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제연
갑주를 착용하지 않은 새하얀 오른손이 그의 뺨에 닿았다. 선명한 눈가의 붉은 색채가 느릿하게 제 존재를 알려오고, 볕에 살짝 말린 장미꽃잎의 색을 띈 입술이 키요라에게 다가왔다. 그 입술이 조금의 틈도 남기지 않고 포개어졌을 때, 키요라는 눈을 감기는 커녕,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그의 심박수가 조금 증가했다는 것을 인지했다.
쿄고쿠 마사무네와 키요라,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흐르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이 지독한 침묵은, 거의 대부분 쿄고쿠 마사무네가 입을 열어야만 깨진다. 아주 드물게, 키요라가 먼저 입을 여는 일이 있기도 하였으므로, 쿄고쿠 마사무네는 언제나 일말의 기대를 품는다. 차라리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 좋을 것을, 쿄고쿠 마사무네에게 별빛에 가려
쿄고쿠 마사무네는 저의 인간에 관하여 생각한다. 주인인 쿄고쿠 마사무네조차 노력 하나 하지 않고 느낄 수 있는 것을, 중신인 저의 인간이 깨닫지 못할 리 없다. 머리카락 한 올, 피부 밑에 흐르는 피 한 방울, 입으로 들이쉬고 내쉬는 한 줌 숨결조차 저를 경애하고 있는데. 왜 분명한 이지와 의사를 가지고, 제게 매달리지 않고, 사랑한다 말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