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GO
유료

첫번째 회식

해피시공칼데아

FGO by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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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종장까지 스포 주의

-원래 썼던 글 수정해서 올립니다. 전체적으론 같은제 조금 다름(이러기)

-대략 5000자

-아래 유료결제는 원래 썻던 글입니다. 부끄러워서 결제올림

인리 수복 후 약 4개월.

칼데아 소속 스태프들과 후지마루 리츠카를 비롯한 수많은 영령들의 노력으로 로마니 아키만이 살아 돌아왔다. 어리둥절하게 소환진 위에 서 있던 그를 주먹으로 맞이해준 스태프들은 미뤄두었던 것을 해야 할 시간임을 깨달았다.

인리를 수복하던 기간 약 1년. 언제 적성반응이 나타날 지 모르며, 갑자기 솔로몬-게티아-측이 쳐들어와도 딱히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모든 스태프들은 언제나 신경을 곤두세우며 살아왔고 카페인에 찌들어 살아왔다.

현대인의 3대 마약인 카페인, 니코틴, 알코올 중에 허락되는 것은 단 한 종류 뿐었기에. 아무래도 밀폐공간에서 담배냄새 풍기는건 좀.. 이란 건의사항을 시작된 강제금연~1n개월차~자들은 애써 카페인을 마셔댔으며 강제금주~1n개월차~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두가지 전부 안 하던 사람들도 즐길것도 없고 잠도 못자니 카페인만을 들이켰다. 그런 상황에서 떠올릴 만한 것은 하나.

그래, 스태프들은 긴 시간 이어진 금주를 깨야할 때임을 깨달은 것이다.

로마니 아키만이 평화롭게 칼데아에 안착하고 난 뒤의 눈물바다가 끝나고 약 세 시간 뒤, 스태프들이 떠올린 생각이었다. 뫼니에르는 후에 이 때 자신들은 제정신이 아니었음을 자백했다. 1년간 믿고 따르던 상사가 갑자기 죽어버린 상황이었다. 써야할 보고서는 칼데아 회의실 한 개를 가득 채웠고, 처리해야할 일은 너무나 많았다. 무엇보다 남아있던 유일한 상사가 세계 구하겠다고 자살해버렸다. 할 일은 많았는데 그걸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적었다.

스태프들은 약 4개월간 카페인에 쩔어있었으며, 그 상태에서 과한 자극을 받자 그대로 돌아버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후지마루 리츠카는 이해하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다고 할까. 로마니 아키만이 죽은 뒤 4개월간 미친듯이 소환진만 파고들었던 인류 최후의 마스터는 모든걸 이해할 수 있었다.

" 후지마루, 마슈. "

" 네? "

" 닥터를 가져가도 되겠니? "

" 아, 네! "

" 아니, 난 물건이 아니니까?! "

당신은 거부권이 없습니다.

후지마루 리츠카와 마슈 키리에라이트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태프들은 마주 웃으며 로마니 아키만을 양 옆에서 연행하기 시작했다. 졸지에 양 팔이 잡혀 뒤로 질질 끌려가는 로마니는 발버둥치지만.. 20명의 순수 무력을 이기긴 마술왕이라도 무리였다. 리츠카들은 웃으며 애도의 인사를 보냈다. 우린 그걸 스불재라 하기로 했어요, 닥터.

***

로마니 아키만은 당황스러웠다. 아마 대충 몇 달 전, 자신은 최후의 방법을 썼다. 이걸로 인리가 복원될거야! 라고 할 수 있을정도의 마지막 키였다. 예상대로 게티아는 불사성을 잃었고, 리츠카가 제대로 쓰러뜨리는 것 까지 보았다. 겸사겸사 마슈와 함께 하늘을 보는 것 까지 보고 만족스럽게 눈을 감은 시점이었는데...

어디선가 불륜정도는 가뿐하게 저지를 것 같은 유감스러운 목소리로 '슬슬 일어날 시간이야, 로마니' 라고 부르는게 귓가에 맴돌았다. 정확히 3초에 한 번씩 내뱉어지는 말에 짜증나서 일어났다고 하는 쪽이 더 정확하겠지만.

그러니까 로마니는 그냥 잠 한 번 개운하게 자고 일어났을 뿐이다. 그런데 이젠 진짜 마지막이라며 필사의 각오로 이별하고 왜인지 분위기를 타서 부끄러운 말도 많이 했던 사람들이 눈 앞에 서 있던 것이다. 그것도 엉엉 울면서. 에, 하며 멍하니 서있다가 부끄러움에 얼굴을 묻어버리기 직전.. 정신차리고 보면 마슈와 리츠카가 달려와서 거칠게 한 대씩 때리고, 껴안고 엉엉 울고있었다.

에, 무슨상황?!

레오나르도에게 시선으로 격렬하게 설명을 요구하자, 깔깔 웃더니 등짝을 한 대 때렸다. 가볍게 아파! 적당히 해준 설명을 듣자면 4개월간 죽도록 노력해서 인류를 구한 나를 영웅으로 만들어서, 열심히 모아둔 성배 7개를 전부 때려부어서 소환했다는 단순한 이야기였다. 전혀 단순하지 않은데말이지. 이거 한 문장으로 축약해도 되는거야? 싶을 정도의 내용이었어서 로마니는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봤다. 고작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준 것에 대한 감동 절반, 고작 이런걸로 영웅취급으로 소환가능한 칼데아식 소환식에 대한 어이없음 절반이었다. 영웅의 좌, 어떻게 되어먹은거야 대체..

천장을 올려본 상태로 멍하니 안겨있으니 스태프들과 리츠카들의 합의가 끝났다. 나 굉장히 물건 취급 받고있지 않아?! 열심히 츳코미를 넣어도 이상하게 텐션 없인 스태프들이라, 로마니는 양 팔을 잡힌 채로 질질 끌려갔다.

" 닥터, 가요! "

" 어딜?! "

" 가면 알아요! "

살려줘, 레오나르도..! 친구의 정을..!

아니, 그건 받아들여야지 로마니!

레오나르도는 친구의 열렬한 시선을 무시하며 스태프들을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그러니까 그거,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라니까?

누군가는 느긋하게 걸어서, 누군가는 질질 끌려서 모두가 식당에 도착했다. 정확힌 아직 미성년자인 리츠카와 마슈, 영령들을 제외한 인간들이지만. 로마니에게도 익숙하고 스태프들에게도 익숙한 그곳은 묘하게 꾸며져있었다. 분명 눈치좋은 붉은 아처쪽이 꾸며둔 것이겠지. 여하튼, 스태프들이 모두 바쁘기에 근무표를 아무리 조정한다 해도 최대 하루에 한 번, 길면 사흘에 한 번씩 들어가던 곳이었다. 로마니는 주로 사흘에 한 번 들어가는 쪽이었지만. 소장대리는 바쁘더라고.

" 닥터의 자리는 여기에요! "

" 아, "

어쩌다 한 번. 한 달에 한 번 있을까말까한 빈도로 스태프들의 휴식시간이 겹칠 때가 있다. 급한불은 끄고 느긋하게 처리할 일만 남겨둔, 2시간이 될까 하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럴때면 다같이 식당으로 향했었다. 20명 남짓이 식당 한켠을 차지했었다. 원래 200명이 넘는 인원이 사용하는 곳이라 고작 20명이서 차지한 자리라 해봤자 그 면적은 작았지만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20명이서 식당을 가득 채우는것마냥 시끄럽게 떠들어 댔었다. 주방에서 만들어주는 음식을 한가운데 두고 떠들면서 먹었었다. 그런 시간이 몇 번 반복되자 스태프들은 지정석이 생긴 것 마냥 똑같은 자리에만 모여 앉았다. 20명이 전원 모이지 않을 때에도, 그 자리에만 앉았다. 서번트들도 어느새 그 20개 남짓 되는 자리는 건들이지 않았었다.

로마니 아키만은 다시 앉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 어떠한 표식이 없더라도 자신의 자리라 생각되는, 그런 자리. 로마니의 짧은 인생 속 몇 안되는 '돌아올 자리'. 울컥, 쏟아내 버릴 것 같은 감정을 눌러담았다. 아직, 아직은. 조금 더 이 활발함을 만끽하고 싶었다.

로마니가 앉고 얼마 안 지나 음식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익숙한듯 처음보는 음식들이었다. 메인 음식은 로스트 비프와 스테이크. 멧돼지도, 이상한 키메라도 아닌 순정 소고기에 감탄을 내뱉었다. 얼마만이야, 이거.

안그래도 이곳 칼데아에선 신선한 육류가 귀했다. 보급을 실은 헬기는 자주 뜰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그것 한 켠에 상하기 쉬운 육류를 잔뜩 실는건 아무래도 낭비였으니까. 보통은 보존식이었고, 그 보존식들이 외부와 연락이 끊겼던 1년간의 칼데아를 먹여살렸다. 중반부턴 레이시프트지에서 식료품을 수급했다고 할지라도 육류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곤 했다. 그러니까, 특히 식당의 출석률이 낮았던 스태프들을 비롯한 로마니에게 소고기는 1년만에 보는 음식이었다는 것이다.

중앙에 놓인 메인메뉴와 여러가지 곁들임 요리들. 메인이 나올 시간이긴 하지만 디저트를 좋아하는 어떤 의사를 배려하여 놓여있는 여러 케이크와 만쥬 등의 디저트들까지. 로마니에겐 익숙한 메뉴도 있었고, 아닌 것도 있었다.

아, 와이번 가라아게네.. 이거, 좋아했었지. 와이번 가라아게가 나올 때 로마니의 식당 출석률이 높았던 것을 기억한걸까. 주방의 수호자는 당당하게 로마니 자리에 가까운 곳에 그것을 배치했다. 인기있는 메뉴인데 중앙이 아닌걸보면, 분명한 배려였다. 로마니는 그에 미소지었다. ..그리웠어, 이것들.

" 회식 분위기를 망치고 싶진 않지만.. "

" 네? "

" 나, 와인 한 잔에도 취하니까. "

" 사람이세요? "

너무하네

로마니는 흐르지 않은 눈물을 훔쳤다. 솔로몬일적부터 알코올에 약했다. 그 땐 그나마 마술로 실시간으로 분해시키거나, 독성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거 할 줄 모르니까. 그거 게티아가 해준거였고. 로마니가 입술을 삐죽 내미는걸 본 스태프들은 그의 앞에 놓여있던 와인잔을 치웠다.

로마니는 괜히 약 10년 전이 떠올랐다. 인간이 된 기념으로 빌리와 한 잔 했고... 와인 한 잔만에 얼굴이 새빨개져서 휘청거리는 걸 보고 술이 금지당했었다. 필름이 끊겼던 그 때의 기억은 아직까지 생각나지 않았다.

" 와 이거, 1nn만원짜리 아니에요? 와... 이걸 마셔보네. "

" 후후.. 올가마리 소장님 방에 있던걸 훔쳐왔지. 하하하!! 주인따위 없으니 이건 우리 칼데아의 것이다! "

" 와아악!!!! "

스태프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구경도 못해본 양주들의 향현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소장 방에 멋대로 들어가 가져왔다고 말해도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로마니는 경악했지만. 옆에 앉은 레오나르도 또한 깔깔거리며 양주를 받았다. 비싼건 때깔부터 다르다고, 딱 봐도 부드러워 보이는 술에 침을 꼴깍 삼켰다.

" 영광의 첫 건배사는 역시 닥터가! "

" 그거 그냥 부담돼서 넘기는거잖아!! "

한국인 스태프의 말에 로마니는 얼떨결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달콤한 사과주스가 담겨있는 잔을 들고 새빨개진 얼굴로 말하는 그에 모두가 깔깔거렸다. 뭔가 대단한 건배사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냥 이 기쁨을 만끽하고 싶은 것이겠지.

" 그거 그냥! "

" 부담돼서 넘기는거잖아!! "

" 왜 해달라한건데! "

로마니의 외침에 다같이 웃었다. 칼데아에 멋따윈 필요 없다. 그저 이 순간만을 즐기면 된다. 그 순간이 멋지든, 찌질하든 언제나 그들은 칼데아일 것이다. 그들이 만든 칼데아는 그런 곳이었으며, 그런 곳일 것이다. 로마니 또한 이를 알았기에 얼굴울 붉히다가도 이내 웃었다. 멋진 건배사는 아니지만, 이정도면 꽤나 훌륭한거 같은데! 하면서.

앞에 놓은 음식들을 하나 둘 먹어가며 어른들만의 시간을 보냈다. 영령들도, 마스터도 마슈도 없는 칼데아 스태프들만의 시간을. 이 귀한 시간을 단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 웃으며.

그렇게 닥터 로망의 귀환 첫날의 밤이 져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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