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우주 먼지
옐레나, 네가 이 편지를 보았으면 좋겠다가도 영영 보지 못했으면 좋겠어. 네가 이걸 읽고 있다는 건 내가 돌아오지 못했다는 뜻일 테니까. 나는 아직 너와 하고 싶은 일이 많아. 약속을 미루면서 했던 다음에 하자는 말, 늘 진심이었어. 그런데 아주 당연한 사실을 잊고 있었더라고. 다음이라는 건 당연히 찾아오는 게 아닌데 말이야. 특히나 우리가 하는 일에서는
“이제 그만하자. 나 더는 못 하겠어. 젠장! 너는 내 동생이라고.” 높아진 언성과 다르게 나타샤 로마노프는 화를 낼 기운도 없이 지쳐있었다. 찰나의 순간 얼굴에서 묻어난 피로감 때문이었을까. 옐레나는 난데없는 이별통보에도 나타샤에게 다시 생각해보라며 매달리거나,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되레 화를 낼 수 없었다. “그게 다야?”
* 문체 압수 해시태그 (스킨십 삽질 금지, 한자어 적게 쓰기) 옐레나 벨로바는 제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나타샤의 환상을 보지 않은 것도 벌써 10년이었다. 나타샤 로마노프가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마다 그럴 리가 없다고 반박해온 그였지만, 먼 우주 어딘가로 사라진 나타샤를 다시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옐레나는 다시 아무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