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람은 유하며,

번외: 목동은 지친다.

목동은 지친다. 제아무리 하루종일 양을 몰 수 있다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숨바꼭질을 한나절 내내 해대는 일은 그의 체력에도 무리였다. 지팡이를 쿵 소리 내며 짚은 청년이 가쁜 숨을 고른다. 뺨은 이미 딸기주 색으로 물든 지 오래였다.


“저, 정말 돌려주실 생각이 없으신가요…?”


이제는 숫제 애원까지 하는군. 기사의 자존심이고, 에버그린의 이름이고, 당장 일신의 안녕이 우선 아니겠는가? 혹은 작전을 바꿨을지도 모르겠지. 안내자가 한 말처럼 이곳의 요정들은 어지간히도 빨랐다.


“아—아아. 아니어요. 이제는 정말 모르겠군요! 그 창, 가져가시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세요!”


그리고는 아예 벌렁 드러누웠다. 이것으로 확실해졌군. 이건 알레이 에버그린의 나름–머리쓰기–작전으로, 창을 절대 내놓을 리 없는 이 맹랑한 목동의 기만책이었다. 그가 고향에서 수없이 겪어본 장난꾸러기들의 표본에 따르자면, 요 녀석들은 외려 절절대며 매달리던 사람들이 흥미를 딱 끊었을 때 저들이 매달리곤 하거든. 그러니까 밀고 당기기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밀어버릴 때—!


흘끔, 녹빛 눈동자가 요정의 기척을 살핀다. 살금, 살금, 살그머니 다가오는 자그마한 발걸음 소리를 듣자마자 번개같이 몸을 놀려 덮쳤다. 딱 드러눕고 싶을 정도로 기운이 다한 것은 사실이었으므로 이번에도 놓쳐 버린다면 다른 몸이 날랜 사람들에게 싹싹 빌기라도 해야겠지.


아, 모르겠다! 알레이는 그런 걱정 따위 하지 않기로 했다. 손에 무언가 잡힌 느낌은 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것이 분신이 아닌 본체이기를 바랄 뿐.


“절 바보라 부르셔도 좋아요! 하지만! 제 창만큼은 돌려주셔요!!!”


목소리는 합격이다. 과연 이 기운찬 목동은 마지막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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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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