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사> 마르그리트 뒤라스

240723

필사 by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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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

너를 밀어낸 것이 결국 다음 날 너를 끌어당기도록 끈질기게 요구해야 해. 이것이 그녀를 내쫓으면서 어머니가 말한, 그녀가 이해했다고 믿은 것이다. 그녀는 끈질기게 요구하고, 그 말을 믿고, 걷고, 절망한다. 나는 아직 너무 어려, 나는 되돌아올 거야. 어머니는 말했다. 만약 네가 되돌아오면, 밥에 독을 넣어 너를 죽여버릴 테다.

p83.

“사랑이 이루어지려면, 상황에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협회장은 부영사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한다.

“사랑이 일어나려면, 어느 맑은 아침 사랑한다는 감정으로 만나려면, 사랑을 구하러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협회장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가져다가,” 부영사가 말을 잇는다. “대개는 그것을 자신 앞에 놓고 사랑을 줍니다. 여자란 가장 단순한 그런 것 아닐까요.”

p88.

“사람들은 때때로 그녀가 아주 슬프다고 하던데, 회장, 그게 정말이오?”

“그래요.”

“그녀의 애인들이 그렇게 말합니까?”

“그렇죠.”

“나는 그녀를 슬픔으로 이해할 겁니다.” 부영사는 말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말이죠.”

p120~121.

그는 갑자기 다른 곳에 있는, 생소한 그녀를 본다, 춤추며 날아다니는 중에 붙잡혀 핀에 꽂힌 그녀를. 때때로 그녀의 딸들이 공부하는 동안, 오후에, 그렇다, 낮잠 시간의 적막 속에서, 그는 저택의 한구석에 숨어 있는 그녀, 버려져 쓰이지 않는 한 사무실에서 몸을 웅크린 채 엉뚱한 자세를 하고 책을 읽는 그녀를 본다. 그녀가 읽고 있는 것은…… 아니, 그것이 무엇인지 보지 못한다. 이러한 독서들, 델타의 별장에서 보내는 이 몇 밤들, 곧바른 자세는 흐트러지고, 무언가가 소모되고 표현되지만 이름 지을 말이 떠오르지 않는 그늘 속으로 사라진다. 빛을 동반하는 이 그늘, 그 안에 늘 안-마리 스트레테르가 나타나는 이 그늘은 무엇을 숨기고 있나? 찬데르나고르의 찌는 듯한 도로 위를 그녀가 딸들과 차로 달릴 때, 그녀의 쾌활함은 생소해 보인다.

p122.

“아녜요, 그건…… 아무것도 아녜요…… 여기서는, 이해하시겠어요, 사는 게 힘들지도, 쾌적하지도 않아요. 말하자면 그건 다른 거예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쉽지도, 어렵지도 않아요. 아무것도 아녜요.”

협회에서는 다른 부인들이 그녀에 대해 얘기한다. 저런 삶은 어떤 걸까요? 어디서 그녀를 바로 수 있죠?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녀는 악몽 같은 이 도시에 만족한다. 잠들어 있는 물인가, 이 여인은?

p128.

“이해하시겠어요.”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인이 말한다. “모든 사람이 캘커타에서 어렵게 시작하지요. 나로 말하면, 나는 아주 깊은 슬픔에 빠져 있었어요.” 그녀는 미소 짓는다. “남편은 비탄에 잠겨 있었고, 조금씩, 날마다 조금씩, 결국 적응하게 되었죠. 비록 사람들이 불가능하리라고 믿어도 결국은 적응하게 되지요. 모든 것에. 더 나쁜 것이 있어요, 아시겠어요. 싱가포르, 아 참 구역질 나요, 왜냐하면 거기서는 하도 대비가 되다 보니……”

p134.

“어떤 여인들은 미칠 정도의 희망을 줍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는 손에 샴페인 잔을 들고, 방심한 채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있는 안-마리 스트레테르 쪽을 바라본다. “차별 없는 선의의 물속에서 잠들어 있는 것 같은 여인들…… 밀려오는 모든 고통의 파도를 받아내는 여인들, 환대하는 여인들 말이오.”

p139.

그는 편안하게 야회복을 입고 있다. 균형 잡힌 얼굴선과 자세로 착각을 주는 외관. 이름에 대한 체면…… 고통과 문둥병의 라호르, 라호르 남자의 끔찍할 정도의 절제, 그가 그 라호르에 총질을 했고, 그 위에 죽음이 녹아내리기를 기원했다.

p147.

춤이 끝난 후에도 샤를 로세트는 안-마리 스트레테르를 떠나지 않는다. 그녀는 말한다. 당신도 알게 될 거예요, 여기서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비슷해져요. 예를 들어 누구나 음악을 할 수 있어요. 유일하게 힘든 점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거예요. 그러나 보세요, 우리 얘기하고 있잖아요……

p151~152.

“내가 감히 말하지 않은 한 가지 사실이 있는데,” 샤를 로세트가 말한다……

“그에 대해서요?” 안-마리 스트레테르가 묻는다.

“그래요.”

“불필요한 일이에요.” 그녀는 말한다. “더 이상 말하지 말아요. 더 이상 그에 대해 생각하지 말아요.”

p155.

그는 사람들이 협회에서 말한 무언가를 기억해낸다. 대사가 과거에 소설을 쓰고자 했었다는 것을. 사람들은 말한다. 아내의 충고에 따라 그는 포기했지요, 그랬어요. 그에게는 체념한, 그러나 행복한 분위기가 있다. 그가 원했을 성공을 그는 가지지 못했다. 그는 다른 것을, 그가 원하지 않았던 것을, 그가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았던 것을 얻었다. 그를 사랑하기에는 너무 젊은, 그러나 그를 따라온 이 여인을 얻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중략)

시를 써서는 안 된다. 여기 이곳에, 중국에, 인도에 머무르자, 시는 아무도 모른다. 세기마다 수백만의 사람 중 10여 명의 시인만이 남을 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말자, 여기,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머물러 있자…… 그녀가 다가와 샴페인을 마신다. 그리고 방금 도착한 누군가에게 간다.

p158.

그는 라호르에 죽음만을 불러들였을 뿐이다, 그가 보기에, 다른 어떤 종류의 저주도, 라호르가 죽음 이외의 다른 힘에 의해 창조되거나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 그리고 때때로 그에게 죽음이 어쩌면 지나쳐 보이고, 비열한 믿음이거나 심지어 착오처럼 보일 때도, 그는 라호르에 불, 바다, 이미 알려진 세계의 논리적이고 물질적인 재난을 기원했다.

p162~163.

손님들은 냉소적으로, 질겁한 채 그를 주시한다. 그는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녀만을. 대사의 난처한 표정을 보고 있지 않다. 그녀는 얼굴을 찡그린다. 그녀는 미소 지으며 말한다.

“만약 내가 수락하면 끝도 없을 거예요. 그리고 더 이상 춤추고 싶지 않아요……”

그는 말한다.

“간청합니다.”

그녀는 주위에 사과하고 그를 따른다. 그들은 춤을 춘다.

“사람들이 당신에게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를 물었지요. 당신은 우리가 문둥병에 대해 얘기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은 나를 위해 거짓말을 했습니다. 당신은 더 이상 그에 대해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끝난 일입니다.”

이 남자의 두 손은 타는 듯하다. 처음으로 그의 목소리가 아름답다.

“당신은 아무 말도 전하지 않았죠?”

“아무것도.”

p164.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요.” 그녀는 말한다. “우리는 서로를 더 이상 알 필요가 없어요. 오해하지 마세요.”

“나는 오해하고 있지 않습니다.”

“나는 인생을 가볍게 생각해요.” 그녀는 손을 빼내려고 애쓴다. “그것이 내가 하고 있는 일이에요. 모든 사람이 옳아요. 내게는 모든 사람이 완전히, 온전히 옳아요.”

“추스르려고 애쓰지 마시오. 더 이상 소용없는 일이오.”

그녀는 다시 말을 시작한다.

“사실 그래요.”

p168.

“나는 남아 있겠소!” 부영사가 부르짖는다.

샤를 로세트는 그의 야회복의 깃을 잡는다.

“당신은 정말 막무가내군요.”

부영사는 애걸한다.

“한 번만, 오늘 저녁, 단 한 번만 나를 당신들 옆에 남아 있게 해주시오.”

“불가능한 일이오.” 피터 모건이 말한다. “우리를 용서하시오. 당신 같은 인물은 자리에 없을 때만 우리의 관심거리요.”

부영사는 말 한마디 없이 흐느끼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세상에 이 같은 불행이.

그러고는 두 번째 침묵이 흐른다.

p174.

무언가가 그 둘을 결속시킨다. 샤를 로세트는 생각한다. 안정적이고 결정적인 것이,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진행 중인 사랑은 아닌 듯하다. 그렇다, 그는 그가 들어올 때를 기억한다. 부영사의 흐느낌이 있기 훨씬 전이다, 검은 머리카락 밑의 어두운 눈. 사람들은 그들이 어느 저녁 ‘블루문’에서 하룻밤을 지낸 후, 찬데르나고르의 호텔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여름 계절풍이 부는 동안이리라. 사람들은 말하리라.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삶에 대한 무관심에서라고. 샤를 로세트는 막 앉으려던 참이다. 누구도 그에게 의자를 권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은밀히 지켜본다. 그는 아직도 섬의 감미로움을, 찬데르나고르에서의 저녁 산책을, 이 수많은 배려를 거절할 수도 있다. 이 안락의자에는 결코 그 남자가 앉을 수 없으리라. 샤를 로세트는 처음으로 자신이 캘커타 백인 사회라는 교구회의의 핵심에 놓여 있는 것을 본다. 그에게는 아직도 선택의 여지가 있다. 앉느냐, 떠나느냐.

p189.

그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는 햇볕에 그을린, 아주 창백한 그녀의 피부를 본다. 그는 그녀가 지나치게 마셨음을 본다. 그는 그녀의 맑은 눈 속 시선이 춤추는 것을, 괴로워하고 있는 것을 본다. 그는 순간 본다, 여기, 정말이다, 눈물을 본다.

무슨 일인가?

“아무것도 아녜요.” 그녀는 말한다. “새벽빛 때문이에요. 안개가 있을 때, 빛이 얼마나 힘든지……”

그는 저녁에 그들과 같이 가겠노라고 약속한다. 그들은 여기서, 지정된 시간에 다시 만날 것이다.

그는 캘커타에서 걷는다. 그는 눈물에 대해 생각한다. 그는 만찬회 동안의 그녀를 다시 본다. 이해하려고 애쓴다. 가능한 설명들이 스치고 지나가나 깊이 파고들지는 않는다. 대사 부인이 갇힌 시선의 유배지에서, 이 밤이 시작될 때부터, 눈물이 아침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그가 기억한 것만 같았다.

그가 여기서 해 뜨는 것을 바라보기는 처음이다. 저 멀리, 푸른 종려나무들, 갠지스 강가에는 문둥병자와 개들이 뒤섞여 이 도시에 첫 번째 넓은 성벽을 만들고 있다. 기아로 죽는 사람들은 좀더 멀리, 북쪽의 조밀한 밀집 지대에서 마지막 성벽을 만든다. 빛은 어슴푸레하다. 이 빛은 다른 어느 빛도 닮지 않았다. 끝도 없는 고통 속에서, 단위별로 도시가 깨어난다.

p201.

긴 침묵이 흐르고, 이 침묵은 샤를 로세트가 문손잡이에 손을 댈 때, 갠지스강에서 헤엄치는 미친 여자에 대한 불편한 몇 마디로 중간에 끊긴다. 그녀는 궁금증을 일으킨다. 그녀를 보았는가. 샤를 로세트는 묻는다.

아니다.

밤에 노래 부르는 이가 그녀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는가?

아니다.

그녀가 거의 언제나 해역 안에, 좀더 멀리, 갠지스 강가에 있다는 것을, 그녀가 언제나, 본능적으로, 백인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는 것을, 그러나 기묘하게도…… 결코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는다는 것을……

“진행 중인 삶 속의 죽음,” 마침내 부영사가 말한다. “그러나 결코 만나지지는 않는 죽음? 그것이오?”

그것이다. 아마도, 그렇다.

p203.

그들은 물의 나라에 있다. 물과 물 사이의 경계에 있는 만灣에서 이 물들은 벌써 초록빛 바다 거울과 뒤섞인다.

p218.

그들은 포옹한 채 그렇게, 있다, 바로 이 입맞춤 안으로 ― 그것은 그가 예상했던 일이 아니었다 ― 부조화의 고통, 막연하게 예감되었으나 이미 시효가 지난 새로운 관계의 뜨거운 상처가 들어온다. 혹은 그가 다른 여인을 통해, 다른 시간 속에서 그녀를 이미 사랑했던 것 같은, 그러한 사랑의 상처…… 어떤 사랑?

p220.

그는 그녀가 해체될 때까지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가 떠나온 그리고 고통의 존재를 배운 그녀가 돌아가야 할 베네치아, 그 베네치아의 한가운데 놓인 그녀 시신의 두 눈, 그 구멍 뚫린 동공으로 침묵하고 앉아 있는 그녀를 볼 때까지.

p228.

당신에게 말할 만한 이유도 없이 나는 울어요. 마치 고통이 나를 가로지르는 것과도 같죠, 누군가가 울어야 해요. 마치 그 누군가가 나인 것처럼.

그녀는 그들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아마도 아주 가까이에 캘커타의 남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녀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만일 그녀가 눈물을 흘렸다면…… 아니다…… 그녀는 다시 울기에는 너무 오래된 고통에 지금 갇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p231.

초록빛 물속의 우윳빛 그림자. 샤를 로세트는 바라본다. 별장에도 정원에도 사람이라곤 없다. 그녀는 헤엄치고 물 위에 머무른다. 파도마다 물속에 잠긴다. 아마도 잠이 든 채 혹은 바닷속에서 울고 있는 채로.

돌아가 그녀를 다시 볼까? 아니다. 인격을 박탈하는 것은 눈물일까?

p255.

독자들은 뒤라스의 작품 제목인 <파괴하라, 그녀는 말한다>(1969) 혹은 영화 <화물차>(1977)의 나이 든 여인이 한 말, “세상은 스스로 상실을 향해 가야 해!“ 라는 대사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부영사의 파괴적 행위는 파괴되지 않고는 수리될 수 없는 어떤 것, 인도차이나로 대변되는 고통의 깊이, 그렇지 않고서는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백인 사회의 부조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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