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pe in the Abyss _ Part. Luxiem
3. 악마와 소설가가 주술사를 도와 위기에 처한 마피아와 또 한 사람을 구하기까지의 이야기
슈는 복스와 아이크에게 방을 하나 내주었다. 방에 놓인 두 개의 침대는 오랜 시간 사용하지 않았는지 꽤 낡았지만 딱딱한 바닥이나 돌을 베개 삼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고급 침구를 소환해 줄 수도 있는데, 라고 복스가 떠보듯 말했지만 아이크는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오늘 힘을 많이 소모했으면서 무슨 소릴 하는 건지. 계약도 안 하겠다며. 생각했지만, 복스를 걱정한다는 속내는 끝까지 비치지 않았다.
슈가 살고 있는 건물 안은 아이크가 생각한 대로 주변 건물과는 달리 최소한 사람이 살 만한 준비는 되어 있었다. 허물어진 외곽만 봐서는 건물 안에 제법 안락한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사람은 없으리라. 혼자 사는 것치고는 식량도 넉넉히 갖추고 있었는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먹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추적자에게 쫓겨 왔단 사실만 배제하면 조금 낡은 여관에서 묵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독자에게 도움을 받을 줄은 몰랐네.”
“음, 그런 셈이군.”
“뭐야? 교섭은 잘 됐는데 왜 표정이 왜 그렇게 심각해?”
“아니. 침대는 하나여도 괜찮지 않았나 싶어서.”
“……장난하지 말고.”
“반쯤은 진심이었는데. ……뭐, 별일 아니야. 슈 야미노라고 했나. 생각보다 뛰어난 술사인데 왜 이런 폐허에서 살고 있나 궁금해졌을 뿐이야.”
“나도 놀라긴 했어. 아무리 힘을 소모했어도 네가 그렇게 간단히 인간에게 붙잡히다니. 다친 덴 없어?”
“상냥하기도 하지. 난 멀쩡해. 오히려 네가 휘말렸으면 문제가 커졌을 걸.”
“그러고 보니까 너 아까 전에 나 집어던졌지. 엄청 아팠거든?”
“오, 미안해. 급한 상황이다 보니 그만. 대신 엉덩이 마사지라도 해 줄까?”
대답 대신 엄격한 눈빛으로 노려보자 복스는 바로 농담이라며 꼬리를 내렸다. 이쪽은 결코 농담으로 들을 수가 없다. 동시에, 약간의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계약은 안 하겠다고 했으면서 그런 쪽의 농담만큼은 빼놓질 않는단 말이야. 어쨌든 그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만 자겠다며 침대에 몸을 파묻자 복스가 다가오는 인기척이 들리더니 이불 위로 귀를 간지럽히는 소리가 들렸다. 잘 자, 아이크. 그렇게 속삭인 복스가 제 침대에 눕는 기척을 느끼며 아이크는 생각했다.
얘의 이런 점이 가끔은 정말 치사하게 느껴진다니까. 파고들려면 끝까지 파고들지, 꼭 결정적일 때 뒤로 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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