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PE in the ABYSS
유료

Hope in the Abyss _ Part. Luxiem

6. 빛을 보았던 날

Writing Note by YOU
6
0
0

그렇게 밤이 지나갔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마자 복스는 루카에게서 건네받은 조직 아지트의 주소를 품고 나갔다. 오는 김에 먹을 것도 좀 사 오지. 다들 뭐가 좋아? 여기서 도망쳐 숨을 곳을 찾는 게 아니라 마치 동네에 마실이라도 나가는 것 같은 태도였다. 어쩌면 복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절대적인 강자란 여유가 있는 법이구나. 생각하며 슈는 웃을 때마다 닥쳐오는 복부의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루카는 아직 슈가 어떻게 자신의 상처를 모조리 치료했는지 눈치 채지 못했다. 미스타는 자신이 휘말린 상황에 적응하느라 남을 살필 정신까지는 없는 상태다. 문제는 아이크였다. 어젯밤 늦게까지 깨어 있었는지 졸린 표정으로 식사를 하러 내려왔던 그는 어딘가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슈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루카와 미스타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사이-정확히는 루카가 어색해하는 미스타에게 말을 걸었다고 봐야 하지만-슈에게 몰래 다가와 물었다.

“슈, 너 상태가 굉장히 안 좋아 보이는데……. 어디 아파?”

“응? 왜? 멀쩡한데.”

“……정말로? 어젯밤 복스도 지나가는 말처럼 널 걱정하던데. 혹시 마음에 걸리는 게 있거나 몸이 안 좋은 거면 숨기지 말고 말해 봐.”

은근히 입 싼 데가 있네, 복스. 아니면 나름대로 걱정해준 걸까. 여기 남은 사람들 중 날 챙겨줄 만한 정신이 있는 사람은 아이크 뿐인 것 같으니. 어쨌든 이렇게 ‘무슨 문제가 있다’ 고 확신하고 있는 상대에게 아무 일도 없다고 쭉 얼버무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크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지 않는 이상 도저히 물러설 것 같지 않다. 할 수 없지. 슈는 슬쩍 루카와 미스타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두 사람은 잡담에 빠져 있느라고 아이크와 슈가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신경 쓸 겨를도 없어 보였다. 슈는 조용히 아이크의 팔을 잡아끌고 식당을 빠져나갔다.

그대로 슈와 루카가 쓰는 침실로 안내받은 아이크는 우선 침대가 하나밖에 없는 것에 놀란 듯했다. 뒤이어 아이크가 던진, 너희 같은 침대를 쓰고 있는 거야? 란 질문에 슈는 살짝 얼굴을 붉혀야 했다. 그리고 그 침대에 나란히 앉아서 슈가 루카를 치료하기 위해 어떤 처치를 했는지 설명해주자 아이크의 표정은 어제 복스가 보여줬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무시무시해졌다.

“……네게 루카는 그 정도로 소중한 사람이구나.”

하지만 아이크가 꺼낸 말은 슈가 처음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예상했던 반응과는 전혀 달랐다. 그런 무모한 짓을 하면 어떡해! 라고 말할 줄 알았는데. 슈의 무모함을 꾸짖기보다는 그의 기분을 먼저 이해해주는 말에 슈는 저도 모르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에게 내가 루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놓고 말한 적은 없는 것 같네. 언제나 나 혼자 곱씹기도 벅찼으니까.

“저, 슈. 어쩌다가 루카를 그토록 소중히 여기게 됐는지…… 물어봐도 될까?”

그래서 아이크가 그런 질문을 던졌을 때는 조금 놀랐다. 아이크와 알게 된 지는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슈가 보기에 아이크 이브랜드는 상대에게 상처가 될 가능성을 고려해서라도 상대의 과거 이야기를 파고드는 일은 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굳이 물어봤다는 건 아이크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일 것이다. 뭐, 상관없겠지. 남에게 들려주지 못할 이야기는 아니니까. 슈는 벌러덩 침대에 드러누웠다.

“내가 루카와 만난 건 5년 전이었어…….”

카테고리
#2차창작
커플링
#루카슈
추가태그
#럭시엠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