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산들바람의 애가
여자는 문득 눈을 떴다. 서늘한 밤이었다. 그를 깨운 것은 창문 밖에서 몰아치는 빗방울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간절기의 시작을 알리는 폭풍우였다. 밤이 긴 때의 서막이 으레 그랬듯 새벽의 기온은 낮았다. 코로 들이마신 냉기 서린 공기에 마른기침을 몇 번 터뜨린 여자가 침대에서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창문이 매서운 바람과 부대끼며 덜컹거렸다. 마른
나는 사람이 일평생 살아가며 겪을 수 있는 기묘한 이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이제 마법은 언어가 아닌 체계가 되었으며,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고, 장성과 군주가 영토를 다스리는 시대에 미지未知가 어디 있겠는가? 여전히 필부들은 영웅과 서사시에 대해 떠드나 무릇 세계는 정해진 이치로 돌아가는 법이거늘, 그네들이 믿는 전설이란 시대를 거쳐 부풀려
잘 지내고 있니? 나는 잘 살고 있어. 요사이는 날씨가 퍽 좋아서, 맨발로 풀숲을 거닐다 보면 햇살이 이파리에 스며드는 게 느껴질 지경이야. 구름은 잿빛을 띄는 날이 없고, 언제나 그렇듯이 바람은 상냥하지. 네게 보낼 편지를 쓰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얼마만이지? 백 년? 천 년? 혹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래. 아주 오랫동안 너는 떠돌고 나는 정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