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산들바람의 애가
여자는 문득 눈을 떴다. 서늘한 밤이었다. 그를 깨운 것은 창문 밖에서 몰아치는 빗방울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간절기의 시작을 알리는 폭풍우였다. 밤이 긴 때의 서막이 으레 그랬듯 새벽의 기온은 낮았다. 코로 들이마신 냉기 서린 공기에 마른기침을 몇 번 터뜨린 여자가 침대에서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창문이 매서운 바람과 부대끼며 덜컹거렸다. 마른
나는 사람이 일평생 살아가며 겪을 수 있는 기묘한 이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이제 마법은 언어가 아닌 체계가 되었으며,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고, 장성과 군주가 영토를 다스리는 시대에 미지未知가 어디 있겠는가? 여전히 필부들은 영웅과 서사시에 대해 떠드나 무릇 세계는 정해진 이치로 돌아가는 법이거늘, 그네들이 믿는 전설이란 시대를 거쳐 부풀려
나는 오래도록 헤매고 있었다. 아주 지독하게. 모험에는 목적이 필수불가결하므로, 나의 여행은 예컨대 방랑이었다. 목표 따위 없었으며 이루고 싶은 것을 구태여 꼽자면 도망 뿐. 발 닿는 대로 그저 떠돌고, 내키는 대로 싸웠으며, 이 모든 것은 나의 의무를 위한 일이라며 자위했다. 의무, 그래. 그 빌어먹을 의무! 그것 하나가 나를 살게 했지. 나의 손에
목동은 지친다. 제아무리 하루종일 양을 몰 수 있다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숨바꼭질을 한나절 내내 해대는 일은 그의 체력에도 무리였다. 지팡이를 쿵 소리 내며 짚은 청년이 가쁜 숨을 고른다. 뺨은 이미 딸기주 색으로 물든 지 오래였다. “저, 정말 돌려주실 생각이 없으신가요…?” 이제는 숫제 애원까지 하는군. 기사의 자존심이고, 에버그린의 이름이고,
맞바람은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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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은 거칠고,
산들바람은 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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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그대여 끝없이 내달릴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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