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라는 이화가 요즘들어 재현을 끼고 다닌다는 걸 알았지만, 아직도 작업 중이라고만 생각했지, 재현을 정말 자신의 후계자로 점 찍어놓도 데리고 다니는 중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좋아하는 케이크를 먹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재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괴로워하던 동생의 모습이 떠오르며, 어릴 적의 자신이 겹쳐보였다. 그리고 동생이 봤다는 그 장면도 어떤
"아, 형." "왜?" "부모님, 별거 끝내셨더라." 재라가 바로 반응을 보이지 않자, 재현은 그 순간동안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차라리 내일 말하는 게 나았을까? 재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어머니가?" 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라의 표정이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재라가 물었다. "뵙고 온 거야? 언제?" "오늘 보고 왔어. 잘 계시더라
“셀, 오늘도 그 사람이랑 점심 먹어?” “그 사람?” 민하가 바깥쪽을 향해 고갯짓을 했다. 셀이 민하의 시선을 따라 몸을 뒤로 반쯤 눕혀 밖을 쳐다보자, 키가 큰 사내가 바깥에 서 있었다. 오늘은 별 말 없었는데. 민하가 놀리듯이 물었다. “오늘도 나 버리고 데이트 가는 거야?” 셀이 한숨을 짧게 내쉰 뒤 말했다. “그런 거 아니라니까.” “셀,
재현은 아버지의 부름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아버지, 이화는 지금 그곳에 있었다. 재현은 자신이 입은 재킷을 단정하게 옷매무새를 정돈한 뒤, 심호흡을 했다. 올 때 몸을 단정히 하고 오라는 이화의 말이 있었기에, 재현은 조금 더 자신의 몸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재현은 이곳에 올 때마다 병원에 이런 곳을 숨겨놓은 이화의 의도가 신기했다. 그리고 왜
"혹시 셀? 셀리엇이야?" 땅에 머리를 처박다시피 떨어트리고 걸어가던 셀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빛에 반사된 머리가 푸르게 반짝이는 사람이었다. 셀이 자신의 기억을 뒤지며 자신을 반갑게 부른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할 때, 남자는 반갑다는 웃음을 지으며 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나 기억 안 나?" 남자가 큰 입매를 휘
"감사합니다." 셀은 택시에서 내렸다. 그래도 연락 한 번 넣을 줄 알았던 김서진은 아직도 연락이 없었다. 셀은 집으로 곧장 들어가지 않고 주변에 있는 놀이터까지 천천히 걸어 갔다. 기분 전환이 필요했다. 기분 전환 시켜준다고 한 말이 설마 이런 뜻은 아니었겠지. 해가 진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셀은 그네에 걸터 앉아 다리를 폈다 접었다 하며 성의 없
13. 실로 "그럼, 부탁을 하나 더 할까 하는데." "바로 부려먹으시는 겁니까?" "내일 셀 좀 데리고 돌아가라. 난 내일 개인적인 일정이 생길 거 같아서 셀을 못 데려다 줄 거 같거든." 셀과 관련된 일에 서진이 순순히 답했다. "아.. 네, 그렇게 할게요." "대표님.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영현은 고개를 까딱였다. 서진이 말했다. "그들
“그렇지 않아도 뭔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 셀의 말에 영현의 포크질의 속도가 느려졌다. 영현이 눈썹을 부드럽게 세우며 궁금증을 표했다. 셀이 말했다. “제 능력, 언제 발현되었는지 아세요?” 영현은 잠시 포크질을 멈추고 자신의 오래된 기억을 더듬었다. 셀에 대한 기억 쯤이야, 영현은 자신이 아는 것 내에서는 기억하지 못하는 게 없었지만 그래도
셀은 이내의 집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내가 없는 집무실은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다. 곧 도착한다며 별 일 없으면 미리 들어가 있어도 좋다는 연락에 셀은 고민도 없이 이내의 집무실로 들어왔지만, 생각보다 늦어지는 이내의 방문에 진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 달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셀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내를 맞을 준비를 했지만, 그 자리엔
기솔은 이제 혼자서도 곧잘 지원 업무를 잘 다녔다. 이제 타 부서의 사람들과 안면도 익혔고, 서로 간의 신뢰도 어느 정도 쌓인 덕이었다. 기솔은 이게 다 초반에 서진의 도움이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초반에 서진은 항상 자신의 임무 때마다 기솔을 데려가곤 했었다. 거기서 다른 사람들과 안면도 트게 하고, 기솔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 주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강변에서 사이람 1팀은 옹기종기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다만, 다들 인상이 그리 좋지는 않은 게 단순히 강한 강바람과 따가운 햇살 때문은 아닌 거 같았다. 간만의 현장 업무에 들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얼굴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서진은 먼저 이곳에 온 이유를 상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