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

Scene 01

용과 같이 7 외전 엔딩까지 스포일러 포함/일부 설정은 오타쿠적 날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D

DREAM by 구운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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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겨울. 다이도지 일파가 소유한 어느 아지트.

한 명의 남자가 아지트 내부의 깊숙한 취조실로 끌려 들어갔다.
남자는 어떤 싸움에 휘말리기라도 한 것처럼 잔뜩 피투성이인 채로 생면부지의 다른 요원들의 팔에 들려있다가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안에서 대기중이었던 왜소한 체구의 남성은 둔탁한 소리에 어깨를 살짝 움츠렸다. 비록 몇 년째 몸을 담고 있는 조직이라지만, 이렇게 거친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 남자는 드물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 녀석에 대해서 궁금한 눈치로군, 미야노코시."

다이도지의 에이전트 관리자 중 한 사람인 요시무라가 입을 열었다. 미야노코시라 불린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구석에 붙잡힌 남자가 소리가 난 방향을 흘긋 쳐다보았고, 얼떨결에 미야노코시와 눈이 마주쳤지만, 미야노코시는 아랑곳 않고 요시무라의 이야기를 들었다.

"뭘 인상쓰고 그래, 이런 광경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니잖아? 이제부터 신입 에이전트가 될 녀석이다."

"그렇긴 합니다만……, ……저분께선 성함이?"

"……그건 서류로 알아서 확인해봐라. 어차피 이제 원래 이름으로 불릴 일도 없을테니까."

미야노코시의 이런 질문은 처음이 아니었던 것인지, 요시무라는 제법 능숙하게 대꾸했다. 미야노코시는 그제서야 제대로 남자의 눈을 마주했다. 남자의 눈빛은 말 그대로 흉흉했지만 상처 입은 들짐승같기도 해서 어쩐지 마음이 쓰였다.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다친 부위부터 살펴 보았을텐데. 미야노코시는 장갑을 낀 양손을 꼼지락거리기만 하다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진 서류를 집어들고, 시시도 코세이(獅子堂 康生)라 적힌 다섯 글자를 한 자씩 입 안에서 굴렸다. 편안한 삶(康生)이라. 이름대로 살지 못하는 건 이 시시도라는 남자나 자신이나 비슷한 처지라는 생각이 들어, 얄팍한 동정심마저 느꼈다.

"저녀석은 오늘부터 네가 전담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말단인 네게는 꽤 영광이지?"

"저에게요…? 상부의 지시였습니까?"

"그래. 이왕이면 내 쪽에서 목줄을 확실히 채워주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어."

"……."

이녀석, 묘하게 기뻐보이는 건 기분 탓인가. 요시무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미야노코시를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뒀다. 미야노코시는 다이도지 일파 내부에서도 소문난 '미운 털'같은 존재였다.

경우에 따라선 지저분한 일도 도맡아 하는 것이 일파의 에이전트들이건만, 그는 유난히도 폭력을 쓰는 일에 주저함을 느꼈다. 정확하게는, '폭력이 아니어도'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덕분에 힘으로 제압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을 몇 번 그르칠 뻔한 적도 있었기 때문에, 일파의 몇몇 사람들에게는 '언제 한 번 큰 코 다쳐봐라.'라는 심산으로 잔뜩 눈에 난 상태였다. 그런 사람에게 '전담 관리 대상'으로 성난 사자의 목줄을 들려주다니. 참 지독하기도 하지. 요시무라는 이어 작게 코웃음을 쳤다.

"아무튼 잘 해봐. 위에서도 네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주고 싶은 모양이니까. ……물리지 않게나 조심하라고."

"네, 네에…."

진짜 맹수도 아닌데 물릴 것까지야 있겠냐 싶겠지만, 상대의 몰골이 말이 아닌만큼 아주 틀린 말도 아니겠구나. 미야노코시는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다른 에이전트들이 물러가고 차가운 취조실에는 단 두 사람만이 남아있었다. 미야노코시는 먼저 남자를 치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행동을 정하고 나면 그 다음은 쉬웠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도록 구석 깊숙한 곳에 자리한, 먼지가 내려 앉은 응급키트를 꺼내들었다. 때때로 심하게 다친 상대를 만나면 간단한 응급처치라도 해줄 요량으로 숨겨두었던 것이다. 남자는 여전히 흉흉한 눈빛을 거두지 않고 미야노코시를 노려보았다. 응급키트 안에서 소독약과 붕대를 꺼내들자, 남자는 그제서야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듯 낮은 목울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 개자식들, 사람을 무시해도 적당히 무시해야제. 니같은 얼라 하나로 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기가."

아무래도 체격이 왜소하니 그런 오해를 살만 하지. 미야노코시는 숨을 작게 내쉬고 탈지면에 소독약을 묻혀 가장 먼저 그의 왼손 위로 가져다 댔다. 남자가 윽, 하는 소리를 내자 반사적으로 '죄송해요.' 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서글서글하게 웃음을 짓고는, 환부 주변의 혈흔을 말끔히 닦아냈다.

"아무럼요. 전해듣기로는 '죠류'와 호각으로 맞서셨다고요. ……죠류는 저희 다이도지에서도 상당한 실력자시니, 저같은 꼬마는 당신의 상대조차 될 수 없겠죠."

미야노코시는 가볍게 긍정했다. 남자는 비록 다친 몸을 움츠리고 있지만, 척 봐도 꽤 훤칠한 키에 듬직한 체격이었다. 순수하게 피지컬로만 따지면 조금만 수틀려도 제 뼈 한두곳 부러지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 존재가 그를 얕보거나 무시한다는 의미가 되는건 싫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자신은 이제 그를 책임지는 에이전트 관리자였으니. 방금 막 본 사이지만, 그가 차라리 이곳에서 훌륭한 에이전트로 자리매김 했으면 하는 마음은 있었다. 과거가 어찌 되었든간에, 이곳에 에이전트로 불려온 이상 더는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 터였다.

"하, 알면서 잘도 지껄이는구마. 말마따나 니를 이 자리에서 직이삐는건 일도 아니다. ……이딴 식으로 좋은 사람인 척 하는 것도 지금 뿐인기라."

"……하하, 저희는 아무래도 좋은 콤비는 될 수 없겠네요."

"콤비는 무슨……, 윽."

야쿠자 대해산을 막기 위해 2년을 획책한, 타인을 무력과 공포로 지배하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는 자. 그런 사람을 제게 맡기다니, 상부도 참 속이 보인다 싶었다. 남자의 흉흉한 살해 예고에도 미야노코시는 아랑곳 않고 다음 환부에 소독용 탈지면을 일부러 꾹 힘을 주어 눌렀다. 일부러 그런거 아이가? 남자가 미야노코시를 노려보았지만, 두 눈동자에 비친 것은 그저 온화한 미소 뿐이었다. 남자는 그것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나와라고 불렸던 녀석도 그렇고, 자신을 이곳까지 끌고 온 녀석도 그렇고, 하나같이 다 재수없는 것들 뿐이라며 혀를 쯧, 하고 찼다.

"저를 죽이셔도 소용은 없을 거에요."

"……뭐라꼬?"

"다이도지의 눈은 어디에나 있어요. 지금 저를 이 자리에서 처리하셔도, 그 다음 관리자가 다시 당신의 목줄을 쥐겠죠. 그 사람이 저처럼 당신에게 호의적일지도 알 수 없고요."

"너거같은 얼라가 아니더라도, 얼마든 치아뿔면 그만이다. 언제까지고 내를 붙잡아둘 수 있을 것 같나."

"으음. 그렇겠죠, 하하…. 얼핏 보아도 강해보이시는 걸요. 어떤 행동을 취하셔도 상관 없어요. 다만……"

"지금은 치료가 먼저니까 받아주세요. 많이 다치셨잖아요? 이대로 냅두면 분명 곪을거에요."

이 상황에서 그게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나사가 빠져도 단단히 빠졌고마. 남자는 그 말을 속으로만 굴리고 입밖으로는 내지 않았다. 하지만 단순한 표정에서 드러나기라도 했는지, 미야노코시는 가볍게 눈웃음으로 화답하며 남자의 왼손에 붕대를 감으며 마무리를 지었다. 이를 드러낸 맹수라 할지라도, 그 맹수에게 설령 목을 뜯기는 한이 있더라도, 미야노코시는 과거와 같은 실수는 저지르고싶지 않았을 뿐더러, 그와는 이상하게도 친하게 지내보고 싶었다.

"저는 미야노코시 유키히코(宮ノ越 雪彦)라고 합니다. 앞으로 당신을 전담해서 관리하게 될 거에요."

다이도지 일파의 에이전트들은 모두 '코드네임'으로만 불린다. 그리고 그 코드 네임을 정해주는 것은 '관리인'의 역할. 미야노코시는 그의 이름을 본 순간부터 정해둔 것이 있었다. 미야노코시는 서류 상에 적혀있는 이름 아래에, 볼펜으로 두 글자를 적고는 표지를 덮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코드 네임 「사자」."

"당신이 어딜 가든 함께할게요."

그리고 코드 네임보다 자신의 이름을 들었을 때 남자의 표정이 더 안좋았던 이유를 알게 되는 것은 조금 훗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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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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