는 시간. 평소와는 다르게 그곳에 ‘그’가 있었다. 돌아버린 무르. 어느샌가 온전해진, 재앙이나 다를 바 없는 세기의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