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GO

Fate: Romantic

로마니아키만(릴리)가 페제로 감

FGO by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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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판(36000자)

-fate/Grand Order의 1부 종장, fate/Zero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로마니 아키만은 자신의 전생을 기억한다. 그걸 전생이라 해도 될까, 싶긴 하지만. 현재보다 미래의 시점도 있고, 과거의 시점도 있었다. 과거 라기엔 애매한가.

 뭐, 현생의 이름도 외관도 전생의 '닥터 로망'일 때와 같아서 잘 모르겠지만. 살짝 분홍빛이 띄는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 로마니 자신이 좋아하는 색이었다. 애써 서로를 보지 않으려 한 아비의 색이며, 죽을 때까지 그 사랑을 알아채지 못한 어미의 색이었다.


 그러고보면, 현생의 부모 중 녹색 눈동자를 가진 사람은 없을텐데. 어디서 온 걸까, 이 눈동자는.

 


 로마니는 현재 서류 상의 부모들을 그리 부모로 인정하지 않았다. 저번에 얻은 상식으로 봤을 때, 9세 남아를 밥도 안 주고 방치하는 게 부모는 아니었다. 그래도 학교는 다니고 있어서, 그나마 점심이라도 먹고 있다. 가끔 돈을 가져가도 놀라지도 않으니까. 그들이 그러는 이유는 예상이 된다. 그렇기에, 자신에게는 그 양육자들을 비판할 권리가 없다.


 학교가 끝나 하교를 하는 중이다. 동급생 중에 친구는 없다. 정신이 30대면 9세 아이들과 어울리기 힘든 편이다.


 가끔 칼데아의 복작복작함이 생각나 외롭긴 하지만, 괜찮다. 집에서 마력이 빠져나갈 수 없는 결계를 치고 소환술 연습을 하는 중이니까.

 로마니의 목표는 아주 작다. 눈꽃과도 같은 소녀. 사람이 정해 준 운명을 살아가다가, 후에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갔던 그 작은 소녀를 만나고 싶었다.

그 소녀가 좌에 있는지는 모른다. 그래도 세상 한 번 구했는데. 그 정도면 좌에 있어도 되지 않을까.

로마니는 그저 그 소녀를 만나고 싶었다. 아무리 3000년 전의 자신의 기억이 있다지만, 이 몸의 마력 회로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대기 중 마력도 너무나 부족해서 무언가의 도움이 없는 순수한 소환을 하는 것은 아직 무리이다.

 아마, 앞으로 몇 년만 더 연구를 한다면 영령소환을 할 수 있겠지. 성유물이 없으니 소녀가 올 지는 모르겠지만. 으음.. 로마니 아키만의 영혼을 성유물이라 우기는 건.. 좀 그러려나.


 천천히 걸어가며, 머릿속으론 술식을 고친다. 이미 여러 번 했던 방식이라 이제는 익숙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도착한 집에 창문을 열었다. 문의 열쇠따위, 갖고 있지 않으니까. 술식으로 문을 여는 건 뭔가 도둑 같아서 양심에 찔리지만, 창문을 여는 건 왠지 괜찮을 것 같았다. 뭐, 도둑 같아 보이는 건 이쪽이겠지만.

 하지만 문을 열어두고 나갈 수 도 없는 법. 로마니는 오직 이 시간을 위해서 아침마다 창문을 열어두고 나온다.


 집에 자신의 방은 없지만, 창고로 쓰이고 있는 방에서 지내고 있다. 바닥엔 소환진까지 그려뒀다. 성배나 칼데아 시스템의 도움을 받지 못하니까, 조금 더 복잡하게 만들어 뒀지만. 지금 양육자는 마술회로라곤 조금도 없는 완전한 일반인이니까 아마 괜찮을 것이다. …아마.

 밟고 지나가거나.. 근처에 마력 반응이 거세게 있다면 발동할 수도 있지만, 그럴 확률은 극히 적으니까.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사람방지의 마술 또한 펼치고 있으니 괜찮지 않으려나. 양육자들은 내가 머문다는 것을 알고 이곳에 들어오지 않으니까. 응, 괜찮아!


 오늘은 뭔가 느낌이 좋아. 영창을 하라고 영혼이 외치고 있는 느낌이랄까. 혹시 마슈가 나올 수도 있고. '인연'은 충분할테니까. 타 서번트들이 나올 확률은 적을 뿐더러, 애초에 아직은 소환을 못하니까… 영창을 할거다.

 

 

" 고한다.

 그대의 몸은 나에게, 나의 운명은 그대의 검에

 성배의 인도에 따라 이 뜻, 이 이치에 따른다면 대답하라.

 맹세를 여기에.

 나는 온 세상 모든 선을 이루는 자, 나는 온 세상 모든 악을 베푸는 자

 그대 삼대 언령을 두른 일곱 하늘.

 억지의 윤회로부터 오라, 천칭의 수호자여. "



 역시 느낌은 착각이었… 하?!


 번쩍, 하고 나온 금색 빛에 로마니는 당황했다. 아니, 이게 소환된다고?!

 

 그러고보니, 이곳은 후유키이다. 전통적으로 후유키는 성배전쟁의 배경이고. 성배전쟁. 서번트를 소환해 성배를 차지하는 전쟁이다. 전생의 자신도 그곳에 참여하여 인간이 되었고.

 눈치채지 못하고 천리안으로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았던 내 잘못이지.. 로마니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성배가 불러내는 서번트는 보통 정해져 있으며, 로마니가 원하는 그녀는 성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괜히 대부분의 성배전쟁에 아서왕이 나오고, 빛의 왕자가 나오는 게 아니라니까.


 이미 발동 된 소환진은 결코 중지시킬 수 없다. 술자 자신에게도 큰 타격이 오니까.


 로마니는 제발, 제발 그녀가 오기를 빌었다. 혹시, 내가 소환했다는 걸 알면 올 수 도 있지 않을까.



 " 캐스터, 길가메시. 우르크의 위기에 응하여 이 모습으로 현계했다. 네 녀석의 소환에 응한 게 아니다. 기어오르지 마라, 잡종. "

 "  하?!  "


  우르크, 지금은 안전하니까.. 돌아가줘...




***

 

 

 

 

 " 호오, 그렇군. 이번 소환에 특별히 응하고 싶었던게.. 흐음. 로마니 아키만. 한 번 더 소환해 볼 의향은? "
" 네, 없습니다! 없어, 없다고! 애초에, 왜 소환된건데, 길가메시 왕..!! "



 아마 이번에 소환하면 1500년동안 살아있던 몽마라던가 그랜드캐스터라던가 멀린이라던가가 오겠지. 분명 왜 자신만 빼고 모이냐고 찡얼거릴거야. 그렇게까지 오고 싶다면, 걸어서라도 오라고. 이론상 소환진 없이도 걸어올 수 있는 살아있는 존재잖아.



 " 하아.. 일단, 교회에 가자. 성배전쟁이란 건 그곳에서 관리하니까. "
" 짐은 그 신부를 만나고 싶지 않다만. "



 로마니는 뒤로 돌아 걸어가다가 멈췄다. 천리안 소유자가 하는 말을 허투로 넘겨서 좋은 것이 없다. 본 것을 전부 알려주지 않는 그들은, 그저 힌트 만을 던져준다. 그것을 눈치채는 것은 청자의 몫이라는 듯.

 

 자신의 천리안은 마력소모가 너무 심해서 술식을 이용하여 잠시 잠궈두었으니… 거의 다룰 수 없다. 감정을 얻은 지금, 그것들을 보고 유지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고.

 그래도 아주 가까운 미래는 잠깐이라면 괜찮겠지만. 으음.. 교회에 갔을 때의 미래가 보이지 않네. 죽었을 확률이 높은거겠지. 이레귤러는 용납하지 않는 거구나. 응, 이건 가지 말자.



 " 좋아. 안갈래. "
" 그럼, 그곳으로 가야겠군. "
" 거기? 거기 갔을 때 좋은 미래를 보지 못했는데. "
" 호? 그래서 안 가겠다는건가? "



  그건... 무리겠죠 아무래도… 길가메시왕은 하고자 한 건 이루니까..

 일단 마스터들이 모여있는 곳에 가긴 해야했다. 성배전쟁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알려야 하니까. 실수로 소환한 서번트 한 기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하고 있다니.

 


 로마니는 길가메시왕에게 안겨서 항구로 날아갔다.


 역시 가고 싶진 않지만,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우선 알려야 하니까… 그리고 길가메시왕… 성배에 의해 소환된 것 같지 않은걸. 아무래도 성배의 탓에 후유키 자체에 마력이 많아진 듯 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사람이 많이 죽었던데. 아무튼, 덕분에 풍부해진 마력이 어느정도 작용을 한 것 같다. 자세한 건 분석해봐야 알겠지만.


 하지만 분석을 위한 도구같은거, 지금은 없으니까.. 내 마력만 있다면 길가메시왕은 계속 있을 수 있을테니, 나중에 판단하면 되겠지.

 


 " 도착했다. "
" 그럼 우선 지켜보는게... 잠깐, 길가메시왕! "



 대충 보기에도 심각해 보이는 분위기에, 로마니는 지켜보는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역시 현왕인 길가메시여도 길가메시라는 것일까. 길가메시는 일부러 그늘에서 몸을 드러냈다.

 마스터의 말 좀 들어주는 건 어때, 길가메시왕… 저쪽에 전성기 시절의 자신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상황 파악 정도는 하게 해주면 안될까. 지금 내가 천리안을 다루지 못한다는 거 알고 있으면서.



 " 짐 없이 즐거운 파티를 하고 있었나 보군. "



 현왕, 길가메시는 영웅왕 길가메시와 아르토리아, 디어뮈드, 이스칸달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여기서 봐도 저기 분위기, 망한거 같은데. 저기에 저 사람을 끼얹어도 되는 걸까.. 눈치가 없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온 자신이지만, 이게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 하나는 알 것 같았다.



 " 똑 같은 서번트가... 두 명? "
" 흠? '나'인가. "
" 전성기의 '나'인가. "

 


 로마니는 이 망한 분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벗어나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되겠지..! 마슈, 나에게 힘을 줘..!!



 " 길가메시왕! 같이 가자니까! "



 그렇게, 항구에 모여있던 서번트들과 마스터들은 어린아이 한 명이 나와서 더 놀랐다.

눈치가 있는 척 하지만 역시 전혀 눈치가 없는 로마니는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




***




 " 큼, 저는 로마니 아키만, 여기 있는 현왕 길가메시의 마스터입니다. "



 한 어린아이가 구석에서 나타났다. 서번트의 진명은 물론, 마스터까지 나서서 자신을 설명하는 풍경에 성배전쟁에 참여한 마스터들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곳에 있는 마스터들은 성배전쟁에 참여한 상대 마스터를 대부분 알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마스터들 중 그 누구도 파악하지 못한, 말 그대로 이레귤러의 마스터. 그 자체가 위험한 존재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아처의 마스터인 토오사카는 자신의 딸 또래의 남자아이가 참여하는게 맞는지, 있는지도 몰랐던 윤리관을 따져들었다.

 

 자신이 최연소 마스터일 것이라 생각했던 웨이버는 이런 상황이면 차라리 정신을 잃는 편이 낫지 않을까, 란 생각까지 갔다.



 " 그리고, 저는 성배전쟁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알리러 왔습니다. "

 " 무슨, 그럼 성배엔 관심이 없다는 말입니까? "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성배의 선택을 받은 자 들은 다들 이루고 싶은 것이 있었다.

 무엇보다, 성배전쟁에 참여하는 서번트들은 다들 자신의 의지로 성배에 소원을 빌어 무언가 이루기 위해서 온 것이었다. 마스터들이 공통적으로 갖고있는 생각이었다.


 물론, 이 성배전쟁에서 진정으로 성배를 원하는 서번트는 얼마 안 되지만. 그걸 모르는 마스터들에겐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 네. 이루고 싶던 소원은 이미 이뤘으니까요. "



 로마니의 말에 모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성배를 통하여 빈 것 같은 데. 지금껏 이루어진 3번의 성배전쟁의 승리자라고 말할 수 있는 마스터는 딱히 없었다. 그러니까 4번까지 열렸지.



 " 당신은 이미 성배를 사용했다는 뜻인가요? "
" 그건, 직접 알아봐야지. "



 아르토리아의 질문에 로마니는 웃으며 말했다.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뒤를 도는 모습에 남겨진 사람들은 의문에 휩싸였다.

 그래서, 성배를 사용했다는 거야 안 사용했다는거야.



 " 길가메시왕, 이제 가자. "
" 잠깐 기다려라, 로마니 아키만. "
" 할 말이 있다면 직접 와줘, 그러니까…아처. "


 

  뭐하는 사람이기에, '저' 길가메시의 말에 저런 대답을 할 수 있는지. 토오사카 토키오미는 진심으로 저 작은 아이와 대화해보고 싶었다.

 

 

 

 ***




 로마니는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분위기, 장난 아니었지... 로마니가 중얼거린 말에 길가메시는 큰 소리로 웃었다.

 

 떤 것 치곤 상당히 잘 털었다, 의사.

 이젠 의사 아니거든!



 " 그럼 우선, 네가 지낼 집부터 알아봐야겠군. "
" 나는 지금 집에 만족 하는데? "
" 짐이 싫다! "



 그거라면 어쩔 수 없지. 아무래도 길가메시왕이 지내기엔 조그맣긴 하니까.


 아마 그것 때문 만은 아닐테지만, 환생한 후에 인간의 대우를 받지 못해 인간 경력은 저번과 전혀 바뀌지 않은 로마니 아키만은 눈치채지 못했다.


 ***




 아무리 비인간적인 놈이라도, 동포를 그런 곳에 처박아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길가메시는 보물고 내에 있는 약간의 재물로 호텔을 빌렸다. 가장 윗 층, 스위트룸이었다.

 너무 넓어진 집에 당황한 로마니를 구경하는 맛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



 " 그럼 길가메시왕, 뭘 하고 싶어? "
" 흠? "



 로마니는 침대에 걸터앉아 길가메시에게 물었다. 집에서부터 갖고 다닌 란도셀이 품에 안겨있었다.



 " 뭐든 할 수 있잖아. 당장 나를 죽이고 좌로 돌아갈 수도 있고. 성배가 있으니 수육할 수도 있고. "

 " 고작 수육 따위에 짐의 재보를 쓸 것 같나, 이 짐이? "

 " 그건 아니지만. "



 성배같은건 어른이 된 로마니가 가볍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이었으니, 아무래도 그 때 까지 기다리는 게 더 나아보이긴 했다. 뭐, 저 길가메시왕이 로마니의 마력만으로 현계한 경우에만 성립되는 것이지만.



 " 어차피 지금 후유키의 대성배는 망가져있다. "

 " 에, 정말? "

 " 몰랐던 주제에 성배전쟁을 포기한건가, 네놈. "


 길가메시가 타박하듯 꺼낸 말에 로마니는 어색하게 웃었다. 다시 전쟁 따위를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면 혼나겠지...



 " 망가진 성배를 두고 싸울 필요는 없다. 그래서 네놈의 기권을 말리지 않은 것이다. "
" 으음.. 그럼 전성기의 왕님은 왜 싸우는 거야? "
" 네 놈이 조금만 더 나이가 많았더라면 짐도 싸웠을 것이다. 재보를 뒤로하고 발을 뺄 수는 없는 노릇이니. "

 


 그냥 보물고를 채우고 싶었던 거구나, 영웅왕...

이건 어려서 다행이라 생각해야할 지. 더 이상 전투따위 하고싶지 않았으니까 말이지.


 " 로마니 네 놈, 저번에 혼자 그렇게 즐겨놓고. "
" 윽, 나는 승리하는 싸움만 하니까. 싸움을 시작했으면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
" 호? "

 " 솔직히 즐기긴 했습니다. "



 빤히 쳐다보는 길가메시의 눈을 피하며, 로마니는 고개를 푹 숙였다. 관위라는 특성 상, 쉽게 소환될 수 없었던 자신이었다. 성배전쟁은 정말 오랜만의 전장이었고.. 아예 즐기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그 당시엔 자각하지 못했지만.

 뭐, 바로 그 직후 몇 년동안 혼자만의 전쟁을 계속해 왔으니까. 이제는 전쟁따위, 질렸다고. 너무 오래 같은 걸 하면 질린단말이지.



 " 쯧. "

 " 아하하... "



 로마니는 뒷목에 손을 올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 로마니 아키만 특유의 포즈에, 길가메시는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 네 놈의 마력이 회복되면 해야할 일이 있다. "
" 아니 그건 안 하고 싶은데… "



 길가메시는 고개를 저었다. 인간경력이 너무 짧은 나머지, 인간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못하는 놈이군.

 먼 옛날, 천리안으로 세상을 보았다 해도 그것은 단지 '본 것'에 불과하다. 인간의 참과 그릇됨을 판단하기엔 부족하지. 로마니 아키만으로 살아왔다고 해도, 그의 주변의 인간들은 너무나 선하기만 했으니. 부족할만도 하지.



 " 잘 들어라, 로마니 아키만. "
" 응? "
" 네 놈 생각만큼 인간은 단순하지 않다. 네 놈이 기권을 외쳤다고 하더라도, 그걸 곧이곧대로 믿은 자는 얼마 없을 것이다. 있다고 해봤자 그 어린 놈 뿐이겠지. "
" 공명씨? 공명씨가 믿는다면 다들 믿을 텐데. "
" 바보같은 놈. "


 

 길가메시의 말에 로마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뜻인지 대강은 이해 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외관은 어린아이 그 자체인데. 여기서 자신에게 살의를 불태운다면 그 인간을 인간이라 해도 되는 걸까나....

 


 " 그것이 인간이란 것이다, 로마니 아키만. "
" 에... 칼데아의 모두들은 안 그랬는데.. "
" 네 놈의 전 마스터를 떠올려봐라. "
" 음... 빌리라면.. 마스터는 약하지만 서번트는 강하니까. 동맹을 맺은 다음에 마지막에 죽이겠지. 그게 가장 승률이 높으니까. "



 길가메시는 나오는 한숨을 막지 않았다. 선악을 구분하지 못하다니. 쯧, 8년간 아무것도 늘지 않았군.

 모든 인간이 선하다고 믿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거늘.



 " 네 놈이 위험한 이유다. 그게. "

 " 으응? "

 " 누군가에게 뺏기기 전, 뺏거나 죽인다. "



 무언가 깨달은 표정으로, 로마니는 길가메시를 바라보았다. 지독히도 인간의 선함을 믿었다.

드디어 알았냐며 타박하는 대신, 한숨을 길게 내쉰 길가메시는 다시 로마니를 바라보았다.



 " 그리고, 그 몽마놈은 안 부르다간 걸어올테니. "
" ...그럴 거 같긴 해. "



 로마니는 앓는 소리를 내며 침대에 엎어졌다. 천리안의 마지막 아이, 멀린은 어떻게 자신을 두고 놀 수 있냐며 칭얼댈 테니까. 다시 생각해도 짜증나네, 그 밥벌레.

 걸어올 수 있으면서 굳이 소환해야 오는 건, 자신의 마력으로 현계하긴 싫다는 걸까. 차이도 얼마 없을텐데 말이지.



 " 흐음.. 아마, 멀린이라면 지금도 소환할 수는 있어. 대부분의 마력은 그쪽이 부담할거니까. "



 길가메시는 당장 소환하라는 듯 고개짓했다. 로마니는 한숨을 폭 쉬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러고보니 내일 내야 할 숙제를 안 했던 것 같은데. 멀린 소환하고 해야겠다.


 방의 가운데, 텅 빈 곳에 서서 머릿속으로 소환진을 그린다. 고작 멀린따위를 소환하는데 진을 그려주는 성의를 보일 순 없지.

 

 

" 고한다.

 그대의 몸은 나에게, 나의 운명은 그대의 검에

 성배의 인도에 따라 이 뜻, 이 이치에 따른다면 대답하라.

 맹세를 여기에.

 나는 온 세상 모든 선을 이루는 자, 나는 온 세상 모든 악을 베푸는 자

 그대 삼대 언령을 두른 일곱 하늘.

 억지의 윤회로부터 오라, 천칭의 수호자여. "



 바닥에서 올라오는 황금빛에 길가메시는 눈을 감았다. 그렇게 하기 싫었던거냐, 로마니 아키만.



 " 너무한 거 아니야, 로마니 아키만? 너무 대강이잖아! "
" 걸어올 수 있으면서 안 온 네 잘못아닐까, 밥벌레. "



 밝은 빛이 시야를 가린 순간, 꽃향기가 방을 가득 채웠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무지개빛 머리를 가진 아름다운 남성이었다.

 

 

 " 그럼 나는 이제 피곤해서 잘 거니까, 공방을 만들거면 알아서 해. "



 멀린을 소환하자마자 로마니는 침대로 걸어갔다. 풀썩, 소리가 날 정도로 누으며 말한 말에 길가메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멀린은 그런 로마니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곤 어디선가 꽃을 꺼내 로마니를 장식하기 시작했다.



 " 네 놈, 관이라도 꾸미는 거냐. "
" 아하하, 아닌 걸 알면서. "



 길가메시가 던진 농담조의 말에 멀린은 웃으며 답했다. 로마니는 어느새 잠들었는지, 아무런 말 없이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 이제 어떡할거야, 길가메시왕? 보아하니 이 호텔도 그리 안전하진 않은데. "
" 빠른 시일 내로 신분부터 만들어야겠지. "



 멀린의 질문에 눈을 감은 길가메시는 대답했다. 그 대답에 어깨를 으쓱거리는 멀린에 길가메시는 그를 바라보았다.



 " 무언가 방법이 있지 않느냐, 꽃의 마술사. "
" 언젠가 현계할 용도로 만들어둔 신분이 있긴 한데... 사용할 수 있으려나~ "




***




 삐삐삐삐-

로마니가 맞춰둔 알람이 호텔방을 가득 채웠다. 알람이 울리고 겨우 몇 분 후, 로마니는 눈을 떳다. 그러자마 시야를 가득 채운건, 도저히 인간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미모를 가진 몽마였다.



 " 저리가 "
" 로마니군은 나에게만 차갑다니까! "

 " 왜겠냐고, 이 마기☆마리의 원수!! "



 로마니는 한숨을 폭 쉬더니 이불로 멀린을 덮어버렸다. 바둥거리는 멀린을 뒤로하곤 침대에서 뛰어내리는 로마니에, 길가메시의 웃음만 늘어간다. 두 후배의 장난을 보는 것은 즐거웠으니까.

 

이게 유열이란 것이었던가.


 " 읏차.. 등교할 시간이네. 같이 갈 거야? "
" 호오, 이 시대의 학교라.. 좋아. 짐이 특별이 네 놈과 같이 가주도록 하지. "
" 네네~ 멀린은? "



 스트레칭을 하며 묻는 로마니에 길가메시는 잠시 고민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나온 길가메시의 대답은 역시 긍정.

 어느정도는 예상하고 있던 답이었기에 로마니는 멀린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이불에서 벗어나 침대에 걸터앉은 멀린은 로마니를 바라보았다.



 " 오랜만에 현계니, 역시 뜨거운 밤을 보내고 싶지만... "
" 우와.. 완전 몽마의 발언. "

 " 그건 지루하니까, 로마니군이나 따라가볼까! "
" 완전 짜증나. "



 어느새 잠옷에서 갈아입은 로마니는 멀린을 경멸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는 말이 참 몽마다운 발언이었다.



 " 아, 지난 밤동안 무슨 일 없었어? "
" 아아. 아래층에 불이 났다고 했던가. "
" ...응? "



 로마니는 천리안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다행히 로마니의 서번트들은 전부 천리안을 갖고 있었다. 현황파악 만큼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서번트들이었다.

 그래서... 무언가 일이 생겼으면 깨워달라고 했는데... 불이 났으면 무조건 깨워야 하는거 아니야?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 왜 안 깨운건데?! "

 " 왜 깨워야하는건데? "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한 멀린에 로마니는 소리쳤다. 대피는 해야할 것 아닌가. 나름 인간의 삶을 약 10년간 사살아온 로마니는 두 명을 향해 한숨을 내뱉었다.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불이 나면 아래에서 인원 파악을 하니까.. 안 나간것이 들킨다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로마니들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호텔에 있는 인원 전원에게 세뇌를 걸 수도 없는 거니까.



 " 그쪽이라면, 걱정 안해도 된다. "
" 응. 길가메시가 어떻게든 했으니까- "



 두 사람의 말에 로마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상한 대답이 전혀 아니었으니까. 길가메시왕이라면 해결했을 법 하지만... 불이라도 꺼버린걸까...

 도대체 뭘 어떻게 한 거야, 거기 두 사람...



 " 자 그럼 로마니, 네 놈의 학교로 안내해라! "
" 맞아맞아! 얼른 안내해! "
" 네네- 그나저나 두 사람 모두, 영체화 필수니까! "



 고개를 끄덕이는 길가메시와 멀린이었다.

아무래도 이런 일로 두 사람을 믿는건 무리지만... 두 사람 다 상식은 있으니까.. 현대는 그런 미모를 가진 사람 없고, 그런 머리색은 흔하지 않으니까.. 뭐, 머리색은 나도 할 말이 없지만.

 그러고보니, 양육자들 모두 이 머리색과 눈색 다 아니었구나.



 

 ***




 호텔에서 로마니의 초등학교까지는 어른의 걸음으로는 가깝지만 아이의 걸음으로는 먼 거리였다.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덧 보이는 초등학교에 로마니는 옆의 골목으로 빠졌다.



 " 자, 로마니군. 여기서 잠시의 이별이네. "
" 잡종, 그럼 잠시 후에 보지. "
" 응, 두 사람 다 잘 부탁해. "



 금빛과 함께 사라지는 길가메시와 꽃으로 변해 사라지는 멀린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로마니는 골목길에서 빠져나왔다.

 슬슬 서둘러서 가지 않으면 위험한 시간이니까. 로마니는 언제나 다른 학생들보다 일찍 등교했다. 사람이 없는 집에 오래 있고싶지는 않으니까. 정확히는 그 누구도 신경써주지 않는 것이지만.



 " 아, 역시 오늘은 조금 늦었나.. "



 드륵,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보이는 사람들에 로마니는 작게 중얼거렸다. 늘 일찍 오던 사람이 늦게오면 눈에 띄는 법이다. 이래뵈도 로마니는 다른 사람의 눈에 안 띄는 삶을 살고 있으니까. 마술사는 남의 눈에 띄면 무언가 하려고 해도 하기 힘든 법이다.




 ***


 우와... 역시 초등학교 수준은 엄청 지루하네...

전직 의사에게 초등학교 수준에 맞추라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이 수준으로 가르치는건 할 수 있지만.. 동급생들의 수준에 맞춰 문제를 틀리는 것은 어렵다. 오늘 본 쪽지시험도 무심코 다 맞아버렸고.


 가끔씩 딴 생각하다가 실수로 인체구조를 그릴 때도 있으니까. 오늘도 실수로 그렇게 했다가 뒤에서 멀린이 비웃었으니까.. 염화로 말걸어가면서까지 비웃었지...



 " 드디어 끝이네- "

 " 로마니군, 너무 집중 안 하는 거 아니야? "
" 조용히해. "



 호텔을 향해 걸어가는 로마니의 뒤에서, 분홍색 꽃과 함께 누군가가 나타났다.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멀린에게 로마니는 짜증내며 대답해주었다.



 " 흐음.. 이 시대의 교육은 이 정도인가. "
" 더 높은 학교로 가면 수준은 올라가지만. "



 지금은 너무 쉬워서 지루할 정도였다, 로마니.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건...


 두 명의 대화에 멀린은 입술을 삐죽였다. 두 사람만 놀지말고 나도 껴줘!

로마니와 길가메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숨을 쉬었다. 저 몽마는 변하지가 않네.




 ***



 

 " 아, 그러고보니. 잠시 성배전쟁이 중지되었어. "
" 에? "
" 그러니까- 이 도시를 안내해줄 수 있다는거지! 자자 로마니군, 놀러가자고! "


 로마니에게 정확한 사정을 말해주지 않고, 결과만 말하는 멀린에 길가메시는 한숨을 쉬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길가메시 자신도 그 사실을 알려줄 생각은 없지만.


 

 " 아니아니, 왜 중지된건데! "
" 글쎄? "
" 하아... 알겠어. 내가 알 필요 없다는거지? "



 싱글벙긋 웃으며 로마니를 바라보는 멀린이었다. 로마니군, 천리안을 갖고있어서 그런지 이런 쪽으론 포기가 빨라서 편하다니까.

 모든 걸 알고있는 길가메시의 한숨만 늘 뿐이었다.



 " ..좋아, 우선 두 사람 모두. 옷 갈아입어. "
" 네- "
" 음, 이 정도면 되겠나. "



 여전히 화려하지만, 두 사람 모두 우루크의 옷과 아발론의 옷에서 현대의 옷으로 영기를 바꾸었다. 길가메시는 검은 셔츠에 금색 목걸이, 흰색 바지였다. 제발 앞의 단추정도는 잠궈줘…

 멀린은 가장 익숙한 옷이라며, 역시 검은 셔츠에 보라색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현대의 옷이지만 그 미모들 탓에 너무나 눈에 띄었다. 길거리를 걸어다니다 보면 한 두 명 정도는 말을 걸 것 같았달까. 하지만 두 사람의 최선은 여기까지임을 알기에, 로마니는 웃으며 받아들였다.



 " 좋아! 일단 달콤한 것 먼저 먹으러 갈까! "
" 밥부터다. "
" 에.. "



 로마니군, 식습관 전혀 안 변했구나...




 ***




 로마니는 자신의 앞에 놓인 어린이 정식을 바라보았다. 지금의 자신이 어리긴 하지만, 아무래도 어린이 정식이라니. 어린이 정식이라니... 너무 어린 거 같지 않은가.

 


 " 로마,니군ㅋㅋ 얼른 먹으라고? "

 " 차라리 웃어. "

 " 아하하하핰ㅋㅋㅋㅋㅋㅋ "



 얼굴을 가리며 한숨을 쉬는 로마니를 보며 멀린이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앞에 놓여진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그 표정은 웃겼으니,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너무 웃는다, 이 막내놈아.


 

 " 둘 다, 밥이나 먹어라. "
" 네- "



 두 명 다, 어리군.

인간이 된 지 얼마 안 된 자와 비인간인 자 한 명이라지만, 너무 어려. 특히 로마니 아키만, 이번의 8년을 어디다 버리고 온건지.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 저기, 길가메시왕- "
" 다 먹고나 말해라. "

 " 너무해.. "

 " 짐은 절반도 안 먹고 디저트를 먹는건 용납 못한다. "



 하지만... 이번생은 디저트를 얼마 못 먹었는걸.

 그런 것 치고는 식사 대용으로 간식을 먹던데.


 입을 삐죽 내밀며 중얼거리는 말에 두 사람은 로마니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길가메시는 보지 않았지만, 멀린은 언제나 로마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멀린은 그의 8년을 잘 알고있었다. 어쩌면, 그의 양육자들보다 더.

 

 멀린은 로마니가 식사와 간식 중 고민하다가 간식을 먹는 모습을 수도 없이 보아왔다. 이번 8년간 거짓말만 늘었는지.



 " 그나저나.. 이 다음엔 어디 가지.. 나도 아직 이 도시는 안 둘러봐서. "
" 로마니군, 8년동안 뭐했어? "

 " 저번 10년이 힘들었으니까, 쉬었달까나~ "
" 그건 알고있지만! "



  로마니의 앞에는 어느새 그의 얼굴만한 파르페가 놓여있었다. 파르페 하나에 숨겨지는 모습에, 멀린은 멍하니 생각했다.

 

응, 로마니군. 귀엽네-

 

로마니 아키만의 10년은, 자유의 지옥이었으니까. 지금의 8년정도는 니트로 보내도 되긴 하겠지. 그 8년중에 1~2년 정도는 아무것도 못 하고 누워있었겠지만.




 ***




 파르페를 먹으며 창 밖을 바라보자, 어린 소년들이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눈에 안광이 없었다. 세뇌에 당한 일반인들의 특징이었다. 옅은 암시가 아닌, 세뇌를 당하는 그 순간은 안광이 사라지고 멍 한 표정을 짓게된다.

 

 무슨 일인지 대강은 짐작이 가지만.. 전직 칼데아의 사령관으로서, 어린 아이들이 끌려가는걸 두고 볼 수는 없지.

 로마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밖으로 나갔다.



 " 흐응. 재밌는 일이 생기겠군. "
" 길가메시가 그런 말을 한다면.. 응, 나도 두고 볼까~ "



 어딘가의 영웅왕이 유열이라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




 로마니는 어딘가로 걸어가는 아이들이 뒤를 밟았다. 지금의 자신은 작으니까, 인기척을 숨기는 것은 편하다. 다른 대부분의 것은 불편하지만. 몇 가지 방어마술을 걸어둔 참이니까, 지금의 자신이라면 세뇌가 통하지 않을테다.

 

 실시간으로 마력이 빠져나가는 기분은 역시 묘하네… 예전에는 이렇게 많이 빠져나가지 않았던 것 같은데...



 " 그나저나 멀린이랑 길가메시왕. 잘 오고 있겠지..? "
[ 별걸 다 걱정하는군. ]



 염화로 전해진 소리에 로마니는 흠칫, 놀랐다. 영체화로 오고있으면 알려달라고.. 지금 나는 천리안 못 쓴다니까..!


 조심히 따라가다보면, 저 멀리 큰 형체가 보였다. 아마 원인이겠지. 무언가, 익숙한 모습인데... 어디선가 본 기억이...



 " 아! 캐스터의 질드레..!! "


 조용히 말하는 로마니에 길가메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마니에겐 보이지 않겠지만.

 저 질드레는 어딘가 위험한 분위기였지.. 잔 다르크에게 집착하는 편이고. 로마니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 아이들이 위험해질 것 같으니까..


 쭉, 따라가다보면 도달한 곳은 어딘가의 산. 결계가 있는 것 같은데.. 티나지 않게 들어가는 방법은 없으려나. 결계가 있다는 것은 마술사의 공방이라는 것이고, 후유키에 있는 마스터에 이런 산을 가지고 있다면 성배전쟁 참여자일테니.


 그리고 아르토리아.. 잔다르크랑 미묘하게 얼굴 비슷하니까. 저 질드레라면 헷갈릴 거 같고.



 " 결계에 걸리기 싫다면 결계 자체에 마술을 쓰면 되잖아! "

 " 에에, 그랜드 캐스터가 있는데 내가 하긴 귀찮잖아. "

 

 

 로마니는 멀린에게 환술을 거는 것을 영주로 명령했다. 영주, 써보고싶었어! 저 밥벌레에게 원하는 것을 2번 더 명령할 수 있다니! 이 김에 마기☆마리 신 앨범을..!

 

 

 " 자..그럼 어디로 가야 할까나? "



 멀린이 걸어준 환술과 함께 로마니는 산의 결계를 뛰어넘었다. 이렇게 넘으면 결계를 친 마스터에게 아무런 영향도 안 줄 수 있으니까. 성배전쟁에 참여도 안 하는 마스터가 먼저 시비를 걸 순 없으니까.



 " 어디로 가야 하냐니까? "
[ 로마니, 그거 나한테 물어본거였어? ]
" ? 응. "



 천리안 뒀다가 어디다 쓰라고?

 역시 로마니, 내 취급이 어딘가 이상하지 않아?
전혀!


 염화로 떠들며 산을 올라가는 로마니에, 길가메시는 나오는 한숨을 굳이 막지 않았다. 멀린이 어디로 가라 말하지 않았음에도 제대로 된 곳을 찾아가는 것을 보면 마력의 잔향을 쫓아가는 것이겠지. 멀린 또한 그것을 알기에 굳이 위치를 말해주지 않았다.


 즉, 저 대화는 그저 만담일 뿐이었다.

아무리 저 캐스터인 질드레가 자신들에 비해 약하다고 해도.. 너무 긴장을 안 하는 것 아닌가, 로마니 아키만...



 " 아, 도착했다. "



 저 멀리 보이는 아이들에 로마니가 중얼거렸다. 약간의 시선이 느껴지는건, 이 산의 마스터가 '보고'있는 것이겠지. 길가메시나 멀린 급의 천리안은 아니지만, 지금 마술사들 수준에서는 천리안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마저도 미리 여러 술식들을 설치해두어서 이렇게 된 것이겠지만.

 

 이렇게까지 마술을 견고하게 쳐두었다는건 산 전체가 공방이라는 뜻이려나.



 " 으음.. 캐스터 질드레가 아르토리아를 찾으러 온 거 같은데.. 아르토리아가 올까? "
[ 짐이 아는 그녀라면 올 것이다. ]
" 아르토리아는 그런 사람이니까. "



 작은 몸을 이용해 나무 뒤에 숨은 로마니는 저 멀리 있는 질드레를 구경했다. 한편으로는 끌려온 아이들이 이쪽으로 도망치도록 유도했다. 이쪽은 제대로 자신의 마술을 사용했다.

 멀린은 일단 사람에게 관여하지 않는다. 나에게 이렇게까지 신경쓰는게 특이케이스인거지. 아마 천리안을 가졌던 동포에게 갖고있는 묘한 동질감 때문일 것이다. 길가메시왕도 그렇기에 저런 태도일테고.

 

 뭐,나도 저 두사람에겐 유하지만.

 

 이번 마술 덕분에 안 그래도 적은 마력이 더 적어졌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마술사.. 으음.. 공명씨보다도 많으려나.



 " 일단 재워두는 게 편하겠지. "



 간단한 마술을 사용해 아이들을 잠재웠다. 깨어있다면 여러 가지 거추장스러운 일들이 생긴다. 울어버릴 수도 있고… 왜 이곳에 있는지 설명해줘야하기도 하고.

 그 소란스러움으로 로마니 자신의 위치를 들킬 수 도 있다. 저 캐스터의 질드레와, 아르토리아에게. 아무리 캐스터여도 그정도 능력은 있을 테니까. 아르토리아는 아마 곧 올 것이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다.



 " 아, 말하자마자 왔나. "



 질드레의 반대편에 서 있는 아르토리아를 바라보았다. 아마, 아르토리아는 로마니 자신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알겠지. 질드레라면 몰라도, 아르토리아에겐 기척을 숨길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서번트는 이미 공개되었으니..

 내가 질드레의 마스터가 아니란 것 정도는 알겠지..?



 " 아, 싸우기 시작했다. 땅에서 올라오는 저것들, 묘한 기시감이 느껴지는데... "

 [ 그거 아마 마신주, ]


 

 작게 중얼거리자 들려오는 말에, 멀린이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부분을 때렸다. 이것들을 보고 어떤 기분일지 대강 짐작은 가지만.. 남의 아이들을 건들이면 안되지.

 저번에 항구에서 싸웠던 것 때문일까, 부상이 있어보이는 아르토리아는 쉽게 공격을 끊어내지 못했다. 저 마도서만 없애면 될 텐데, 그러기 위해선 화력이 필요하니까.



 " 으음.. 보니까 랜서는 디어뮈드던데. 창에 당한건가. 그렇다면 그가 쓰러지기 전까진 그 상처가 낫지 않겠네. "



 로마니 아키만, 네 놈. 아직 사령관일적 버릇을 버리지 못했군...


 ***




 " 그 영혼은 당신이 잔느라는걸 증명하고 있습니다. "

 " 윽, "



 질드레의 외침에 맞춰 바닥에 있는 촉수들도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순식간에 사지가 결박되어버린 아르토리아는 자신의 왼손 엄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두개의 창이었다.



 " 뭐하느냐 세이버. "

 " ! "



 디어뮈드의 등장에 로마니는 긴장을 풀었다. 멀린의 제자이며, 칼데아에서부터 아껴온 아이였다. 무엇보다.. 마슈와도 관계가 있고. 아무튼, 로마니는 아르토리아가 다치지 않기를 원했다. 안그런 듯 보여도,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간다면 뛰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디어뮈드와 질드레의 대화는 뭔가 히로인을 사이에 둔 대화같네. 여기서 아르토리아가 '나를 두고 싸우지 마!' 라고 외치면 되는걸까...

 

 그나저나 멀린이 이 상황에서 왜이렇게 조용하지..?



 " 아니지 아니지, 아키만. 아르토리아라면 두 놈 다 베어버리고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냐고 소리쳤을거야. "
" 헤에... "



  아니 잠깐, 멀린 너



 " 자, 왕의 이야기를, "
" 잠까안!! "



 영체화를 풀며 앞으로 걸어가는 멀린의 허리를 꼭 잡았다. 절대절대 가면 안되니까. 지금 가면 난장판이니까! 차라리 나중에 자리를 마련해줄게!!

 지금 멀린이 저곳에 간다면, 오랜만의 아르토리아와의 만남이 이것이 된다. 그걸 망칠 순 없지..!

 

로마니는 멀린이 저기에 가는 것만큼은 막아야했다.



 " 내가 갈게, 내가! "

 [ 그렇게 나와야지, 로마니 아키만. ]



 로마니가 외치자마자 영체화로 돌아간 멀린에 로마니는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걸 노린 것 같은데. 저 밥벌레자식.


 아르토리아와 디어뮈드는 로마니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겠지만, 로마니는 조심히 밖으로 나왔다. 이 싸움엔 마지막에 끼고 싶었는데… 마지막에 캐스터가 쓰러지면 아이들 보호한 것만 풀어주고 이 자리를 뜰 생각이었다고. 멀린 이자식, 그 잠깐을 못참아서..




***




 " 아하하.. 안녕? "
" 당신은..! "

 " 상황 설명을 해주고는 싶은데- 우선 조금 급하니까. "



 로마니는 자신의 앞에 있는 아르토리아를 보다가 질드레를 바라보았다. 이 아래에 있는 촉수들, 과거에 짜두었던 마술식이 보면 왜인지 짜증낼 것 같네. 하나하나는 약하지만 뭉쳐서 싸우기에 쓰러뜨리기엔 거추장스러운 이것들부터 없애버리는 편이 좋겠지.

 아무래도 그 마도서를 마술로 태우는 것은 힘들테니까, 물리적으로 무언가 하는 편이 좋을텐데...



 " 랜서! 저기 있는 저 마도서가 마력의 근원이야! "

 " 그럼 저것만 없애버리면- "
" 이것들이 사라진다는 건가. "



 고개를 끄덕인 로마니에 디어뮈드와 아르토리아는 다시 뛰어가기 시작했다. 둘에게 회피를 걸어주며, 로마니는 숨겨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모여있었다. 처음에 아르토리아를 안고 죽은 소년은 나의 환술이었으니까. 아이들을 숨겨둘 수 있던 이유는.. 길가메시왕의 이름을 팔아야겠군.



 " 내가 길을 뚫겠다. 랜서, 바람을 밟고 걸을 수 있나. "

 " 과연. 식은 죽 먹기지. "



 아르토리아가 허공을 검으로 찔러넣었다. 그러자 풍압에 의하여 몬스터들이 사라졌다. 그 틈을 타 뛰쳐나가며 질드레의 마도서에 가까워진 디어뮈드는 그 창으로 마도서를 찔렀다.

 그 즉시 몬스터들은 피를 터뜨리며 사라졌다.


 피를 맞기는 싫으니까, 적당한 마술로 튕겨내야지. 그나저나, 아르토리아가 싸울 동안 다시 숨으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자신에게도 다가온 몬스터들에 의해 자리를 뜨지 못했다.



 " 아- 사라졌나. "
" 비열하긴. "



 로마니는 작게 중얼거리며 아이들을 향해 걸어갔다. 이 광경을 보면 울기부터 하려나.. 멀린에게 무언가 부탁하는게 나을지도. 아직 자신에게 이정도 암시는 걸 수 없으니까.



 " 집에 돌아가도록 암시해줄 수 있어? "
[ 이 나에게 그 정도는 간단하지! ]

 " 좋아- 그럼 이건 네게 맡길게. "



 멀린과 짧게 투닥거리며 대화한 후, 뒤를 돌아보면 디어뮈드는 사라져있었다. 마스터쪽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모양인데..

 분명 디어뮈드의 마스터는… 아마, 엘멜로이였던가. 저번에 한 번 봤을 땐 분명 그랬던 것 같은데.



 " 당신이 왜 여기있습니까. "

 " 말하자면 긴 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봐버렸으니까. "
" ...저번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알고싶습니다. "



 저번의 질문이라면, 그건가. 성배를 사용했냐는 그거. 힌트라도 줄까나. 아르토리아는 인리수복 중 초기에 합류한 서번트니까. 나름 친밀감이 있다. 심지어 나를 그리 경계하지도 않았지. 뭐어, 이 아르토리아와는 다르겠지만…



 " 지금의 나는 사용하지 않았어. "
" 지금의..? "

 " 그 이상은 직접 알아봐! 그럼 가자, 길가메시왕! "



 길가메시는 어느새 영체화를 풀어 로마니 옆에 서있었다. 로마니를 안아들은 그는 하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선 아무래도, 이렇게 가는 편이 더 나은 편일테니까.

 로마니는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지만.

 

 그나저나, 아르토리아에게 눈인사는 왜한걸까?

 

 

 

 ***




 드디어 끝났나...

분명 한 건 별로 없는데. 왜 이렇게 지친 것 같지.. 무언가 전투를 한 것도 아니고, 존재증명을 위해 모니터를 눈 빠지게 바라본 것도 아닌데 말이지...



 " 로마니군, 그대로 잘거야? "
" 으응... "



 침대에 엎어져 눈만 꿈뻑거리는 로마니에 멀린은 싱긋 웃었다.



 "계속 그렇게 있는다면 내가 씻겨줄게! "



 멀린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로마니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저 몽마놈에게 맡겼을 때 무슨일이 생길 줄 알고. 무엇보다.. 로마니 아키만 자신의 정신연령은 30살이라니까? 저번에 30대 남성이었으니까 부끄럽다고.



 " 네 놈의 정신연령이 30대라고 하기엔 인간으로 산 경력이 채 20년이 안 될텐데. "



 길가메시가 고개를 갸웃하며 하는 말을 무시하며 로마니는 옷을 챙겨 욕실로 향하였다. 내 정신 나이는 30살이 맞으니까 말이야!!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폭신폭신한 머리가 물에 젖어 더 폭신해진 채로 나온 로마니였다. 머리를 말

리지 않을 것인가~ 싶긴 해도, 어제부터 그래왔기에 굳이 말을 얹지는 않는 둘 이었다. 아무래도 이번 생의 안 좋은 버릇인 듯 하니.



 " 오늘은 꼭, 무슨 일이 있으면 깨워! 불이 난다던지 하면 말이야! "

 " 고민해보도록 하지. "

 " 진짜로 깨워야해! "



 ***




 로마니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학교가 끝난 이후 번화가로 나왔다. 어제, 갑자기 생긴 일 때문에 이 도시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길가메시왕의 요구 때문이었다.

 

 그러고보니까, 오늘 학교에 학생이 적었다. 캐스터쪽의 일이려나. 어린 아이들을 주로 데려가는 듯 한데. 뭐, 로마니가 상관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현장에서 잡는거면 모를까… 추리해서까지 찾는건 로마니의 취향이 아니었다.

 

 …칼데아의 그들이라면, 찾아 나섰겠지만.


 로마니는 자신의 앞에서 날뛰고 있는 길가메시왕과 멀린을 바라보았다. 고대왕과 전 궁중마술사에게 하는 어휘치고 너무 저렴한 것 아닌가... 싶을 수 도 있지만, 저 둘이 하고 있는 행동을 보면 누구든 그런 말을 할 것이다.



 " 로마니 아키만, 짐은 이것이 하고싶다! "
" 거기 아가씨, 나와 뜨거운 밤을 보내지 않을래? "

 " 하아아.. 거기 왕님, 하고싶으면 사야한다니까?! 머얼린! 거기서 뭐하는거야! "



 길가메시왕은 게임에 제대로 꽂혔는지, 그것을 가리키고 있었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제대로 된 게임은 없지만.. 마리오정도라면 있는 시대니까.

 멀린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지나가는 여성들에게 뭐하는 거야, 저 자식.



  "" 자꾸 그러면 돌아갈꺼니까! ""



 로마니가 외친 말과, 누군가의 말이 성대하게 하모니를 이루었다.


 바로 옆에서 들린 말에, 로마니의 고개는 자연스래 옆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건 그 말을 외친 남성 또한 마찬가지였다.

 약간 녹빛이 도는 흑색의 머리. 로마니 자신은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성능이 좋다고 종화던전에 끔찍할 정도로 끌려갔던 인물이었다.


 공명씨잖아, 공명씨..!


 로마니는 소리없이 아우성을 쳤다. 물론, 제갈공명은 로마니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아마 칼데아의 기억이 없는 공명씨에게, 자신을 아는 채를 할 순 없으니 얌전히 있어야겠지… 그래도 가끔 같이 작전을 세우곤 했는데, 조금 섭섭해질지도.


 로마니가 공명과 약간은 어색한 시간을 보내던 때에도, 멀린과 길가메시, 이스칸달은 사고를 치고 있었다.



 " 아아 잠깐! 왕님, 그거 내려놓으라고! "
" 라이더! 그걸 가지려면 일단 사야한다니까?! "



  이윽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둘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의 서번트들의 손을 잡고 근처 카페로 향하였다.

 


 로마니는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제갈공명을 바라보았다. 이쪽 칼데아의 마스터는 로드 엘메로이2세 쪽으로 영기를 고정시켰기 때문에.. 어린 그를 바라보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 그러니까.. 아키만? "
" 로마니라 불러줘. "

 " 응. 나는 웨이버 벨벳인데... "



 로마니는 말을 하다 도중에 멈춘 그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 저기... 네 서번트는 길가메시만 있는 것 아니었어? "

 " 아 ...역시 공명.. "

 " 공명?? "



  로마니는 작게 혀를 찼다. 멀린 저 밥벌레 때문에 추궁이나 당하게 생겼네…

 

 멀린은 그것을 보며 웃었다.



 " 으음.. 응, 저기 웃고있는 서번트는 캐스터. 성배의 힘을 빌렸다기보단, 스스로의 마력으로 소환됐어. "
" 그게 가능해? "

 " 캐스터는 살짝 특이한 서번트라.. 길가메시왕을 소환하고 그날 밤에 한 번 더 소환을 해보니까 소환됐어. "



 거짓말은 안 했다. 단지, 몇개를 빼고 말했을 뿐이다. 예를들어, 멀린을 노리고 소환했던 것 이라던지.. 제대로 된 소환은 아니었다는 것 정도.



 " 로마니, 그럼 저 캐스터는… "
" 으음.. 캐스터라고 하니까, 이번 성배전쟁의 캐스터랑 겹치네. "



 곤란한 질문은 넘겨버리는 것 정도는 전생에 배웠다. 나름의 사회성 교육이랄까… 빌리가 가르쳐줬으니까. 그 전에는 나에게 곤란한 질문을 하는 사람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으니. 질문을 하기 전에 모든 것을 해결한다면, 질문을 하지 못하는 법이다.



 " 캐스터, 뭐가 좋아? "
" 로마니군이 좋은 걸로 하면? "
" 그럼 칼데아, 아니면... 응, 칼데아로 하자. 칼데아의 캐스터라고 불러줘. "



  멀린이라면 역시 아발론의 캐스터인 쪽이 맞겠지만.. 아무래도 그러면 바로 들키니까. 현대의 마술사에게 멀린은 머리카락 하나라도 얻고싶은 존재이다. 그를 소환했다는 것을 들키면.. 응, 연구자료로 끌려갈지도. 그걸 막는 것은 간단할테지만, 평생 도망다니는 신세는 싫다.


 나, 공명씨의 수업을 들어보고 싶은걸...



 " 칼데아? 천문대 말하는거야? "
" 천문대? "
" 시계탑에 있는... 너, 마술가계가 아니야? "
" 응. 내 부모는 마술회로가 없는 일반인이야. "



 그럼 시계탑을 모를 수도 있지.


 웨이버는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로마니는 모른다고 단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지만.



 " 최초로 기록된 영웅시의 영웅. 길가메시. "
" 왜 부르나, 라이더. "
" 오늘 밤, 왕들의 연회를 열 것이다. "

 " 호오? 그런 연회에 짐이 빠질 수는 없지. "



  로마니와 웨이버가 떠드는 사이, 길가메시와 이스칸달의 약속이 잡히고 있었다. 물론, 그 마스터들의 동의 따위 없었지만.



 " 그럼 칼데아의 캐스터에겐 입장 조건이 없는데? "
" 나도 갈래! "
" 어쩔 수 없잖아? 캐스터 너는 궁정 마술사지, 왕은 아니니까. "
" 하하하! 로마니 아키만, 잘 말했다! "



 멀린은 왕은 절대 못 되는 존재이니. 무엇보다, 저 왕들의 연회라는 곳엔 그녀도 오겠지. 아르토리아 펜드래곤, 멀린이 키운 왕이.



 " 그래서 언제까지 어디로 가면 돼? "
" 뭐? 로마니, 올 거야?! "

 " 저 길가메시왕이 흥미를 가졌으니까... 가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사라진거지. "



 한숨을 폭 내쉬며 하는 말에 웨이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웨이버는 길가메시를 만난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그 짧은 시간을 통해서도 저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대강 알 수 있었다.

 

 하고자하는건 무엇이든 이루는 사람이겠군…



 " 그럼, 오늘 밤 세이버의 성이다. "
" 좋아! "




 ***




 로마니는 케이크를 들고 호텔을 나왔다. 길가메시왕과 함께 어제와 같은 길을 걸어, 산으로 향했다.

 

멀린이 해준 말에 의하면 그 산은 세이버의 마스터의 부인인 아인츠베론의 성이었다. 걸어가기엔 너무 먼 거리니.. 아무래도 중간엔 길가메시왕의 보구에 타야하겠지만.



 " ..저 흔적은 이스칸달의 보구이려나. "
" 그 라이더 놈, 제대로 즐겼군. "



 이스칸달이 미리 길을 만들어 둔 덕분일까, 로마니와 길가메시왕은 걸어가기만 하면 됐다. 로마니는 넘어지지 않게 발 밑을 유심히 보며 걸어야 했지만. 다른 서번트와 마스터들에 비해 로마니는 특히 어렸다. 다른 9세 남아들보다 건강하지 않기도 했고…



 " 아직 안 늦었지? "
" 늦다, 의사여! "
" 그러니까, 이제 의사 아니라니까?! "



 성의 뒷편에 작게 있는 중정 가운데, 세 명의 서번트가 모여있었다. 아처인 길가메시가 등장하자 고조된 분위기였지만, 로마니가 정원에 도착하자 그것도 다시 가라앉았다.

 

 이스칸달이 꺼낸 물체에서 술냄새가 퍼졌다. 나무로 된 통안에 술이 가득 담겨있는 모양이었다. 분위기는 있어보이네. 이 왕들이 이것에 만족할 순 없을 정도의 술이지만.



 " 뭐냐, 이 싸구려는! "

 " 동감이다, 노년의 나여. "
" 이 땅의 시장에서 구한 술 중에는 일품이거늘. "



 영웅왕은 코웃음을 치곤, 보물고의 문을 열었다. 아마 술을 꺼내려는 것이겠지.


 로마니는 대강 뒤쪽에 앉아 케이크를 꺼냈다. 가지고 있는 조각은 단 세 개. 길가메시왕은 로마니의 디저트에 개수제한을 뒀다.

 하나씩 웨이버와 아이리스필에게 놓아주곤 자신의 케이크를 한 입 베어물었다. 마스터들의 앞엔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았으니까. 다른 사람이 먹는 것을 지켜만 보는건 생각보다 힘들거라고.

 응, 역시 이 가게가 가장 맛있다니까, 딸기쇼트케이크는!



 " 끝내주는군! "


 로마니는 조금씩 케이크를 먹었다. 길가메시왕이 허락해준 케이크는 조각케이크 뿐. 홀케이크는 용서받지 못했다.

 

 홀케이크를 허락해줬다면 로마니는 저녁을 굶었을 것이기에, 길가메시의 행위는 옳은 행위였짐나.


 케이크의 가장 위에 있는 딸기는 마지막에! 칼데아에서부터 꾸준히 지켜온 나만의 규칙이다. 멀린을 소환한 뒤로 그 밥벌레가 먼저 먹는 경우도 생겼지만.. 그럴 경우에는 그냥 하나를 더 시켰다.

 

 그건 길가메시왕도 봐줬다고!



 " 정복왕, 너는 그렇게 해가면서 성배로 무엇을 할 것인가. "
" ...수육이다. "


 수육이라... 그 정도는 간단할텐데. 인간이 되고자 하는것도 아닌, 그저 수육이니까. 적당히 육신으로 쓸만한 것만 찾으면 다음은 간단하지. 그곳에 소환하면 되니까.



 " 짐은 이 세계에 진짜 육신을 얻어 천지와 마주하고 싶다. "
" 호오 "
" 그런건, 왕의 길이 아니다. "



 아르토리아가 입을 떼자마자, 시선이 하나 사라진 것을 느꼈다. 궁금해서 보고 있었나보지.


 흠, 그녀의 말은 듣기 싫었나보군.

 처음부터 안 보면 될 거 아닌가?

 비인간자식.

 이제 인간이라니까?



 " 나는 내 고향의 구세를 원한다. 만능의 원망기로, 브리튼의 멸망을 막을 것이다. "

 " 과거의 역사를 바꾸어 놓겠다? "
" 그렇다. "



 아아, 아르토리아. 불쌍한 인간의 왕인 아이.



 " 으음.. 길가메시왕. "
" 왜 그러지? "
" 세이버가 과거로 돌아가 역사를 바꾼다면, 그곳은 특이점이 될까? "
" 정신 차려라, 로마니 아키만. "



 아니, 만약에 특이점이 된다고 하면.. 칼데아의 모두를 만날 수 있는 것 아닐까 싶어서.

 가능성은 극히 적다.

 하하... 소환진에 매달리는 것보단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아르토리아의 말을 들으며, 길가메시왕과 대화를 시작했다. 원래 마술사란 극히 낮은 가능성에 매달리는 자들 아닌가? 물론, 로마니 자신은 마술사라기 보단 의사였지만. 그래도, 역시. 그 특이점을 만들면 이곳의 인리는 소각되는 것이겠지.


 응, 개인적인 욕망으로 세계를 멸망시키기엔 세상은 너무 아름다우니까.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없애버리기엔 너무 아까우니까.


 로마니가 케이크를 다 먹고 보온병에 담아온 차를 마시기 시작했을 때, 서번트가 나타났다. 마력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았을 때, 어쌔신이겠군. 이스칸달, 얼마나 홍보를 하고 다녔길래 초대하지 않은 객이 오는거야? 원래 왕의 연회엔 그런 자가 오면 안된다고.



 " 어쌔신?! "
" 토키오미 녀석이 치졸한 짓을 하였군. "



 저건.. 하산이네. 하산 중에서도… 응, 카멜롯에서 도와줬던 백모의 하산이구나. 분명 그녀는 여러 분신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으니까. 아아, 스태프들끼리 농담식으로 그림자 분신술이라고 불렀었지. 나름 즐거웠는데 말이야..



 " -허나 무리이면서 군세. 그림자! "
" 다중인격의 숫자만큼 영령이 실체화 된 건가? "



 역시 공명씨, 보자마자 알아차린건가. 여러 암살자를 불러내는 보구라 생각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들이 결국 하나에서 기인됐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네.

 

다수를 상대할 때 가장 효과적인 보구는 이스칸달의 보구이려나. 아르토리아는 어쌔신같이 움직이는 서번트에겐 맞지 않고… 길가메시왕은 애초에 여기에 보구를 쓸 것 같지도 않다. 반면 이스칸달의 보구는 기본적으로 다수의 인물이 나오니까… 하산이 갖고있는 보구의 장점을 모두 상쇄해버린다.




 ***

  



 " 이쯤에서 실례하지. "



 이스칸달과 웨이버는 성에서 떠났다. 아르토리아의 표정은 역시 별로 좋아보이진 않네. 모두가 떠나는 것에 틈타, 로마니도 일어났다. 여기서 한 마디를 더 얹기엔 자신들의 나이가 있으니. 조용히 떠나주어야겠지.



 " 너무 깊게 생각하지는 마, 세이버. 아처의 말엔 별다른 의미가 없을테니. "



 로마니 자신은 인간인 왕이 갖고 있는 고뇌따위는 모른다. 자신이 왕이었을 땐, 인간이 아니었으니. 그저 그녀의 상황을 짐작하여, 고통을 예상할 뿐이다. 글쎄, 길가메시왕들이라면 알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을 알려줄 정도로 친절한 사람들은 아니었으니.




 ***




 " 로마니 아키만, 네 왕의 길은 무엇이냐. "
" …그거 지금 나한테 물어보는거야, 캐스터? "
" 진정해라, 로마니. 전성기의 짐은 너에게 그리 관심이 없었으니. "



 그런 것 치고는 종종 눈이 마주쳤는데 말이지.


 로마니는 생각에 잠겼다. 태생부터 왕이었던 자신의 왕의 길이라.. 이런걸 생각해 본적은 없으니까, 잘 모르겠네. 신념을 갖는다는 것도 자유이다. 그 작은 자유가 없어서 나는 신념이 없었다. 그래.. 굳이 생각해보자면...



 " '나'의 대에서 나라가 망할 일은 없었으니, 후대를 위하여 최소한의 준비만 해두자? "
" 쯧. "

 " 하지만.. '나'한테 신념같은건 없었으니까 말이지. "

 

 

 

 ***

 

 


 로마니는 오늘도 등교를 했다. 요 근래 실종되었던 아이들 몇몇이 돌아온 것이 보였다. 실종된 아이들은 대부분 죽어서 돌아왔는데, 살아왔네. 10명중 1~2명 정도인 것 같지만.


 납치하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면 쫓아갔겠지만. 그게 아니었잖아? 저번엔 봤어서 갔던 거고.


 사라졌던 친구들이 돌아온 것이 반가웠던 것일까, 평소보다 교실이 조금 더 시끄러웠다. 덕분에 뒤에 있는 길가메시왕과 멀린도 시끄러웠다. 소란스러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신들이 더 소란스러워지면 어쩌자는거야.



 [ 오늘도 밖에 나갈거야? ]

 [ 아아. 슬슬 네 놈이 지낼 집을 구해봐야지. ]



 로마니는 생각하지 못한 단어에 고개를 갸웃 했다. 지금 살고 있던 집도 나쁘지 않을텐데. 뭐, 역시 칼데아나 호텔보단 못하지만. 칼데아의 방은 좋은 편이었으니까. 빌리가 편의를 많이 봐주었지.



 [ 바보녀석. ]



 로마니는 뒷목에 손을 올리고 머쓱한 표정으로 웃었다. 무엇때문인지는 몰라도, 길가메시왕이 짜증났다는 것 하나는 알 것 같았으니. 물론, 이유는 아직 모른다.


 마지막 수업의 종이 쳤다. 오늘도 무사히 수업 종료. 물론, 들은 건 없었지만. 아무래도 전직 의사에겐 내용이 너무 쉽다.




 ***




 로마니는 오늘도 번화가를 거닐었다. 여길 이렇게 자주 오게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멀린이나 길가메시왕을 소환하기 전까지만 해도, 별 다른 일이 없으면 오지 않았으니까.

 

 준비물이나.. 가끔 먹을 음식을 구매하기 위해 왔었지. 지갑의 돈을 가져가는 행위를 묵인해주었었으니까. 물론, 자주 쓰진 않았지만.



 " 으음... 멀린. 맛집은 더 없어? "
" 저번의 가게가 방금 예약이 취소됐어, 로마니군. "
" 좋아! 가자! "



 어제, 예약이 가득 차 가지 못한 가게가 있었다. 인기가 많은 곳이라 과연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마침 다행이었다.

 로마니는 오늘도 어린이 정식을 먹었다. 슬슬 인정한 것이다. 원래 먹던 양을 먹기엔 무리라는 사실을...

 느긋하게 식사를 마무리하고 밖을 쳐다보니, 아름다운 노을이 보였다. 얼마나 오랜만에 본 노을일까. 닥터 로망일때는 바빠서, 지금은 볼 필요성을 못 느껴서 보지 않고 있었다.


  하늘을 보면 그녀가 생각난다. 처음 물어본 소원이 '하늘을 보는 것'이었던, 눈꽃을 닮은 소녀가 생각난다. 죽기 직전에 남아있는 모든 힘을 다해 소녀의 미래를 보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칼데아 밖으로 겨우 나가보았던 소녀였다. 소중한 선배와 함께 하늘을 보았던 것을 기억한다. 몇 안되는 눈보라가 치지 않는 날, 그 날에 소녀가 본 하늘을 기억한다.

 

 같이 봐주지 못한 내가 참 싫어서, 그래서 요즘은 부쩍 하늘을 많이 바라본다. 소녀가 이곳에 왔을 때, 이 세계의 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려주기 위하여.



 " 아. "



 디저트를 먹고 있을 때, 해가 져버렸다. 길가메시왕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멀린과 단 둘이었다. 집을 구한다고 했으니까, 부동산에 간 것일까나. 그 왕의 생각은 이해할 수 없으니까 더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 냠. "
" 아앗! 내 딸기! 멀린!! "
" 하하하하! "



 로마니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으니 멀린은 잠시 고민했다. 저렇게 멍하니 있고 싶으면, 괜히 괴롭히고 싶단 말이지. 그렇게 멀린은 케이크 가장 위에 올라간 딸기를 먹었다.



 " 아껴둔건데.!! "



 멀린이 씩 웃는 모습에 로마니의 얼굴이 썩어들어갔다. 내 딸기 내놔 이 밥벌레!!!


 마침 멀린과 로마니에게 돌아가던 중인 길가메시는 창 밖으로 보고 헛웃음을 쳤다.




 ***




 길가메시왕과 합류하고 호텔로 돌아갈 때,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뛰쳐나오는 것을 보았다. 이 시기에 일반인들이 도망칠 만한건, 역시 성배전쟁밖에 없지. 이번 성배전쟁은 한 서번트가 신비의 은닉을 어기고 있는 듯 하니.



 " 갈건가? "
" 응. 가만히 있으면 누군가 죽겠지. "
" 쯧 "
" 하하.. "



 로마니는 머쓱하다는 듯 뒷목에 손을 올렸다. 저번부터 이어져오던 버릇은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었다.

 사람들이 대피해오는 쪽으로 거슬러서 걸어갔다. 멀리 보이는 다리에, 물로 무언가 하려는건가… 싶었는데…



 " 저거 뭐야?! "
" 끔찍해! "
" 짐의 미적 감각에 전혀 맞지 않군! "



 그건 아마 보통 사람이라면 저건 다 싫어하지 않을까.. 그래서 도망치는 거고.

아마, 저건 이번 성배전쟁의 캐스터의 짓이겠지. 저렇게 대규모 마술을 쓰는 것은 캐스터 외엔 힘드니까. 아무리 전승에 마술에 관한 것이 있다고 해도, 이건 무리지.



 " 일단 저 쪽에 합류할까.. 멀린. "
" 응. "



 멀린이 꽃을 휘날리며 사라졌다. 서번트를 두 기나 소환했다는 것은 최대한 숨기는 것이 좋겠지. 이상한 실험체 취급은 사양이다. 멀린에게는 저것을 조사하는 일을 시켰다. 현재시를 가지고 있다면 간단한 일이니까. 아르토리아와 만날 수 없게 하고싶은 것도 있지만.



 " 앗, 안녕! "
" 당신은..! "

 " 뭔가 일이 생긴 것 같아서. "



 길가메시왕에게 안겨서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반겨주는건 라이더조와 세이버조인가.. 디어뮈드도 있긴 한데, 마스터가 없네. 마스터측에 문제가 생긴건가? 으음.. 길가메시왕과 멀린은 이런건 안 알려주니까. 힌트라도 좀 주지…

 

 " 보이기만 한다면, 내 게이 저그로 꿰뚫을 수 있다. "
" 좋아, 그럼 저것에 대한 정보를 알려줄게. "

 " 저것에 대해 알고 있다는 뜻인가? "



 이스칸달의 물음에 로마니는 고개를 저었다.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니까. 단지 조금 '본'것을 전해들었을 뿐이다. 멀린은 현재시를 가지고 있으니까.



 " 일단 저 괴물을 '다곤'이라 이름지었어. 다곤은 캐스터의 보구에서 소환된 마수야. 저번에 산에서 소환됐던 그것들의 본체라 할 수 있지. "
" 그것들의… "
" 기본적으로 마력은 무한대. 다곤을 얼마나 베든, 그 즉시 회복할거야. "



 칼데아의 닥터로 있을 때와 멀린에게서 전해져 온 지식을 토대로 입을 떼었다. 그랜드 오더의 첫 번째 특이점. 오를레앙. 그곳의 성배 보유자였던 캐스터인 질드레를 철저하게 분석했었지. 그 때는 잘 안 쓰인 분석인데, 여기서 쓰고 있네. 인생은 어떻게 될 줄 모른다니까?



 " 그러니까, 다곤의 중심부에 있는 책을 없애버리기 위해 그 근처를 다 베어버리겠다는 건, 무리야. "

 " 그 말은 최소한 대성보구가 필요하다는 말인 거야, 로마니? "



 아이리스필의 말에 로마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칼데아 마스터의 말을 빌리자면 대인보구는 딜량이 부족하다. 대성보구는 거대한 열량으로 태워버리니까. 대인보구에 비해 딜량이 좋다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아르토리아의 보구는 대성보구였지. 엑스칼리버니까.



 " 세이버의 보구가 대성보구다. "
" 하지만 세이버는 다쳐서 지금 사용할 순 없어. "
" 로마니 아키만, 네가 그렇게 말한다는건 해결 방법이 있는 것이겠지. "



 로마니는 뒷목에 손을 올렸다. 자신이 생각해낸 해결책은 2개정도. 다만, 전부 여기 있는 자들의 협조가 필요한 것이니 만큼 확률은 반반이지만. 가장 높은 것은 역시 두 번째의 그것이려나..



 " 아처나 길가메시왕이 보구를 사용하던가- "
" 저기에 에아를 쓰라는거냐, 너는! "
" 좋아. 이건 폐기하고.. 랜서가 창을 망가뜨리는 것 정도이려나. "



 빠르게 고개를 끄덕인 로마니가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 모든 시선이 디어뮈드에게 집중되었다. 아마, 무전기로 이를 듣고있는 에미야 키리츠구도 온 신경을 디어뮈드에게 쏟고 있겠지.



 " 어떻게든 결정해. 최소한의 시간정도는 벌어줄 수 있어. 하지만 발을 묶는 정도이지 쓰러뜨리지는 못해. 나는 그정도 열량을 만들어내는 마술을 쓸 수 없어. "

 


 로마니는 머리속으로 진을 그렸다. 수은 등으로 이곳에 실제로 그릴 여유는 없다. 육지로 나오지 못하게 함과 동시에 촉수 등이 직접 움직여 공격하지 못하게 막아야 했다. 으음, 그냥 이곳에 있는 모두에게 무적을 걸거나 회피를 거는게 편할 것 같은데.

 스턴을 거는 마술은 기껏해봐야 2~3번 정도만 사용해봤다고… 앞에 있는 적이 공격하기 전에 죽이면 스턴을 걸 필요 따위 없으니까.



 " 캐스터! "



 로마니는 멀린을 불렀다. 다곤같이 큰 것에 마술을 걸기 위해선 마술진도 커야했고 그에 맞춰 필요한 마력 양도 커져야 했다.

 서번트로 현계한 멀린은 마력에 한계가 있지만… 없는것보단 나았다. 길가메시왕은 도와줄 것 같지도 않고. 멀린의 마력을 조금 뺏어야…아니, 빌려야겠다.


 로마니는 강 바로 앞에 섰다. 숨을 크게, 들이 마쉬고 내쉰다. 좋아. 머리속에서 완성된 진을 현실에 마력으로 그린다. 예전부터 바뀌지 않은 것은, 마력이 금색이라는 것 아닐까. 헤픈 생각을 하며 마력을 불어넣었다. 이제 로마니는 이곳에서 움직일 수 없다.




 ***




 " 세이버, 나는 캐스터를 용서할 수 없다. "
" 랜서..! "
" 지금 승리에 맞는 것은, 우리의 기사도다. 그렇지, 영령 아르토리아. "



 랜서는 강 바로 앞에 서있는 어린 아이를 보았다. 눈을 감고, 입꼬리를 올렸다. 붉은 창은 바닥에 꽂고, 황색 창을 들었다.

 

 가볍게 뚝, 소리가 나며 창이 부러졌다. 창이 부숴지는 것과 동시에 바람이 그들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리고, 세이버는 자신의 손이 치료되는 것을 느꼈다.



 " 부탁한다, 세이버. "
" 알겠다. 랜서. 지금 내 검에 승리를 맹세한다! "



 세이버의 검에 씌워져있던 바람이 걷히고, 흰색의 성스러운 검이 나타났다. 세이버는 검을 높게 치켜들고, 마력을 모은다. 금색 빛들이 바닥에서 올라오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 엑스칼리버! "



 찬란한 금빛의 검이 다곤을 향해 내리꽂혔다. 로마니는 옆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열량에 진을 없애고 길가메시에게 안겼다. 언제 보아도 참 아름다운 보구이다. 밝고 찬란한 그 빛은 아르토리아의 빛이겠지.

 

 현왕, 길가메시는 그를 안아들고 마스터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




 " 로마니 아키만. "
" 잠시만, "



 로마니는 안약을 꺼내들었다. 눈을 하도 뜨고 있었더니 아파왔다. 천리안 방지용 마술도 손 좀 봐야겠네. 슬슬 마력을 견디지 못하고 있어… 눈이 금빛을 찾아가는게 느껴졌다. 이 몸에서 8년동안 살면서 대규모 마술을 하지 않은 데엔 이유가 있다니까.


 조심스럽게 안약을 넣고 눈을 깜빡거렸다. 혹시 몰라 가져온건데, 이렇게 쓰네. 이 안약은 천리안을 살짝 억제해준다. 며칠동안 고생해서 만든 마술정도는 아니고. 과거가 보이던 것을 안 보이게 해주는 정도.

 생각보다 과거는 중요하다. 어쩌면 미래만큼이나. 나비의 날개짓이 태풍을 부를 때, 그 날개짓을 한 나비를 알게된다면 태풍을 막을 수 있다.


 로마니는 과거와 미래, 둘 중 하나를 안 볼 수 있다면, 머뭇거리지 않고 과거를 선택할 것이다.



 " 좋아, 일은 다 끝난거지? 가자. "
" 잠깐만!! 방금 네가 쓴 마술은, "



 웨이버의 부름에 로마니는 그를 흘깃 쳐다봤다.



 " 음.. 그건 비밀로 할까! 알고 싶다면, 이 전쟁이 끝난 후에 와. 계약서를 들고. 아, 케이크도! "



 로마니는 다시금 길가메시에게 안겨 자리를 떳다. 보이지 않지만, 멀린도 함께였다

 

 

 

 ***

 

 


 " 그러고보니.. 저번에 집을 구하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 "



 길가메시왕의 시선이 로마니 자신에게 향했다. 그 붉은 눈에 로마니는 움찔, 몸을 떨었다. 하지만 궁금하긴 하잖아..! '그' 길가메시왕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못하지는 않았을텐데.. 아직도 호텔에 있단말이지..



 " 아아. 이미 구했다. "
" 에? "
" 자세한건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전쟁 이후 내 거처가 정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는 이 전쟁이 끝나면 양육자들이 있는 곳에서 지내려고 했다고… 어린 아이의 신분상, 근처에 어른들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 많다.



 " 쯧, 그곳에 다시 들어갈 생각 자체를 버려라, 잡종. "



***




 " 호, 이 성배전쟁은 참으로 흥미롭군. "



 길가메시왕이 중얼거린 말에 로마니는 고개를 갸웃했다. 천리안으로 보고있지 않기에, 로마니는 상황을 몰랐다. 천리안을 갖고있는 동포란 것들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으니. 알 수 있을리가.


 벌써 이틀째, 로마니는 호텔에서 나가지 않고 있다. 길가메시왕과 멀린, 양 측의 의견이었다. 물론, 학교를 가야하기에 로마니는 나가고 싶었지만... 언제는 저 두 명이 로마니의 말을 들어주었던가. 로마니는 포기하고 머리속으로 소환진이나 고치고 있었다. 길가메시왕이 소환됐던걸 보면 어딘가 이상했던게 맞으니까.


 처음 시도했던 것은 칼데아의 소환진과 완전히 같았었다. 칼데아의 소환진 정도는 외우고 있으니까. 하지만, 역시 성유물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방패가 없어서일까. 마력을 흘려보내면 대기중으로 사라졌었다. 그 다음으로 시도한 소환진은 일반적인 성배전쟁의 소환진. 역시 마력 부족으로 소환 실패였다.


 그렇다면 역시,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해보고 싶어지는데… 게티아라도 다시 만들어볼…으응, 인리를 다시 한 번 소각시킬 순 없지. 게티아는 포기하자.



 " 네 놈, 다시 돌아와라. "
" 아. "


 

 너무 옆길로 샜구나.



 " 현재, 랜서가 탈락했다. 현재 남아있는 자들을 설명하면 세이버, 아처, 라이더, 버서커. "
" 하산은 저번에 완전히 탈락했구나. "



 로마니가 중얼거린 말에 길가메시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성배문답을 한 날, 알랙산더의 보구로 인해 백모의 하산은 완전히 퇴거했다. 첫 날, 영웅왕과의 설전은 그저 연극이었을테니.



 " 아처의 마스터는 죽었고, 라이더의 마스터는 영주를 전부 사용했군. "
" 전개가 빨라 "
" 다만 아처와 라이더가 탈락한 것은 아니다. "



 그러니까, 전개가 빠르다고…


 도대체 며칠 치의 설명을 한 번에 해주는 건지, 한 서번트가 탈락하면 다른 마스터가 죽고. 또 어떤 마스터끼리 동맹을 맺고. 이 성배전쟁의 전황은 너무나 특이했고, 너무나 복잡했다.


 어쌔신의 마스터가 아처의 마스터가 되었고, 버서커의 마스터는 미쳤다. 결국 지금 싸울 수 있는 서번트는 아처, 버서커, 세이버 이 셋 뿐. 마스터는 세이버의 마스터와 아처·버서커의 마스터.


 라이더의 마스터는 성배전쟁을 포기했다. 다만, 라이더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라이더에게 영주로 응원을 해주었다고 했나… 응, 공명씨라면 그럴 것 같았어. 아마 이스칸달과 영웅왕이 싸우지 않으려나. 서로를 왕이라 인정한 자들이니, 아마 잘 싸우겠지.



 " 거의 도착했군. "

 " 여기는.. 특이하네. 시민회관? "
" 이번 성배전쟁의 최후의 격전지지. "
" 정말 특이하네.. "



 로마니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 보통의 성배전쟁은 그 누구의 영지도 아닌 류도사의 영맥에서 마무리된다. 칼데아에서 최초의 레이시프트 때도 마지막은 그곳이었으니까.

 나도 그랬던 기억이 있다. 성배를 손에 넣고… 후유키의 강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었다.



 " 이곳에 들어갈거야? "
" 아아. 최후정도는 봐주고싶군. "



 고개가 자연스럽게 끄덕여졌다. 오염된 성배를 두고 벌이는 성배전쟁. 만능의 원망기인 성배는 원래부터 소원을 이상하게 이룬다. 제 3법을 위해서 만들어졌으니. 오로지 그것에만 쓰라는 의지인 것일까.


 뭐, 빌리는 돈을 원했지만. 그 때와 지금은 성배가 다른 것 같지만… 만약 약간이라도 비슷했다면, 그게 맞는 행위였겠지. 그 성배 덕분에 나도 사람이 되었으니... 응, 그 성배전쟁에 참여한 것은 나의 모든 생을 포함해서 가장 잘 한 행위 아닐까.



 " 로마니, 도착이야. "
" 역시 대성배라 그런지 커다랗다니까. "
" 감상이 그거여도 괜찮은거야? "



 로마니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감상이라도 한 게 어디야. 멀린도 그냥 한 말이겠지만. 지금쯤이면 알트리아와 버서커가 싸우고 있을테니. 사실 만난 적이 없어서 정확할 지는 모르겠지만.


 대회의실 같은 곳에 도착하니, 떡하니 보이는 커다란 성배가 있었다. 대놓고 서있지만 뭐, 멀린의 마술로 보이지 않는 상태일테니. 지금 뛰어오는 세이버의 마스터는 아마 눈치채지 못하겠지.


 '무언가 있는것 같다'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 자체만으로 시계탑의 로드급 마술사일텐데. 저 마스터는 제대로 된 마술사라고 하기엔 어딘가 부족해보이니까.



 " 영주를 통해 명한다! "



 알트리아가 달려왔다. 세이버의 마스터는 영주가 있는 쪽의 손을 내밀었다. 성배라도 파괴하려는 걸까나. 오염된 성배를 베어버리는 건,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닐 것 같은데.



 " 세이버! 다시 한 번 영주를 통해 명한다! "
" 키리츠구!! "
" 성배를 파괴해라! "



 자, 여기서 문제. 저 성배는 오염되었다. 즉, 성배의 내용물인 마력도 같이 오염됐다. 잔이 파괴되었을 때, 내용물은 어떻게 된다?


 정답은 쏟아진다. 알트리아의 보구가 성배를 파괴하자마자, 오염된 마력들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아마- 나는 무사할 것이다.


 그야, 근처에 있는 그랜드 캐스터와 어딘가의 현왕이 구해줄테니까. 후유키시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고 해도, 저들은 돕지 않겠지. 한 명이라도 살아있는 자가 있다면 다행일 정도일 것 같은데..



 " 에미야 키리츠구. "
" 너는, "
" 지금 당장 달리는 편이 낫지 않겠어? 한 명이라도 구해야지. "



 로마니는 인간의 선택을 말릴 수 없다. 그 선택이 인간의 삶을 찬란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니까. 하지만, 그저 그 선택을 방관하는 것은 다르다.

 

 마술의 신비를 위하여, 성배전쟁 도중 사람이 몇 명 죽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예기치못한 사고로 후유키시에 사는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기엔, 그 개개인의 삶 또한 참으로 아름답다.



 " 있지, "
" 네놈의 거처는 저 자에게 말해뒀다. "
" 꿈에서 만나자고, 로마니군. "
" 이래서 천리안 보유자들은! "



 로마니는 자신의 서번트들을 퇴거시켰다. 현계를 유지시키던 마력으로 어느정도의 사람이라도 구해야겠지.


 멀린과 길가메시는 로마니가 안전한 곳으로만 옮긴 후 아무말 없이 사라졌다. 이미 모든 것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듯한 행동이었다. 천리안을 보유하면 모든걸 설명하지 않아도 되어서 편리하긴 한데..


 회관 근처는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진흙이 이미 침식한 부분을 걷어내는 행위는 지금의 마력으론 무리니까. 그들이 내려둔 곳이니 이곳은 무조건 안전할 것이다. 일단 최대한의 결계를 펴서 민가를 보호해야지.


 인적피해도 끔찍하지만, 살아남은 후 갈 곳이 없다는 것은 더 끔찍할테니.




 ***




 " 키리츠구. "

 " ...살아남은건가. "

 " 그 아이는? "

 " 이곳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이이다. "



 키리츠구는 그 품에 있는 아이를 껴안았다. 기절한 것이 분명할 터인 어린 아이는 어딘가 모르게 익숙했다. 마력이 여유가 있다면 보았을텐데. 응, 지금 눈을 쓰기는 조금 무리랄까. 솔직히 서있는것도 힘드니까. 마력고갈로 괴사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아.


 키리츠구를 끌고 자리에서 벗어났다. 저 아이는 살려야지. 멍하니 껴안고만 있으면 구원이 내려오는 시대는 지났다. 구원이 내려오던 시대에도 아이를 살려달라며 며칠을 빌어도 안 살려줬었는데. 그 시대도 아니면서 껴안고만 있으면 안되지.


 몰려드는 사람들을 피해서 병원으로 향했다. 조금 더 빨리가겠다고 구급차를 타는 순간, 유일한 생존자임을 밝히는 것이다. 그 순간 기자가 몰려들겠지. 로마니는 아직 뉴스를 타고 싶지 않았다.


 그 날, 에미야 시로라는 소년이 구출되었다. 그와 동시에 후유키에서 열린 4차 성배전쟁이 끝났다. 승리자는 에미야 키리츠구 혼자. 살아남은 마스터는 웨이버 벨벳과 에미야 키리츠구 뿐이었다.

 

 

 

***


 " 키리츠구. "
" ... "
" 너는 세계 평화를 어떻게 이루고 싶던거야? "


시로를 바라보며 로마니는 물었다. 키리츠구는 창 밖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 옛날 이야기를 해볼까. "


 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정도 전일까. 한 나라를 다스리는 완벽한 왕이 있었어. 왕이 다스릴 때엔 나라가 참으로 평화로웠지. 왕에겐 무엇이든 볼 수 있는 눈이 있었거든. 과거든, 미래든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보는 눈이.
그리고 그 왕은, 자신을 보조해줄 마술식을 하나 만들었어. 그 마술식의 이름은 게티아. 그 마술식은 왕에게 없는것을 하나 갖고있었어. 감정.


 마술식은 감정을 갖고 왕이 보는 것을 같이 보았어. 마술식은 왕의 시야로 세상을 훑어보며, 왕에게 읍소했지. '이 세상을 보시죠. 왕이시여, 당신은 구원할 수 있으실테니 구원해주소서. ' 감정이 없는 왕은 아예 신경쓰지 않았지.


 뭐.. 자세한 건 이게 아니었던 것 같지만 까먹었어.


 마술식은 왕에게 실망했어. 뭐어 당연하지. 인간은 비인간을 이해할 수 없어. 시간이 흐르고, 왕이 죽자 마술식은 계획을 하나 세웠어.


 그 계획은 인간이 만든 에너지를 3000년간 모으고, 마지막엔 모두를 죽여버리지. 그렇게 열량을 모아서 시간을 되돌리고, 별을 다시만들어서 죽음따윈 없는 세상을 만드는, 그런 계획이었어.

 


 " 에미야 키리츠구, 네가 하려던게 그 마술식이 하려던 것과 뭐가 다르다고 생각해? ".

 

 

 

 

 

 

 

 

 

 

 

 

 

 

 

<멋진 후기>

 

와! 후기를 적을까 말까 고민을 좀 했는데 그냥 적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쓴게 얼마 안돼서… 중후반부는 그냥 원작 복붙이죠 거의… 글이 늘어지는걸 좋아하지도 않아서 후반부는 너무 급전개고…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 마음에 드는 부분이 없는거 같은데… 하하하 열심히 썻으니까 이쁘게 봐주세요… 천리안조의 캐미를 보고싶었는데… 캐미라곤 하나도 없네요 말도 안된다… 포타랑 비교하시면서 보시면 와 이게 같은글 맞네~ 싶을겁니다. 바뀐게… 많은데… 티가 안나요… 9~10일정도 붙잡혀있던 거 같은데 바뀐게 없어서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들어…하하… 아무튼 주저리는 여기서끝이고요 다음장부턴 외전들입니다… 참고로 외전은 퇴고 없습니다. 그냥 쓰이는데로 가져왔어요.. 오타…? 그건…최대한 없애보겠습니다. 하하

 

 

 

 

 

 

 

 

 

 

 

1. 그 날 밤, 성벽에서.


" 키리츠구. "
" 왜 그러지, 세이버. "
" 로마니 아키만이란 아이에 대해 듣고싶습니다. "



 세이버는 자신의 마스터를 바라보았다. 아인츠베론의 성벽에서 밖을 바라보던 키리츠구는 침음에 잠겼다.



 " 9세, 초등학교 재학중. 부모와는 사이가 좋지 않음. 이것들 뿐이다. "
" ... "
" 그 아이는 극히 평범하다. 가계가 마술가계인 것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어린아이일 뿐이지. "



 키리츠구 또한, 그 아이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기에 나온 침음이었다. 정말로 극히 평범한 아이였다. 가정의 불화가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이 그 아이에게 마술회로와 소환에 관한 지식을 줄 순 없었다.

 그렇다면 이 신비는 이미 사라져있겠지.



 " 오늘 그 아이를 만났습니다. "
" 결계에 걸리지 않고 이 산에 들어왔나..! "
" 그리고 '지금의 자신'은 성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
" 지금의 자신... "



 세이버는 로마니와의 대화를 말하였다. 로마니는 마치 지금의 자신이 아닌 옛날의 자신이 성배를 사용한 것 처럼 말했다. 역시, 수상한 아이이다.

 

 키리츠구와 세이버 사이에 잠시의 정적이 흘렀다. 로마니 아키만에 대해 아는 정보가 너무 적어, 대화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성배전쟁에 참여하지 않는다 하였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는 멍청이는 없을테니.



 " 그리고 마술을 익숙하게 사용했습니다. "
" 마술가계는 아닐텐데. "
" 자세한걸 알아봐주시죠, 키리츠구. "
" 그래. "


 [ 호, 이거 재밌게 굴러가는군. ]

 

 

 

 

 

2. 언젠가, 시계탑에서.

 

 

 로마니는 저번에도 자주 안 찾던 곳을 찾았다. 공명씨, 아니. 웨이버의 초대였다. 성배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웨이버 벨벳은 로마니를 찾아왔다. 한 손에는 계약서가, 다른 손에는 케이크가 들려있었다.

 

 농담식으로 꺼낸 말을 실천으로 옮긴 그에, 로마니가 더 깜짝 놀랐었다. 그 순간부터, 로마니는 웨이버를 공명이라 부르지 않았다. 전혀 다른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현재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날 밤, 로마니와 웨이버는 날밤을 지새었다. 주로 로마니의 비밀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 날, 웨이버 벨벳은 로마니의 세 번째 친구가 되었다.

 

 

 “ 웨이버! ”
“ 여기선 로드 엘멜로이 2세라 불러라. ”
“ 에…. ”

 

 

시계탑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역, 그곳에 웨이버가 서있었다. 여행을 다녀온 뒤, 폭삭 늙어왔지만 어딘가 익숙한 청년이었다. 당연히 익숙하겠지만. 1년동안 보았으니까…

 

 

 “ 으음… 그래서 마안 수집열차는 왜? ”
“ 라이더의 성유물을 빼앗겼다. ”
“ 그건 큰일이네… 그런데, 라이더를 보고싶다면 지금 내가 소환시켜줄 수 있는데? ”

 

 로마니의 말에 엘멜로이 2세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친우는 몇 년이 지났지만 발전한 것이 없었다. 인간성 부분은 미묘하게 그대로인게… 아처의 노년기인 그가 한 짓 치고는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그곳에 맡겨진 소년인 에미야 시로라는 자도 그리 인간성이 있어보이진 않던데. 둘은 잘못 만났군.

 

 

 “ 로마니 네겐 마안이 있으니, 여기서 무언가 얻어갈 수도 있지 않나. ”

 “ 으음… 발동하지 않게 하는 마술은 이미 사용중이고. 기껏 해봐야… 한 번 더 막아주는 안경정도일까. ”

 

 

 로마니는 뒷목을 잡았다. 이 버릇은 없어지질 않네. 안경의 경우, 컨디션이 안 좋은 날 사용하려고 만드는 중이었다. 여기서 구할 수 있다면 소환진을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겠지.

 

 

 “ 일단, 타지. 참고로 그 여동생- ”

 “ 어머, 로마니? ”

 “ 엣 ”

 

 

 몸이 흠칫, 굳었다. 금발의 소녀, 라이네스였다. 그녀와는 웨이버의 소개로 만난 적이 있었다. 성배전쟁의 참여자라 밝히니… 으, 다시 상상하고 싶지 않아! 구석에 박혀서 마기☆마리랑 대화하고 싶어!

 

 

 “ …이거 괜찮은거 맞지, 웨이버..? ”

 “ 그러니까, 로드 엘멜로이 2세라니까. ”

 

 

 이윽고, 세 명을 태운 열차는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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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거운 북극여우

    이글은 이제 볼 수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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