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pe in the Abyss _ Part. Luxiem
2. 도망친 악마와 소설가가 숨어 살던 주술사를 만나기까지의 이야기
복스 아쿠마와 아이크 이브랜드의 도피행-그것을 ‘사랑의 도피행’ 이라 부르는 것은 아이크가 끝까지 거부했다-은, 뭐라고 해야 할까, 뜻밖에도 무척 순탄했다. 그것은 아이크에게는 꽤나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복스의 힘을 빌리지 않겠다고 잘난 척 했으면서 정작 마을을 빠져나오는 것이나 채 가져오지 못한 짐을 복스가 소유한 대여 금고에 맡기는 것이나 살인 혐의로 도주하고 있음에도 신고당하지 않게 안전히, 또한 여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던 것도 복스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복스가 가진 악마의 능력이 있으면 잠은 꼬박꼬박 호텔에서 잘 수 있었고-그래도 복스와 같은 침대를 쓰는 건 거부했다-식사도 거르지 않을 수 있었으며 꾀죄죄하게 다닐 필요도 없었다. 무엇보다 복스가 목격자의 기억을 조작해준 덕을 많이 보았다. ‘살인 용의자 아이크 이브랜드’ 의 얼굴이 TV에 나오고 그 TV를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도 그 옆에서 태연하게 걸어도 될 정도였다. 꽤나 쾌적한 여행, 아니, 도피행이었다.
“이딴 게…… 진짜로 도주 생활……?”
“음? 도주 생활을 꼭 고생하고 구르면서 해야 한다는 법이 있나? 쾌적하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다니면 좋지. 아쿠마 여행사에서 당신의 안전한 도피행을 서포트해 드립니다. 별점은 몇 개 줄래?”
“……한 개 반.”
“에이, 좀만 더 써라. 3점 정도면 평균이고 딱 좋잖아.”
그런 농담은 종종 하면서도 복스는 아이크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크와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좋다는 투였다. 실히 부담되면서도 고마운 상황이었다. 호텔방을 잡을 때마다 더블베드를 예약하려 해서 한 번은 다리를 걷어차게 만들거나, 사람들이 ‘아이크 이브랜드’ 를 인식하지 못하게 조작을 가할 때마다 아이크를 여자로 보이게 만들어서-복스는 아이크가 계속 힐을 신고 다닐 거라면 그게 더 자연스러울 거라고 주장했다-‘아이비’ 라 부르며 마치 연인끼리 여행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등의 해프닝이 사소하게 느껴질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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