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그림자 (3)
재라는 이화가 요즘들어 재현을 끼고 다닌다는 걸 알았지만, 아직도 작업 중이라고만 생각했지, 재현을 정말 자신의 후계자로 점 찍어놓도 데리고 다니는 중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좋아하는 케이크를 먹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재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괴로워하던 동생의 모습이 떠오르며, 어릴 적의 자신이 겹쳐보였다. 그리고 동생이 봤다는 그 장면도 어떤 식이었을지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재라가 검지로 자신의 미간을 지그시 눌렀다. 아버지란 작자는 어떻게 된 게 늘 이렇게 사람들을 괴롭히는 건지, 재라는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재현과 어머니인 소영을 데리고 그에게서 멀리 떨어지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영현은 손목 시계로 시간을 확인하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연결음이 세 번 울리기도 전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영현이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누르며 대답했다.
"김서진, 별 다른 일 없냐?"
자기가 싫다고, 방식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배워먹은 게 있다보니, 서진은 영현의 밑에서 지내는 동안 익혔던 것들을 좀처럼 씻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성질머리만 빼면 데리고 다니기 참 좋았는데 말이야. 영현은 서진에게 오늘 감시 업무는 그만둬도 좋다며, 저녁엔 자기가 셀과 함께 있을 거라는 언질을 주었다.
"그래, 열심히 감시하라고는 안 했지. 그런데 네가 열심히 시작했잖냐. 그래서 말하는...... 그래, 그날에도 느꼈지만 이제 말대답도 꼬박꼬박 잘도 하는구나. 곧 셀 도착할 시간이니, 그만 끊는다."
셀은 영현에게 받은 주소로 가기 위해 지도를 보며 이동하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 이렇게 날짜를 바로 잡기는 했지만 셀은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도 아무것도 건질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셀은 자기 기억을 찾아내지 못해서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상황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고 싶지도 않았고, 자신이 길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어불성설처럼 느껴졌다. 생각이 여기까지 닿자, 셀은 자신이 자신의 기억을 찾을 수 있다 생각하는 게 오만이나 다름 없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도움 받을 수 있을 때 얌전히 협조해서 도움 받자. 셀의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치던 생각들은 도움 받자는 결론에 다다르고 나서야 얌전해졌다. 어차피 도움 받으려고 요청한 일이잖아. 셀이 숨을 크게 들이 마셨다가 내쉬었다. 긴장도 하지말고 걱정도 하지 않는 거야. 셀이 바삐 움직이던 걸음을 잠깐 멈추었다. 긴장은 조금 해도 되지 않나?
목적지에 다다르자, 영현이 건물 앞에 서 있는 게 보였다. 셀이 아까와는 다른 속도로 빠르게 걸어 영현에게 다가갔다.
"많이 기다리셨어요?"
"아니, 나도 온지 얼마 안 되었다. 들어가자."
영현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물었다.
"좀 있다 기억 찾을 때, 내가 같이 있는 게 불편할 거 같니?"
"네?"
셀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영현을 쳐다보았다.
"왜 불편해요?"
"아니면 되었다. 난 그저......."
영현이 셀이 먼저 엘리베이터에 타도록 버튼을 누르며 셀에게 먼저 들어가라 손짓했다. 영현이 이어서 말했다.
"네가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불편하면 내가 빠지는 게 맞으니까."
"있어주시는 게 더 좋아요, 전."
셀의 말에 영현이 미소를 지었다. 그에 덩달아 셀도 미소를 지었다. 영현의 존재만큼 셀에게 든든한 존재는 또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누군가가 셀의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을 땐 더욱 더 말이다. 셀이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아저씨가 불편했으면 이런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도 안 했을 거에요."
"너를 오랫동안 못 봐서 그런지, 더 조심해야할 거 같더구나."
"자주 놀러오라는 말을 그렇게 하시는 거에요?"
"자주 보면 좋지."
둘은 간판 하나 없는 오피스텔 입구 앞에 섰다. 셀이 물었다.
"간판이 없네요?"
영현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답했다.
"알음알음 찾아오는 곳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혼자 계시니까 아무래도 우리같은 사람에게 적대적인 사람이 찾아오길 바라진 않겠지."
영현은 도어벨을 누른 뒤, 오기 전에 받았던 암호를 도어락에 입력했다. 그러자 문이 열렸다. 영현이 문을 열자, 셀은 당연한 것처럼 먼저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1인을 위한 완벽한 사무실처럼 보였다. 접객용 테이블이 중앙에 놓여 있고, 그 뒤쪽으로 업무를 보는 책상이 놓여 있었다. 한 켠에는 조리를 할 수 있는 작은 공간도 마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업무용 책상쪽에서 긴 머리의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영현과 셀을 맞이해주었다.
"안녕하세요. 시간 맞춰서 오셨네요. 찾는 데 힘들진 않으셨어요?"
"잘 알려주셔서 찾아오는 건 수월했습니다."
"제가 오늘 알아보아야 할 분이 여기, 같이 오신 여자 분이시죠?"
여자는 영현과 셀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었다. 셀은 명함을 눈으로 빠르게 읽었다. 명함엔 소속 같은 건 딱히 적혀 있지 않았다. 여자의 이름과 연락처만 적혀 있었다. 셀이 명함을 뒤집자, 그곳엔 기억을 찾아드립니다, 라는 문장 하나만 적혀 있었다. 사무실의 주인인 서열은 자신의 명함을 보고 있는 셀을 조용히 관찰했다. 서열이 물었다.
"영현님은 같이 계실 건가요?"
영현이 셀을 보며 그렇다고 답했다. 동시에 셀도 같이 있을 거라 답했다. 서열은 알겠다고 답하며 영현과 셀에게 테이블 주변에 모여 앉기를 권했다. 셀과 영현이 테이블 주변에 앉자, 서열은 메모를 위한 종이와 펜을 들고 와 그들의 맞은 편에, 셀과 좀 더 가까운 위치에 앉았다. 셀은 서열의 말을 주의깊게 들었다. 기억이 곧장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불필요한 기억도 함께 끌어올려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기억이 흐릿할 수 있다는 점까지 말이다. 셀은 이 말을 들으며 자신이 일할 때엔 어떤 기억들이 있었는지를 떠올렸다. 하지만 셀은 대개 강렬한 기억들만을 찾아왔었기에 이런 기억들을 접한 적이 그리 많지는 않았던 거 같았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기억해내기 싫어서 흐릿해진 기억들이 있었고, 너무 깊은 곳에 숨겨놓아서 찾기 힘든 기억들이 있었을 뿐이었다. 서열이 모든 설명을 끝낸 뒤 셀에게 말했다.
"준비 되었어요?"
"네, 준비 되었어요."
셀이 대답하며 영현과 눈을 맞추었다. 영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셀은 서열의 지시에 따라 행동했다. 서열도 기억을 읽어내는 사이람답게, 셀과 비슷한 방식으로 대상에게 접근했다. 다만, 다른 점은 위치를 찾으면 자신은 빠져나와 목소리로만 셀에게 지시를 내릴 거라고 한 점이었다. 어쩌면 일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셀과는 기억을 대하는 방식이 조금 다른 것일지도 몰랐다.
셀은 서열과 함께 자신의 의식 속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서열이 시킨 대로 자신의 머릿속을 이미지화 하는 데에 성공했다. 셀의 기억들은 모두 책으로 변해, 천장이 어디인지 모를 도서관 서고에 촘촘히 꽂혀 있었다. 모든 책들은 셀만의 방식으로 나뉘어져 꽂혀 있는 것 같았다. 시기를 크게 기준으로 잡은 뒤, 그 안에서 중요한 것과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들로 나뉘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셀은 멍하니 자신의 도서관을 쭉 둘러보았다. 모든 기억이 여기에 있는 건 아니겠지만, 이렇게 거대하고 복잡한 도서관이 자신의 기억을 이미지화한 것이라면, 셀은 자신이 기억을 못 찾아내는 것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많은 책들에 색인 기록을 어떻게 그렇게 잘 남기겠어? 서열이 셀을 보며 물었다.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이에요?"
"네, 어마어마하네요."
"영현 님으로부터 셀리엇 님도 기억 사이람이라는 이야기를 전달 받았는데, 맞나요?"
"네, 맞아요."
서열이 걸음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거대한가 보네요. 기억력이 유달리 뛰어난 사람들이나 저희 같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도서관이 두 배, 세 배는 더 크거든요. 우리가 의식적으로 기억을 하든, 하지 않든 말이에요."
셀은 책등에 적힌 글들을 빠르게 읽으며 서열을 쫓아갔다. 개중엔 기억하고 싶은 기억들과 그렇지 않은 기억들이 한데 섞여 있었다. 셀이 서열을 따라가며 물었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은 어디서 찾으세요?"
"보통은 보존서고에서 먼지가 쌓여가죠. 가끔은 이상한 곳에 꽂혀 있어서 찾기 힘든 것들도 있고, 혹은 더는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 없어져버린 경우도 있어요. 혹은 너무 낡아버려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것도 있고...... 다양해요."
서열이 걸음을 멈추며 말을 이었다.
"셀리엇 님은 원하는 걸 꼭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이 도와주신다면 가능할 거 같아요."
"그러면 여기로 갈 수 있게 문을 열어주겠어요?"
서열이 유리로된 벽을 노크하듯 두드렸다. 유리벽이 가로 막고 있다는 것 말고는, 현재 서열과 셀이 함께 있는 곳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보였다. 셀도 유리벽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차가울 줄 알았던 유리벽은 생각보다 따뜻한 편이었다. 셀이 물었다.
"제가 이걸 열 수 있다고요?"
서열이 웃으며 말했다.
"그야, 셀의 머릿속이니까요."
서열이 셀에게 가까이 오라 손짓했다. 셀이 다가가자, 서열의 앞에 유리문이 있는 게 보였다. 유리문에는 마치 손을 올릴 수 있는 장치가 놓여 있었다. 셀이 장치를 유심히 살피며 말했다.
"저는 이런 걸 생각한 적이 없는데 말이에요."
"허락 없이는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니, 이전에 보았던 유사한 것들을 따라 만들어진 것일 거에요. 어디든 다니면서 직원 외 출입금지 같은 공간을 본 적이 있잖아요. 그런 걸 본 따서 만드는 거에요."
서열은 셀이 장치 위에 손을 얹는 것을 보며 말을 이었다.
"다만, 구체화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거죠. 그런데 일반 회사에 다니시는 분들은 또 아이디카드 같은 걸 만드시더라고요? 다들 자기 삶을 바탕으로 모든 걸 만들어내요."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문이 열렸다. 서열이 말했다.
"혹시 들어갔을 때 기분이 불편하면 말해줘요."
서열은 셀이 먼저 들어가기를 기다렸다가 뒤로 따라 들어갔다. 셀은 기분이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자신의 머릿속인데 일종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게 말이다. 셀은 연도별로 되어 있는 서고를 보며 자신이 찾고 있는 기억이 있을 법한 위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얼마를 더 걸어가야 할까? 서열이 자신의 옆에 서 있는 걸 느낀 셀이 말했다.
"연도별로 되어 있네요?"
"그러게요. 생각보다 정리가 잘 되어 있네요. 그쵸? 혹시 몇 년도인지 기억해요?"
셀이 자신의 나이를 역산해서 대답하자, 해당 연도가 있는 서고로 몸이 당겨지듯이 이동했다. 몸이 당겨졌다기보단, 서고가 알아서 그들을 찾아온 것 같았다. 셀은 자신이 말한 서고가 자신의 바로 앞에 놓인 것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셀은 이런 방식을 자신이 하는 일에 접목해볼 수 있을 지를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한다면, 적어도 피해자들의 기억을 찾아내는 데에는 좀 더 나은 방법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우 협조적이네요. 셀리엇 님, 기억을 직접 찾아보겠어요? 이 공간은 제가 뒤지는 것보단, 셀리엇 님이 직접 찾는 게 좀 더 효과적이거든요. 혹시나 찾을 수 없으면 말해주세요."
"네, 그럴게요."
"뭔가 찾으면 셀이 절 부르면, 서고가 셀에게 다가온 것처럼 제가 셀에게 갈 수 있을 거에요. 정확히는 셀 앞에 제가 배달될 거에요."
"그러면 제가 잃어버린 기억을 생각하면, 그것도 바로 앞에 나와줄까요?"
"글쎄요, 그건 셀에게 달렸어요."
서열은 미소 지으며, 셀에게 잘 다녀오라는 말을 전했다. 셀은 서열의 방식에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은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셀은 자신이 찾고자 하는 기억을 머릿속에서 생각하며 서고를 찾아보았지만, 이전처럼 기억이 있는 곳으로 자신이 바로 옮겨지지는 않았다. 서고에는 별의 별 기억들이 다 있었다. 셀에게는 이제 흐릿하게 남아 있는 부모님과의 기억들도 형체는 남아 있는 듯, 서고에 책의 형태로 꽂혀 있었다. 다만, 그곳엔 오랫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것처럼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셀이 서고를 두 번 정도 돌았지만, 원하는 것을 찾지 못했다. 셀이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이 간절하지 못한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걸까? 셀이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손으로 베베 꼬며 자신이 여기서 무엇을 더 할 수 있는 지 생각했다. 그러다 처음에 서열이 말했던 말들 중 하나가 떠올랐다. 이상한 곳에 있어서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그 말이 말이다. 하지만, 다른 서고에 꽂혀 있을 거 같지는 않았다. 그랬으면 이미 어쩌다 찾았을 거 같은데. 셀은 일단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셀은 책이 꽂혀 있지 않은 구석진 곳까지 걸어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그곳엔 철제 사물함 같은 게 놓여 있었는데, 입구가 어디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셀은 그걸 앞으로 끌어내 뒷부분도 확인해보고, 몸을 한껏 숙여 바닥과 붙어 있는 부분을 확인해보았지만, 사물함에는 문이나 손잡이 같은 게 전혀 보이지 않았다. 셀은 지금이 서열을 부를 타이밍이라 생각하고, 서열을 생각했다. 서열이 자신이 앞에 나타나길 바랐다.
"셀리엇 님. 뭔가 찾으셨어요?"
어깨에서 따뜻한 손길이 느껴지자, 셀이 몸을 움찔거리며 몸을 돌렸다. 그곳엔 서열이 웃으며 셀을 쳐다보고 있었다. 셀이 몸을 살짝 옆으로 옮기며 자신이 발견한 철제 사물함을 서열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수상해서요."
"정말 수상하게 생겼네요. 열 수 있었어요?"
"아뇨, 손잡이도, 문 같은 것도 없어요."
"열고 싶다는 생각에도 반응이 없었나요?"
"어, 한 번 해볼게요."
"접촉한 상태가 좀 더 편할 수도 있어요. 손을 얹고 한 번 해보세요."
셀은 심호흡을 한 뒤 철제 사물함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셀에게 전해져 왔다. 셀은 서열의 제안대로 사물함을 열어보려고 했다.
영현은 늦은 시간에도 잠을 자지 않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 나면, 잠이 확실히 줄어든 게 느껴졌다. 영현의 주변엔 이를 괴롭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영현은 그렇지 않았다. 잠이 들지 않는 시간 만큼 할 수 있는 게 더 늘어났으니 말이다. 평소였다면 자신과 관련된 업무들을 생각했겠지만, 영현은 오늘만큼은 셀을 생각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것만큼은 자신이 넘치던 셀이 자신의 기억을 찾지 못해 당황해하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영현이 도와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 나머지는 셀이 해야만 했다.
영현의 휴대폰이 반짝이며 진동했다. 영현은 전화를 수신거부 처리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조금 피곤해보이는 안색의 이내가 서 있었다. 영현이 말했다.
"연락 받고 안 올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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