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니와님네(222호)

[쿠키] 어떤 대화

쿄고쿠 마사무네와 키요라,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흐르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이 지독한 침묵은, 거의 대부분 쿄고쿠 마사무네가 입을 열어야만 깨진다. 아주 드물게, 키요라가 먼저 입을 여는 일이 있기도 하였으므로, 쿄고쿠 마사무네는 언제나 일말의 기대를 품는다. 차라리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 좋을 것을, 쿄고쿠 마사무네에게 별빛에 가려진 작은 불꽃같은 희망을 가지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키요라다.

마주하고 있으면, 시선이 엇갈리는 일은 없다. 그 메말라 갈라진 땅 같은 눈동자는, 언제나 흔들림 없이 쿄고쿠 마사무네를 비춘다.

의중을 짐작할 수 없는 사람과, 그 속을 토해내는 것을 쏟아내는 것을 인내하고 있는 이로 인하여, 침묵이 더 무겁게 내려앉았다.

휘. 영원히 닫혀 있을 것만 같았던 색소가 옅은 입술이 조용히 벌어졌다.

바람을 품고 있었으면서도, 정작 키요라가 먼저 입을 열자 쿄코쿠 마사무네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린다. 작은 숨소리마저 죽이며, 쿄고쿠 마사무네는 키요라가 어떤 말로 적막을 허물 것인지를 기다린다. 하지만 키요라는 드물게 쿄코쿠 마사무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언제나처럼 배신한다.

“도련님.”

저를 부르는 익숙한 호칭에, 쿄고쿠 마사무네는 그저 키요라를 바라볼 뿐 반응하지 않는다. 그의 내면의 불꽃이 조화롭게 타오른 이유로, 쿄고쿠 마사무네는 지금 키요라가 다른 언어로서 그를 부르기를 기다린다. 그가 키요라에게 기꺼이 허락하고, 키요라가 감히 입에 담을 수 있는, 그의 이름이 둘 사이에 흐르기를 기다린다.

“밤이 늦었습니다.”

키요라는 찰나의 순간, 과거를 더듬어보려다 관두었다. 아주 오래전의 그때를 들여다보려고 했다가, 그만두었다.

지금에 와서 되짚어 본들, 내내 배제하고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이 다시 떠오르진 않을 것이다. 기억은 탐색할 수 있겠으나, 감정 같은 건 되새길 수 없다. 있었던 게 사라지지는 않겠으나, 표백되어 희미하게조차 남지 않은 마음이 복원될 리가 없는 것이다. 언젠가 그것은 공허였을지도 모르지만, 변화가 오래도록 유지되면 보통의 상태가 된다.

마모될 것조차 남지 않은 자에게 어떤 가치가 남아있을까.

키요라는, 정확하게 그를 응시하고 있는 붉은 눈동자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고장 난 기계처럼, 오류가 걸린 프로그램처럼, 아주 잠시간 멈춰서 그렇게, 키요라는 쿄고쿠 마사무네의 눈을 바라보았다.

“주인님은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시는, 영민한 분이시지요.”

그래도, 이해할 수 없어도, 키요라는 제 주인이 바라는 바를 들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역시 알 수 없었다.

타인의 마음을 해석하는 방법을 처음부터 몰랐던 것처럼, 혹은 잊어버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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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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