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우주 먼지
마리아 힐은 함부로 증오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 말에는 힘이 있다거나,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허황된 이야기를 믿는 건 아니었지만, 힐은 그 단어를 사용하는 데에 있어 늘 조심스러웠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나 다름없는 아버지에게도 소리 내 해본 적 없을 정도로. 그런 그가 그 단어를 끊임없이 되뇌게 된 건 나타샤 로마노프의 공이 컸다.
* 커미션 “뭐야, 언니가 여기 왜 있어?” 소파에 반쯤 누워 책을 뒤적이던 나타샤 로마노프는 큰 소리가 나며 문이 열리자 고개를 들었다. 그는 제게 겨눠진 총구에도 놀라기는커녕 가름끈까지 끼워 책을 내려놓았다. 여전히 긴장감 없는 표정으로 손을 들어 항복한다는 제스처를 취할 즘에는 옐레나 벨로바가 뽑았던 총은 이미 홀스터로 돌아가 있었다. “왜 있긴
“이게, 무슨… .” 경악에 찬 나타샤 로마노프와는 달리 불륜현장을 발각당한 마리아 힐은 태평하기 그지없었다. 한참을 나체로 엉겨있는 그의 여동생과 애인을 바라보던 나타샤는 성큼성큼 다가와 힐의 손목을 잡아채 일으켰다. “어린애가 치기로 부추겨도 당신은 말렸어야지!”
전쟁도, 상실도 없이 오직 축복만이 가득한 연회장에 들어선 옐레나 벨로바는 잘못된 장소에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지구의 영웅이라고 불리는 어벤져스도 우주의 평화나 안온 따위는 잊은 듯 보였고, 다른 때라면 가장 먼저 그의 도착을 알아차렸을 나타샤 로마노프는 연회의 주인공으로서 세상에 근심은 없다는 것처럼 내내 웃고 행복해하기 바빴다. 옐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