フィクションブルー
겐죠 토키사다는 바다를 몰랐다. 물론 기본적인 상식은 있었지만 사람들이 흔히 바다를 보고 가지는 감상 같은 건 일절 품지 못했다. 그는 그저 연기만을 위해 살았고, 사람의 시선과 카메라 앞, 박수 갈채 속에서 숨을 쉬곤 했으니까. 그런데 바다가 찾아왔다. 3학년, 뙤약볕의 보충 수업, 뜨거운 노을빛 여름, 바다가······.
결론부터 읊자 한다면 겐죠 토키사다는 바다를 잃었다. 바다 속으로 스스로 들어갔건만 바다는 열병에 걸린 채였기에 매말랐다. 아니, 처음부터 바다가 아니었다고 하는 게 좋았을까? 그러나 겐죠는 여전히 같은 표정이었다. 토키사다 같은 건 연기 커리어에 방해가 될 뿐이므로 안에 꾹꾹 밀어넣었고, 불타는 학교와 함께 한여름의 보충 수업은 막을 내렸다. 겐죠 토키사다는 다시금 배우가 되었다.
이제 어느 곳을 가던 그는 전광판과 모니터에 얼굴의 띄워지는 몸이 되었고, 가수가 아님에도 그의 노래는 온갖 가게에서 자주 재생되었다. 배우로서 완전히 성공한 일생. 세계적인 톱 배우의 자리를 당당히 차지한 것이다. 연기를 사랑하는 몸이었기에 바쁜 삶이어도 그저 만족감이 가득했으며 되려 염원하던 결말이니 부족할 일 하나 없단 소리다! 사랑하는 연기, 사랑받는 삶. 아, 이토록 완벽한 삶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이런 삶이었기에 겐죠는 지금을 설명할 수 없었다. 갑작스레 일주일의 일정을 통째로 비워버리고 휴가를 간다는 명목을 내세웠으면서, 차를 운전해 불타버린 스즈레 고교의 부지로 가는 지금을. 나는 대체 왜 여기 있지.
불탄 고교는 여전했다. 더 이상 망자들의 설움이나 저주가 퍼지진 않지만, 그만큼의 시간이 지났으면 새로운 일들이 생겨날 법도 한데, 역겨움으로 점칠된 곳이라 그런 것인지 불타버린 부지와 멀찍한 녹음의 모습에 헛웃음이 샜다. 겐죠는 학교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학교 아래, 절벽, 바다. 모래들이며 흙들이 제 옷과 신발을 더럽히는 일은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았기에 그는 마치 학생 때처럼 익숙하게 절벽 아래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절벽 아래는 파도가 부딪히며 부서지는 소리를 내고 있었고, 해가 일찍 지는 산골 탓에 검은 바다가 겐죠 토키사다를 반겼다. 적어도 푸른 빛을 띄고 있을 때의 시간을 보기 위해 일찍 출발했건만 의미가 없었나. 헛걸음, 헛짓. 그런 생각이 들고 나서야 겐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괜히 왔어, 정말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모래 사장을 천천히 걸어나가고 있을 무렵, 그는 문득 자신이 왜 충동적으로 스즈레 고교의 바다까지 온 것인지 생각을 더듬는다. 바다라면 많다. 당장 그의 촬영지가 바다였다. 그런데 왜 하필 자신은 여기까지 온 걸까. 좋다고 칭할 수 없는 기억을 안겨준 이곳에. 파도는 여전히 부서지는 소리를 내며 귓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검은 바다가 넘실거렸다. 이리 오라는 듯이. 귀신이었을까, 아니면 저도 모르게 힘듦을 느끼고 있던 걸까. 잠기면 아무도 눈치채주지 못할 바다 쪽으로 겐죠가 한 걸음 내딛은 순간, 발치에 무언가 걸렸다. 푸른색의 조개 껍데기였다. 보통 조개는 흰 색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고, 발에 걸릴 정도로 큰 크기는 잘 없었는데, 겐죠를 붙잡은 조개는 바다를 닮은 푸른색에 마치 동화 속 인어의 비늘처럼 반짝거렸다. 그 순간 겐죠 토키사다는 열병의 보충 수업 중 제게 다가온 바다를 떠올린다. 이렇게 시커멓고 저를 삼키려는 듯한 바다가 아니라, 제 물결을 이기지 못하고 부딪히며 사라져버린 바다······. 헛웃음이 절로 샌다.
“자네가 부른 거였나······.”
푸른 조개를 가만히 들고 있자면 핸드폰에서 알림이 울린다. 연락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켰을 때, 겐죠는 화면을 보고는 조개 껍데기를 제 주머니에 넣어 챙겼다. 픽션 같았던 나의······.
영원히 흐르지 않을 거 같던 여름이 흐른다. 눈앞에 파란을 일으키며 하얗게 사라지는 포말처럼, 다시는 되감을 수 없는 필름이 흐르며 너머의 여자가 웃었다. 겐죠 토키사다는 바다를 사랑한다. 잃어버린 바다를, 찾아올 수 없는 그때의 푸른 바다를. 바다. 심해의 인어. 그러니까, 나카이 키요카를.
7월 23일 (화)
[새 문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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