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냇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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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냇옐] I can't understand.

전쟁도, 상실도 없이 오직 축복만이 가득한 연회장에 들어선 옐레나 벨로바는 잘못된 장소에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지구의 영웅이라고 불리는 어벤져스도 우주의 평화나 안온 따위는 잊은 듯 보였고, 다른 때라면 가장 먼저 그의 도착을 알아차렸을 나타샤 로마노프는 연회의 주인공으로서 세상에 근심은 없다는 것처럼 내내 웃고 행복해하기 바빴다. 옐레나 벨로바는 이 자리의 그 누구보다 나타샤의 행복을 바랐지만, 삶을 축복하고 미래를 기원하는 축제에 녹아들고 싶지는 않았다.

바에서 보드카를 한 병 훔친 옐레나는 마지막 아드레날린이 혈관으로부터 사라지는 걸 느끼며, 나타샤 로마노프의 취향으로 세심하게 꾸며진 연회장의 구석으로 숨어들었다. 따스한 빛이 가득한 꿈결에서 가장 어두컴컴한 벽에 기대어 병째로 보드카를 들이켜는 옐레나는 축제를 즐기기 바쁜 하객들에게는 투명 인간이나 다름없었다. 그와 같이 숨을 곳을 찾는 이가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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