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당근식빵
“만보기가 누구야?” 한솔은 굉장히 진지했다. 승관은 메밀소바를 입에 넣으려다 만 흉한 자세로 그를 약 5초쯤 쳐다보다가, 젓가락을 그대로 내려놓았다. …어. 경원이 말하는건데. 맨날 만보기 앱 자랑해서……. 그 만보기 앱은 달성량을 채우면 귀여운 도트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는 게임형 앱이었는데, 동기인 경원은 매일 캠퍼스를 1000걸음씩 걸어서
“제어팔찌네.” 낮은 목소리였다. 약간 중얼대는. 그럼에도 근처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은 모였다. 한창 박수가 터지고 있을 때 들려온 저음이라서 그런듯 했다. 이상한 일도 특별한 일도 아니었지만. 그 말의 내용 때문에, 승관은 대통령마냥 손을 흔들며 앉던 그대로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어, 그러네. 시끄러운 배경음을 놔두고 흐르던 모종의 침묵이
“아니?” 참 태연하기도 그런 말씨였다. 승관은 처음에는 물음표를 띄웠다가, 그럼 이발은 어떻게 했겠냐고 나무라는 투를 들어서야 이마에 힘줄을 세웠다. 근데 이게 진짜. 너 미쳤어? 더러운 창고인지 방인지 모를 공간은 먼지와 쇠 냄새가 가득했다. 승관이 밟고 올라간 나무상자는 곧 꺼질듯이 삐그덕댔고, 쌓여있는 다른 상자들도 케케묵은 티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