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니와님네(222호)

내가 해냈다!!!!!

루쥬 쀠르 꾸뛰르 리미트리스 시나바 가을 컬렉션 립스틱 더 슬림

*감상 댓글은 창작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갑주를 착용하지 않은 새하얀 오른손이 그의 뺨에 닿았다. 선명한 눈가의 붉은 색채가 느릿하게 제 존재를 알려오고, 볕에 살짝 말린 장미꽃잎의 색을 띈 입술이 키요라에게 다가왔다. 그 입술이 조금의 틈도 남기지 않고 포개어졌을 때, 키요라는 눈을 감기는 커녕,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그의 심박수가 조금 증가했다는 것을 인지했다.

맞닿은 입술은 따뜻했다. 직전까지 와인이라도 마시고 있었던 것인지, 쌉싸름한 향이 났다.

쿄고쿠는 그에게 입술을 벌리라는 듯 이를 세웠다. 키요라가 요구에 응해 입을 조금 벌리자, 그의 입술을 짓뭉개고 싶은 것처럼 제 입술로 몇 번 물어댔다. 그리고는 돌아오지 않은 반응에 질린 듯 입술을 살짝 빨아대다가, 떨어졌다. 쪽, 하는 살과 살이 붙어있다가 떨어지는 소리를 내면서.

눈이 마주친다. 키요라는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마음을 읽어내는 재주가 없었지만, 쿄고쿠가 지금 이 행위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쿄고쿠가 원하는 한, 키요라는 그것을 거부할 이유도, 부정할 이유도 없다.

쿄고쿠가 다시금 떨어졌던 입술을 겹쳐왔다. 이번에는 키요라도 입술을 마주 움직였다.

여전히 두 눈으로 쿄고쿠의 얼굴을 마주하며, 원하는 것을 얻은 쿄고쿠가 만족하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자세히 들여보았다간 그 바닥을 알 수 없는 어딘가로 떨어질 것만 같은 붉은 눈동자는 여전히 선명하다. 다만 숨이 차오르는지, 흉부가 조급하게 오르락 내리락거렸다. 숨이 차면 다시 입술을 떼어 숨을 들이쉬면 될텐데, 고집스럽게 입술을 붙이고 있는 그 작은 입 속에, 키요라는 제 숨을 흘려보내듯 불어넣었다.

그리고, 그 숨을 받아마시듯 벌려진 입술에 제 혀를 밀어넣었다. 이런 행위가 아니면 닿을 일이 없는 두 살덩어리가 서로 얽히고 설킨다. 가는 손목을 억세게 쥐듯이 옮아매고, 뺨을 어루어만지듯이 문질러 댄다. 그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키요라는 제 뺨에 닿아있던 손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다만 쿄고쿠가 표정이 전혀 만족한 듯한 반응이 아니었으므로, 고개를 조금 틀어, 그 작고 따뜻한 혀를 빨아대려던 차에, 뭔가가 파열음을 내며 키요라의 머리를 가격했다.

이마 위로 뜨뜻한 액체가 흐르는 것을 느끼며, 키요라는 입술을 떼고는 쿄고쿠에게서 떨어졌다. 제 회백색 머리카락이 피로 엉망이 되든 말든, 겉옷을 벗어 바닥에 흩뿌려진 와인병의 잔해위에 덮어둔 키요라의 시선이 다시 위를 향했다. 그의 시야에는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허탈해보이기도 하는, 가시를 잔뜩 세운 쿄고쿠가 들어왔다. 충격으로 흐려지려는 초점에 다시금 두 눈에 힘을 준 키요라는 기다렸다.

“주인님께서는 못하는 게 없으시군요.”

쿄고쿠가 제 입술을 깨물며 내뱉는 말에, 키요라는 다만 기다렸다.

그는 그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만 이루어진, 그가 0000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거부하지 않는다. 그는 인정하고 받아들여야한다. 그리하여 기다릴 것이다.

그 말린 장미꽃잎과 같은 색채 밑의, 핏기가 옅게 비치는 연분홍빛 입술을, 그는 알고 있기에.

카테고리
#기타
1
  • ..+ 39
  • ..+ 16

댓글 1


  • 전문적인 독수리

    포스트 후원 어떻게 하나요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