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받아들이게 될 (1)
아인은 평소와는 다르게 식당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 집에 도둑이 들리는 만무했다. 그렇다고 손님이 온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부모님은 지금 시간이면 이미 연구소로 출근했을 시간이기에, 아인은 머릿속에서 집에 있을 만한 사람을 생각해보았지만, 딱히 짚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던 중 최근에 이안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얼핏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안을 생각하기만 해도,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지, 아인의 표정이 더욱 딱딱해졌다. 아인이 조용히 문을 열자, 그곳엔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앉아 있었다. 아인과 눈을 마주친 이안은 냉장고를 뒤져보고 있었다. 이안이 표정이 그리 좋지 않은 동생을 향해 씩 웃었다. 아인이 말했다.
"언제 와서 인사하나 싶었어."
"우리 아인이, 많이 까칠해졌네."
"연락 하나 없이 돌아왔으면서, 나한테 인사 한 번 안 해?"
"네가 좀 바빠보여야지. 집에서 마주쳤으면 인사했을 거야."
지금처럼 말이야. 이안이 손까지 흔들어보이자, 아인은 질색하며 이안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아인이 말했다.
"나서서 할 생각은 없었단 뜻이네."
"아, 바쁘신 분 방해할 생각이 없었다니까? 어머니 밑에서 일하고 있잖아. 그럼 안 바쁜 게 이상할 텐데, 괜히 정신 사납게 만들어주고 싶지 않았어."
"내가 왜 오빠가 왔다고 정신이 사나워지는 건데?"
뾰로통하게 응답하는 아인의 대답에 이안은 한쪽 입꼬리를 슥 올리며 아인의 속을 더 긁었다. 이안이 말했다.
“이미 사나워진 거 같은데?”
“인사도 안 하고 도둑처럼 조용히 지내더니, 이젠 보자마자 사람 놀리는 거야?”
"그럴리가. 아침 맛있게 먹어. 난 나가봐야겠다."
"뭐 하는 거 있어?"
"한량은 나가서 놀다가 올 거야. 아쉬우면 저녁이라도 같이 먹을까?"
"나 언제 돌아올지 몰라."
"그럼 같이 먹고 싶어지면 저녁 시간 전에만 말해줘."
이안이 손을 흔들며 식당을 빠져나갔다. 아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왜 갑자기 저녁을 같이 먹자는 거야."
아인은 오늘 유진을 붙잡아놓고 꼭 자신과 점심을 먹어야한다고 말했다. 평소 이런 모습을 거의 보인 적이 없었던 아인이기에 유진은 그러겠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딱히 점심 시간에 뭔가를 하려던 건 아니었기에, 유진은 더더욱 아인의 말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럼, 점심시간에 다시 올게."
"이 말 하려고 온 거야? 휴대폰으로 해도 되잖아."
"너 휴대폰 잘, 아니, 연락 잘 안 보잖아. 갈게."
아인은 유진에게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유진은 멍하게 아인이 떠난 자리를 쳐다보다가 자신도 그만 연구실 안으로 들어갔다. 또 정신 놓고 뭐하고 있냐는 가벼운 핀잔을 듣고 싶지 않다면, 어서 자리로 돌아가 앉아 있어야만 했다.
유진과 아인은 구내 식당에서 음식을 받아 창가 주변에 있는 일인용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다. 그들이 앉은 자리는 햇빛이 들지 않아, 여유롭게 바깥을 구경할 수 있는 좋은 자리 중 한 곳이었다. 아인은 배가 고프지 않은 사람처럼 밥을 쳐다보았다.
아인은 이안을 생각만 해도 없던 밥맛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든 남매는 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아인은 자신이 그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고 생각했다. 아마 그건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는 부분일 터였다. 아인이 수저를 들며 말했다.
"오빠가 돌아왔어."
밑도 끝도 없이 들어온 근황 이야기에 유진은 잠시 아인의 말을 온전히 이해할 시간이 필요했다. 유진은 머리를 팽팽 돌리고 나서야, 아인에게 오빠가 한 명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유진이 말했다.
"…… 그 미국 유학 갔었다던 오빠?"
아인이 그렇다고 말하며 밥을 깨작거렸다.
"그래, 이 주 동안 인사 한 번 안 했어."
들어왔으면 자기가 인사해야하는 거 아냐? 아인이 젓가락을 꽉 쥐었다. 유진이 불안한 시선으로 젓가락을 쳐다보았다. 언제 한 번, 아인이 무지 화가 났을 때 아인은 밥을 먹으며 수저를 반으로 접은 적이 있었는데 오늘도 왠지 그렇게 될 것 같았다. 젓가락 챙겨오겠다고 미리 말을 해야하나? 유진은 좀처럼 젓가락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젓가락은 아인의 손 안에셔 아직 꼿꼿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인이 말을 이었다.
“어떻게 이 주를 못 보고 지냈지? 오늘 안 마주쳤으면, 난 언제쯤 알아차렸을까?”
"그 사람도 바빴던 거 아닐까?"
애써 포장하려는 유진의 말에 아인은 일갈했다.
"막 돌아온 사람이 바쁠 게 어딨어. 그냥 나한테 인사할 생각이 없었겠지. "
그 말에 유진은 어색한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유진으로서는 더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아인은 옆에서 같이 밥을 깨작거리는 유진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이안이 여기로 온다면 분명 유진이 표적이 될 것 같았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이안은 아인의 주변인이 누구인지 잘 캐치하고는 했다. 그리고 아인의 촉은 대개 잘 들어맞았기에, 이번에는 유진이 그 희생양이 될 것 같았다. 유진의 성격이라면, 이안에게 구워삶기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아인이 경고하듯 단호하게 말했다.
"혹시나 너한테 와서 이것저것 캐물으면 아무 것도 대답하지마."
유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유진이 말했다.
"뭐? 그 사람이 뭘 안다고 나를 찾아오겠어."
"이상하리만치 촉이 좋아서, 내 주변 사람이 누군지 대충 알더라고."
아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인이 수저를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사실 알고보니 뒷조사라도 하는 거 아냐?"
"에이, 설마."
유진이 아인의 식판을 흘긋 본 뒤 말했다.
“얼른 밥 먹어, 지금 안 먹으면 또 언제 밥 먹을지 모르잖아.”
유진의 말에 아인이 유진의 식판을 쳐다보았다. 피장파장이나 다름 없는 놈이 자기를 챙겨준답시고 하는 말을 들으니 아인은 지금 상황에서는 그 말이 짜증스럽게 느껴졌다. 아인이 젓가락으로 유진의 식판 가장자리를 살짝 치며 받아쳤다.
“네가 할 말은 아니잖아. 너도 깨작거리지 말고 좀 제대로 먹어.”
"옆에 앉아도 돼요?"
설마가 사람잡는다더니…… 유진은 갑자기 자신에게 친근한 척을 하는 남자가 누구인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유진은 그 말을 한 남자를 스치듯 쳐다본 뒤, 말보다 빠르게 움직이며 자신의 옆 자리를 비워주었다. 유진은 이렇게 하얀 사람은 아인 다음으로 처음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인의 말처럼 대놓고 사람을 내치지는 못했다. 유진이 의자를 옆으로 옮기며 대답했다.
"아…… 네."
이안은 유진이 비워준 자리에 앉으며 서글서글한 웃음을 지었다. 이안이 말했다.
"이런 말..하면 좀 이상하게 들릴 거 같은데, 아까 연구소 돌아다니다가 아인이랑 같이 있는 걸 봐서요."
"아…… 네에……."
아인과 차가운 느낌은 유사해보였으나, 아인과는 판이하게 다른 사람이었다. 아인보다는 날카로운 느낌은 덜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아인보다 덜할 뿐이었다. 그리고 안에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거 같은 느낌이었다. 아인이 늑대라면, 이안은 뱀이라고 하면 비유가 적절할 거 같았다. 유진은 뱀에게 잡아먹힐 토끼처럼 그 자리에 가만히 굳어 있었다.
이안은 잔뜩 굳어 있는 유진을 재밌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아인에게 무언가 들었으려나?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긴장하고 있을 거 같지가 않았다. 그것도 어차피 지나쳤으면 모를 사람 앞에서 누가 이렇게 긴장을 한단 말인가. 이안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물어보았다.
"아인이가 제 이야기 했어요?"
"네?"
이안이 씩 웃었다. 유진은 이안의 웃음을 보고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어딘가 부담스러운 사람이었다. 유진은 있지도 않은 사회성을 쥐어짜려 노력해보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역부족이었다. 이안이 한 번 보고 말 사람일 것 같지가 않아서였다. 지독하게 엮이진 않더라도, 아인을 보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꽤나 오며가며 자주 볼 것 같았다. 그 생각이 들자, 쪼그라들 것도 없는 유진의 사회성이 더 쪼그라들었다. 무슨 말이라도 잘못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에 유진은 잔뜩 굳어 입을 못 열었다.
이안은 잔뜩 굳어 있는 유진을 보며 자신이 무슨 문제를 일으켰는 지, 무슨 실수라도 저질렀는 지를 생각했다. 왜 그렇게 굳어 있는 거지? 곧, 이안은 자신이 자기 소개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안이 말했다.
"이이안이에요. 이미 알겠지만, 아인이 오빠이고...... 아, 연구소 일을 이어받는 데엔 관심이 없으니까 그쪽으로는 신경 안 써도 돼요."
"네?"
유진은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듣자, 고개를 번쩍 들어 이안을 쳐다보았다. 이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왜, 어느 줄을 타야 오래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저는...... 그런 거 관심 없어요."
"잘됐다! 저는 그렇게 간 보는 사람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이안이 활짝 웃으며 유진을 쳐다보았다. 유진은 어딘가 불편한 사람처럼 이안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이안이 없는 곳쪽으로 계속 시선을 두었다. 이안은 아인이 왜 자기 옆에 유진을 두었는지 대충은 알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답답한 사람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꽤나 답답한 사람을 옆에 끼고 있다는 게 제일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이안이 말했다.
"아인이랑 친구하는 거 어때요?"
"네?"
"안 힘들어요?"
유진이 이안의 눈치를 보다가 겨우 대답했다.
"지금보단 훨씬 편해요. 안 힘들어요."
유진의 말에 이안이 크게 웃었다. 덕분에 복도가 울려, 둘은 주변인의 시선을 한 번에 받았다. 유진이 주변에 있던 종이를 꺼내 얼굴을 가렸다. 유진의 귀가 새빨개진 걸 본 이안이 말했다.
"아, 미안해요. 싫어할 거란 생각을 못했어요."
"지금 상황이 싫은 거에요. 사람들 다 갔어요?"
"네, 다 갔어요."
“너 얼굴이 폈다?”
“뭐?”
정원의 말에 셀이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정원을 쳐다보았다.
“주, 주말 지났으니까 얼굴이 폈지!”
정원은 다 안다는 듯이 물었다.
“화해했냐?”
셀의 얼굴이 붉어지자, 정원은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을 건드렸다고 생각했다. 화해했냐는 말에 왜 얼굴이 붉어지지? 정원이 급하게 덧붙였다.
“아냐, 됐다. 보고서는 언제 주냐?“
“오늘 줄게, 오늘.”
정원이 못 믿겠다는듯 셀을 쳐다보았다.
“못 믿는 거야?”
“아냐, 오늘 줘.”
“…… 선배 일정 안 알려줘도 되지?”
“응, 안 알려줘도 되는데. 왜?”
왜? 지난 주에 그 난리를 피워 놓고는 왜? 정원이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억지 웃음을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난 또 네가 필요할 거라 생각했거든.”
각지게 올라가 있던 정원의 입꼬리가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정원이 이어서 말했다.
"보고서는 오후 세 시까지 줘. 기억력도 좋은데 왜 금방 안 쓰는 거야?“
“기억을 잘 하는 거랑, 그걸 양식에 맞게 잘 써내는 건 다른 거라고! 내가 몇 번을 말해?“
“너네 또 싸워?”
“솔이는 어쩌고 혼자 돌아와?”
“물건 챙길 게 있어서 내가 급하게 왔어. 정원아.”
서진이 정원을 불렀다. 정원은 오늘까지 달라는 말을 한 뒤 서진에게 걸어갔다. 서진은 정원을 데리고 장비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셀은 정원과 이야기 중인 서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주말 내내 그렇게 붙어 있었는데, 서진은 일터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셀을 대하고 있었다. 조금 서운해질 정도로 말이다. 물론 이는 이상적이고 이성적인 행동이었다. 회사 내부에서 서로의 관계를 드러내봤자 손해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셀은 서진이 자신에게 어떤 티를 내주길 바랐다. 신경을 쓰고 있다는 그런 거 말이다. 서진은 셀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마치 할 말이 많은 사람이 지을 법한 표정을 짓고 있기에 서진이 물었다.
"셀, 할 말 있어?"
"뭐? 아니......."
셀은 맥없이 이 상황을 넘겨버리고 싶지는 않아서 서진의 말에 꼬투리를 잡았다.
"정원이랑 싸우고 있던 거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어."
서진이 자연스레 정원을 쳐다보았다. 정원은 눈치 빠르게 셀의 장단에 맞춰주었다. 정원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지어내었다.
"그냥 관점의 차이에 대해 논하고 있었어요."
"네가 그렇게 대하니까 우리가 평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렵잖아. 어린 애 취급 하지마. 우리도 너랑 같은 일을 하는 동료라고."
"그래, 미안하다. 다음부턴 조심할게."
그러고 서진은 다시 업무로 돌아가 정원과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더니, 곧 정원이 전달해준 물건을 가지고 사무실을 나가버렸다. 서진이 나가자 정원이 셀에게 물었다.
"웬일로 네가 그런 말을 다 해?"
"기분 나쁘잖아. 자기가 무슨 유치원 선생님이야? 넌 기분 안 나빠?"
"딱히."
그런 소리를 들은 게 지금 벌써 1년도 넘었는데, 이제 와서 기분 나쁜 게 더 이상하지 않나. 정원은 그렇게 생각했다.
"무슨 물건 가져갔는지 물어봐도 돼?"
"안전로프랑...... 카라비너, 그리고 구조용 사다리. 더 필요하다나봐."
혜정이 사무실로 들어오며 밝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냈어?"
자신을 반겨주는 셀의 말에 혜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대답하며 하품을 크게 했다. 셀이 정원을 보며 말했다.
"구조 임무가 대부분이네, 요즘은."
서진이 다시 사무실에 들어왔다. 서진은 문에 몸을 반만 걸친 채 혜정을 불렀다.
"차혜정, 바빠?"
"네? 아니요?"
"짐 얼른 두고 따라와."
"에? 예! 10초만 기다려주세요!"
혜정이 짐을 자리에 던지듯 두고 서진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상황이 많이 안 좋은가? 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셀은 보고서를 쓰던 중에 호출이 걸려온 것을 보고 정원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살짝 들어 보았다. 정원도 마침 셀을 보고 있었다. 정원이 말했다.
"급하대. 네가 꼭 필요하대."
셀이 정원이 막 보낸 지원요청서를 읽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셀이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셀이 말했다.
"네가 실패했음 별 수 없는 거지. 갔다올게."
"보고서 좀 늦게 줘도 괜찮아."
"이번 주 안으로?"
정원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 둘 다 이번 주 안으로 줘."
"으, 네가 그렇게 순순히 받아들이니까 이상해."
셀의 말에 정원이 셀을 한 번 째려보고는 다시 모니터를 보았다. 셀은 필요한 것들을 챙겨 곧장 지원을 요청한 곳으로 내려갔다.
이안은 하릴없이 연구소를 배회하고 있었다. 어릴 때 한 번씩 부모님을 따라 왔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그 형체를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세련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더 넓어지기도 했고...... 이안은 무슨 돈으로 건물을 하나 더 증축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물론, 이안은 부모님의 사업수완에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이안은 저 멀리서 키가 큰, 용모가 익숙한 여자를 발견했다. 긴 머리를 높게 올려 묶은 여자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게 없어보였다. 마침 여자도 이안을 알아본 듯 빠르게 다가왔다. 이안이 말했다.
"여전하시네요. 강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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