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GO
유료

관제실에서

관제실에서 바스라진/살아남은 생명 완전판

FGO by 우유
22
0
0

*1부 종장까지 스포주의

*유혈소재/사망소재 주의

*포타에 업로드 했던 것을 리메이크 해서 올립니다. 결제선 아래 부분이 원본입니다.

*총 14000자

1. 관제실에서

다윗은 막연히 자신의 앞에 있는 시체를 바라보았다. 이젠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저 시체덩어리였다.

고작 1분. 그 짧은 찰나 탓에 그는 자신의 아들을 묻어야했다. 아주 조금만 빨리오면 살릴 수 있었을텐데. 아들이 두 번째 기회를, 다신 오지 않을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을텐데.

***

칼데아에 붉은 빛이 가득 들어찼다. 아나운스가 일정하게 위험을 알리고 곳곳에 달려있는 비상등이 점등되었다. 솔로몬의 침입이었다. 인류 최후의 마스터 후지마루 리츠카는 재빨리 솔로몬이 침입한 곳으로 향했다. 리츠카를 따르는 서번트들 또한 그곳으로 달려갔다. 분명 리츠카보다 먼저 가서 싸우고 있는 서번트들도 있겠지.

칼데아 정문을 뚫고 당당하게 침입한 마신주들에 리츠카는 정문으로 급하게 달려갔다. 솔로몬 특기가 소환 아니랄까봐 같이 온 수많은 섀도우 서번트에 서번트들은 자기 자신의 그림자와 싸우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생겼다. 만에하나 이들 중 하나라도 먼저 관제실에 도착하는 순간 대참사이기에 다들 신중하게 전투를 진행했다.

리츠카가 칼데아 정문에 도착했을 즈음, 로마니는 틈을 타 다 빈치 공방에서 빠져나왔다. 만약 '저' 솔로몬이 자신이 아는 '그' 솔로몬이라면 결코 한 곳에만 군대를 보내지 않는다. 저것들은 본진이 아니다. 이쪽의 전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더미. 솔로몬의 본진은 기척을 죽인 채로 관제실로 향하고 있겠지.

무엇보다 겁쟁이인 솔로몬이 최전선에 나설리가 없어.
물론 저 솔로몬이 그 솔로몬인진 모르지만... 적어도 전략은 비슷하겠지. 정신은 육체를 따라가는 법이니.

로마니가 무언가에 쫓기듯 뛰어 관제실에 도착했다. 다 빈치 공방, 쓸데없이 멀리 만들지 않았어 이거?! 싶을 정도의 거리에 숨은 턱 끝까지 차오른 후 였다. 관제실 문을 열기 전, 본능적으로 오른손으로 왼손을 감싸쥐었다. 이걸 쓴다면, 인간임을 포기한다면 뭐라도 할 수 있겠지. 다신 돌아올 수 없겠지만.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각오를 다진다. 짝, 소리가 나게 양 뺨을 때린 다음에야 문에 손을 대었다. ID카드를 가져다 대 문의 잠금을 푼다. 이 문이 열리면 바로 전투이려나, 막연히 생각만 하며 발을 옮겼다. 깊은 생각따위 사치. 얼른 중요 자료를 백업하고 솔로몬측 서번트의 등장 여부를 감시해야했다.

서번트가 등장한다해도 로마니가 할 수 있는 행위는 거의 없었지만. 갖고 온 권총을 몇 번 쏘는 것 정도가 최선일지도 모른다. 신비가 담겨있지 않은 총알따위 닿지도 않을테지만. 자화자찬인 꼴이라 부끄럽긴 하지만 상대는 솔로몬이니까. 인대 마술의 시초와 다름이 없다. 총알따위 가뿐하지.

저 멀리서 발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서번트 대부분이 그 소리를 없앨 줄 아니 환청일텐데도. 그럼에도 잠깐 상상을 해본다. 누구일까. 칼데아의 마스터? 솔로몬? 아, 칼데아측 서번트일수도. 그래도 역시, 솔로몬이 소환한 서번트이려나. 기습에 특화된 어쌔신일 확률이 높겠지. 보이는 것이 없으니 정보가 하나도 없다. 리츠카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감 있게 행동하던데. 다시 생각해봐도 대단한 아이야.

" 자, 그래서. 너는 누구야? "

" 예상한 사람이 있었다니. 의왼데? 생각보다 똑똑한가봐, 칼데아의 사람들은. "

로마니는 결국 온 서번트를 바라보았다. 녹색의 아처. 칼데아에서 몇 번 마주치고 이벤트에서도 몇 번 마주친 서번트였다. 이정도면 스펙도 읊을 수 있다고. 분명 내구가 C였다. 그걸 이용하면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으려나. 솔로몬이 소환했으니 영기의 수복 속도는 장난아니게 빠르겠지만.

" 정답을 맞춘 걸 칭찬해주고 싶지만, 지금 마스터는 성격이 급해서. "

" 마스터라면... 솔로몬? "

" 비슷하지만 달라. "

비슷하지만 다르다라... 누가 사칭이라도 하는 걸까. 성배를 7개나 만든걸 보면 육체는 솔로몬의 육체겠지만. 그렇다면 영혼이 다르겠네. 뭐, 지금 생각해봐도 추리할 수 있는 내용도 없고 시간도 없다.

관제실은 늘 녹화되고 있으니 모든 일이 끝난 후엔 할 수 있겠지. 레오나르도와 스태프들이 그 역할을 해줄 것이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해야하는 행동은 저 아처에게서 최대한의 정보를 빼내는 것이다.

" 이정도면 대화는 충분한 것 같은데. "

" 나는 원래 지는 싸움에는 나서지 않아. "

" 호오? "

로마니는 침을 삼켰다. 이정도로 시간을 끌었는데도 아무도 안 온걸 보면 정문측에 보낸 전력이 고전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서번트 대다수가 갔는데도 그정도라니, 살떨리네. 꽤나 진심으로 왔구나. 솔로몬.

인리소각 직후부터 로마니의 주머니 한 켠에 꼭 들어있는 것이 있었다. 마술수액. 평범한 일반인을 마술사로 만들어주는 수액이다. 척수에 박아넣으면 잠시 유사 마술회로를 만들어준다. 그 잠깐이 전투의 판도를 바꿀 수 있었기에 가지고 있었다. 위험성이 커 시계탑에서도 금지되어 있는 약물이지만 의사라는 명함은 이럴 때 도움이 되었다.

지금의 로마니는 확실히 인간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굉장히 불안정하다. 성배는 확실히 솔로몬을 인간으로 만들어줬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다. 솔로몬의 마력은 방대했고 마력 리소스가 적게 남아있던 성배는 그 마력을 봉인하는 것이 겨우였다. 그 행동만으로도 솔로몬은 인간이 될 수 있었지만 불안정하다는건 확실했다.

작은 마력공급 혹은 마력을 이용한 전투 약간으로도 그 봉인이 풀릴 정도일 것이다. 그러니까 아주 약간의 마력이 그 봉인을 건든다면... 그렇다면 봉인이 풀릴것이다. 성배의 소원을 거대한 마력이 밀어내겠지. 그러면 나는 솔로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는, 인간으로 돌아올 수 없겠지만.

" 그러니까, 지는 싸움을 이기게 만들어야지. "

로마니는 척수에 마술수액을 박아넣었다.

봉인이 완전히 풀려 비인간이 되어 좌로 돌아갈 때 까지 걸리는 시간은 정확히 3분. 3분 안에 저 아처를 쓰러뜨리고 다빈치공방으로 가 성배를 받는다면 나의 승리다.

무언가, 저 멀리서 발소리가 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로마니 아키만의 죽음까지 남은 시간, 2분 40초.

***

쾅, 소리와 함께 다빈치 공방의 문이 힘차게 열렸다. 그와 동시에 초록빛 머리를 가진 남성이 뛰쳐나왔다. 뭐가 그리 급한지 남성은 바쁘게 뛰어간다.

남성, 다윗은 민첩B의 수치를 살려 관제실로 뛰어가는 중이다. 서번트 생애 최고속도 아닐까, 이거. 멍하니 생각하며 발을 빠르게 놀려댔다.

다 빈치 공방에서 사방을 경계하며 마스터를 기다린지 수 분째. 다윗은 무언가 꺼림찍함을 느꼈다. 다 빈치가 띄워준 영상으로 확인해본 결과 전투는 마스터 측이 우세하게 끝나가고 있었다. 길어봤자 앞으로 5분일까. 솔로몬을 사칭하는 자가 이런 싸움을 할 리가 없다. 자신의 아들은은 지는 싸움은 하지 않으며 그건 사칭하는 자도 마찬가지 일테니. 그러니 저 패배하는 듯한 광경은 어느정도는 의도된 것일 터. 칼데아측의 전력을 순차적으로 깍아나가겠다는 뜻이든 다른 뜻이든 아마 본 목적은 따로 있을 것이다.

보통 전력을 나누었을 때, 앞선 인원들은 더미인 경우가 많다. 대게 뒤에 있는 자들이 본진. 그때의 이점은... 다윗은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다. 고민하며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공방 내의 인원을 훑어보던 중 로마니의 친우인 아비삭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알아챘다. 이 사고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전쟁을 몇 번만 했다면 써보거나 당해보았을 전략이기도 하고. 그리고 이곳에서 전쟁을 해본 인간은 네가 유일했다.

아, 지금 이곳엔 네가 없구나.

다윗은 그 생각을 끝맺음과 동시에 공방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어디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조차 없었다. 솔로몬이 본진을 어딜 보내겠는가. 스태프들이 모여있는 다 빈치 공방엔 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곳은 단 한 곳, 관제실 뿐이다. 그렇게 다윗은 과제실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인생 최고속도를 갱신하며 최대한 빠르게.

다윗은 아들이 어떻게 인간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이 상황이 그에게 좋지 않다는 것 만은 알고있었다. 그러니 최대한 빠르게 가서 전투를 대신해야지. 그거라도 해야 나중에 밧세바를 볼 수 있었다. 아들이 위험할 때 나타나는게 아비인 법이니까.

몇 초나 걸렸을까. 딱 하나 확실한건 분에 미치진 못할 것이다. 다윗은 숨을 거칠게 삼키며 관제실 문 앞에 섰다.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마치, 마치 아무도 그 안에 들이고 싶지 않은 것 처럼. 다윗은 문을 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저 문은 스태프의 ID카드가 있어야만 열린다. 스태프들은 아마 뒤늦게 뛰어오고 있겠지. 기다릴 시간따위 없다.

영체화를 한 후 내부로 들어갔다. 기척을 숨기려는 의도도 있었다.

다윗이 내부에 들어가자마자 본 것은 관제실을 채우는 금빛 입자였다. 그 양이 얼마나 많은지 관제실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그 사이로 녹색의 아처, 로빈 훗이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저 서번트가 솔로몬의 본진이었나. 하지만 수많은 금빛 입자가 감싸고 있는 곳은 로빈 훗이 아니었다.

사라지고 있는 로빈 훗의 맞은편에 솔로몬이 서 있었다. 인리소각의 주범인 솔로몬이 아니라 자신의 아들인 솔로몬이.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그는 자신을 바라보았다.

" ...여디디아. "

" ...아버지. "

빠르게 영체화를 풀었다. 아이는 울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 늦으셨어요. "

" 여, 여디디아..? "

" 딱 1분, 늦으셨어요. 아버지. "

아아, 싸움에서 패배한다는건, 이런 느낌이군요. 아버지.

아이는 바스라지듯 웃었다. 로마니의 웃음이었다. 솔로몬의, 여디디아의 웃음이 아닌. 자연스러운 인간의 웃음이었다. 저 아이의 얼굴로도 그런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사실에 자신의 죄악에 잠기는 듯 해, 다윗은 버티지 못해고 차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로마니는 다윗이 눈을 잠시 감았다 뜨는 그 찰나에 사라졌다. 관제실을 빼곡히 채우던 금빛 입자에 아주 약간의 입자만이 추가되었고, 그나마도 금세 사라졌다.

1분. 아무것도 아닌 시간이었다. 하다못해 컵라면도 익지 않은 시간. 그 짧은 시간 탓에 다윗은 아들을 잃었다.

" 내가 너의 두번째 기회를 빼앗은걸까. "

다윗은 흐르는 눈물을 막지 않았다. 아들을 죽인 사람이 마치 자신같아서. 그래서 막지 않았다.

2. 바스라진 생명

쾅!
조용하기만 하던 다 빈치 공방에 큰 소리가 울려퍼졌다. 모든 스태프들이 소리의 근원을 빤히 바라보았다. 큰 소리의 주범은 다윗이었으며 그는 문을 박차고 뛰쳐나간지 오래였음을 알게 되는덴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다윗이 왜..?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며 서로와 눈을 마주친다. 그러고보니 뭔가 부족한 것 같았다. 뭔가.. 말랑하고... 분홍빛머리의 무언가가...

그 순간 스태프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마니 아키만, 그들의 소장대리가 사라졌다.

스태프들은 다 빈치 공방을 뛰쳐나갔다. 방금 전의 다윗과 다를 바가 없는 몸짓이었다. 대다수의 서번트가 정문으로 향했고 나머지 소수의 서번트만이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완벽하게 보호받는 요새는 아닐지라도 유사시에 대피할 시간정도는 벌어줄 나름대로 안락한 요새인 이곳을 두고 갈 곳은 한 곳 밖에 없었다.

다윗보단 느리게, 하지만 인간치고는 충분히 빠른 속도로 스태프들은 관제실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체력은 곧 금과 같다며 평소에도 체력단련을 해둔 스태프들이 앞으로 치고 나섰다.

뒤쳐지는 스태프 중 한 명이었던 뫼니에르는 생각했다. 살면서 이렇게 빠르게 뛴 건 그 날을 제외하곤 처음일 것이다. 인리가 소각되었던 그 날, 뫼니에르는 칼데아 구석에 있는 창고에서 관제실로 뛰어갔으니까. 하지만 그 때보다 체력도 좋고 거리도 짧다. 그러니까 너무 늦게 도착해 아무것도 할 수 없던 그 때와 달리 이번엔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같이 숨을 거칠게 내쉬며 관제실 앞에 모였다. 먼저 간 다윗은 영체화로 들어갔는지 아니면 문이 다시 닫혔는지, 관제실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아무도 들이고 싶지 않다는듯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대표로 문을 열었다. 그는 조용히 문을 열고 그 앞에 서있었다.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지긋이 그 참상을 바라보았다. 그 뒤에 서 있던 모두는 말 한마디도 내뱉지 못했다. 말문이 턱하고 막히는 것만 같았다. 이 앞의 참상이 너무나 지독해서. 너무나 끔찍해서 차마 입을 뗄 수 없었다.

관제실은 흠집하나 나지 않았다. 그것에서 그가 얼마나 조심히 싸웠는지 알 수 있었다. 최초의 참상 이후로 그들은 관제실을 겨우 복구했고 그를 조심히 쓰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칼데아스를 등지고 서 있는 그 자리는 달랐다. 웃으며 그들을 반겨주던 그가 종종 서 있던 자리를 피 웅덩이가 가득 채우고 있었다.

피 웅덩이 위에 그들이 찾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편안함 잠을 자듯 눕혀져 있었다. 몇 개씩이나 여분을 챙겨 다닐 정도로 소중히 하고 다니던 장갑은 피에 절여져 멀리 던져져있었다. 복부엔 사인이라 추정되는 거대한 관통상이 있었다. 아마 인간의 팔로 뚫린 듯해 보이는 그 구멍에서 흐른 피가 관제실 한 가운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탓에 흰색과 녹색이 가득했던 그 옷은 붉음만이 담겨있었다.

그 시체 앞에 다윗이 앉아있었다. 힘이 풀려 주저 앉은 것일까, 아니면 수습하기 위해 주저 앉은 것일까.

그 순간, 로마니 아키만의 사망을 그 자리의 모두가 이해했다.

" 닥터, 일어나요! 닥터!! "

" 닥터!! "

그렇지만 인정하고 싶진 않았다. 인정하는 그 순간 그들의 소장대리는 영원히 사라질 것 같았다. 누군가의 울부짖음과 함께 모두가 시체로 뛰어갔다. 시체에게서 떨어져 있던 다윗을 지나쳐, 모두가.

평소엔 조금만 시끄러워도 웃으며 우리를 돌아봤던 그가 미동하나 없이 누워있었다.

***

레오나르도는 문을 열자마자 보인 참상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였다. 지긋이 그 참상을 바라보다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눈을 감을 뿐이었다. 더 이상 그 붉음을 보고싶지 않았다. 친우의 죽음을 보고싶지 않았다. 스태프들이 친우의 주위를 둘러싸는 것이 보였다. 레오나르도는 그제서야 발을 옮길 수 있었다.

한 발 한 발을 조심히 옮겼다. 그의 친우가 자리를 뜰 때 부터 어느정도는 짐작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친한 친우의 죽음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천재일지라도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

레오나르도가 겨우 발을 옮겨 도착한 곳은 한 인물의 옆이었다. 그는 멍하니 주저앉아 조용히 눈물만을 흘릴 뿐이었다. 그 어떠한 소리도 내뱉지 않고 그저 눈물만을 흘리고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오늘 친우를 잃었지만, 저 남성은 오늘 아들을 잃었다.

서번트라면 누구나 눈치 챌 수 있을만한 인기척을 내며 남성에게 다가갔다. 미모의 여성이라면 언제나 환영하던 그가 자신에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저 눈물만을 흘리고 있었다. 단 한번도 멈추지 않고. 레오나르도는 남성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세상의 그 누가 자식을 눈 앞에서 잃은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까. 그건 천재라 불리는 자신에게도 무리였다.

***

인류 최후의 마스터 후지마루 리츠카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마술왕 측의 서번트들과 마신주들이 급하게 퇴거하기 시작했다. 이상한 것은 목표를 이루어서 퇴거하는 것이 아닌 당황한 듯 급하게 퇴거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었다. 일이 틀어졌다는 듯 급하게 사라지는 마신주들과 회색의 입자로 변하는 서번트들까지. 덕분에 허영의 먼지가 칼데아 복도 바닥에 널려있었다.

좋은게 좋은거겠지!
리츠카는 이 상황을 긍적적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복잡하게 생각하는건 리츠카가 할 일이 아니었다. 리츠카는 어려운 일을 간단하게 풀어나가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니 생각은 뒤로 미룬 채로 관제실로 향하였다. 다 빈치 공방에서 전투를 지켜보던 스태프들은 마신주가 퇴거하는 것과 동시에 닥터의 지시로 관제실로 향했을 것이다. 이상할 정도로 전투의 끝을 잘 알아차리니까, 그 사람.

엇갈리지 않으려면 관제실로 가는 쪽이 맞았다. 리츠카는 옆에서 숨을 고르는 마슈를 기다렸다. 힘들긴 했지. 리츠카의 체력 또한 바닥에 가까워서 두 명은 느긋하게 관제실로 걸어갔다. 급한 일은 없을테니까.

무언가 이상했다. 관제실 문이 평소와 달리 활짝 열려있었다. 자동문이라 추가 태그가 없는 이상 문이 닫히는게 정상일텐데.

그 문 사이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가슴이 털컥, 내려 앉는 것 같았다. 이럴 때의 예감은 보통 들어맞아서 리츠카는 발을 빠르게 놀렸다. 관제실로 향하는 복도를 뜀박질 소리가 채웠다. 문이 열려있어 분명히 이 소리가 들릴텐데도 그 누구도 관제실 밖으로 나와보지 않았다.

불안감을 억누르며 도착한 관제실 내부는 참혹했다.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는 닥터와 그 주위를 감싼 채로 그저 울부짖기만을 계속 하는 스태프들. 조금 떨어진 곳에 주저 앉아있는 다윗과 그 어깨를 두드려주는 다 빈치까지. 다윗은 고개를 숙이고 있어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 울고 있는 것 같았다.

리츠카는 복잡한 생각을 할 수 없는 아이였다. 어려운 일을 단순히 풀어나가는게 그의 장점이니까. 그러니까, 리츠카는 그 어떠한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망연히 이 참상을 바라볼 뿐이었다.

***

마슈 키리에라이트는 누워있는 닥터 로망을 처음 보았다.
바쁘게 하루를 살아가던 그는 마슈 앞에서도 바빴다. 늘 앉아있거나 서서 업무를 처리하는 그였다. 그런 그가 마슈의 앞에 누워있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 이 참상을 볼 자신이 없었다.

이별은 몇 번을 해도 익숙해질 수 없었다. 익숙해지고 싶지도 않았다. 마슈는 지금만 느낄 수 있는 이 감정을 가슴 한켠에 넣어두기로 했다. 이 사람을 잃는 감정을 다신 느낄 수 없을테니.

마슈 키리에라이트는 오늘 아버지와 같은 사람을 잃었다.

***

로마니 아키만의 장례는 작게 치뤄졌다. 살아있는 인간 자체가 적기도 했지만 로마니 아키만의 뜻이기도 했다.

이 못난 사람은 자신의 죽음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유서를 적어두었다. 재산 중 절반은 마슈에게, 나머지 절반 중 다시 절반은 마스터에게. 나머지 전부는 스태프에게. 혹여 자신이 인리복원 중 사망한다면 장례는 최대한 작게. 스태프들이 너무 슬퍼하지 말고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끔 한 로마니의 배려였다. 앞서 죽은 200여명의 스태프들에 대한 로마니의 작은 사죄이기도 했다.

다윗은 장례를 치르는 인간들을 멀리서 바라보았다. 로마니의 뜻 대로 작게 진행된 장례는 하얀 국화꽃만이 그 사진을 꾸미고 있었다. 차례대로 꽃을 두는 와중에도 다윗은 가까이 가지 않았다. 현재를 살아가는 자들만이 갈 수 있는 공간 같았다. 다윗은 과거를 살았던 자이기에 그저 멀리서 지켜볼 뿐이었다. 그 옆을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지켰다. 그는 아들을 잃은 아비를 이해하고자 했다. 이 칼데아에 친우의 정체를 아는 자는 단 둘 뿐이었으니.

" ...1분이었어. "

" ... "

" 그깟 1분이 뭐라고. 그게 뭐라고 그 아이가 죽어야만 했을까. "

다윗이 읊조리듯 후회를 내뱉었다. 진득하게 묻어나오는 그 감정에 레오나르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세상 그 누가 자식잃은 부모를 이해할까. 그 어떤 부모가 자식을 잃은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

그의 후회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

" 그러고보니 닥터의 반지는 결국 무엇이었을까. "

" ..마술왕의 반지중 하나가, 은색이었어요. "

잠시 정적이 흘렀다. 현실을 자각시킨 것은 한가지의 깨달음. 그 날 그들은 사령관을 잃었지만 누군가는 가족을 잃었다. 그제서야 모든 것을 깨달았기에 그들은 오히려 조용히 입을 닫았다. 그가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기에. 그렇기에 그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

모든것을 섬멸할 듯한 밝은 빛이 눈앞을 가렸다. 그럼에도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그 등만큼은 굳건히 있었기에 리츠카는 그것을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밝은 빛이 사라졌다. 결국 그 방패는 마스터를 지킨 것이었다. 리츠카는 흐를 것 같은 눈물을 겨우 삼켜내었다. 여기서 울기엔 자존심이 상했다. 기필코 앞에 있는 너를 죽이고 난 뒤 승리의 눈물로 갚아줄 것이다. 리츠카는 방패를 들며 한 발 씩 겨우 걸음을 옮겼다.

모든 일의 원흉. 마슈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던 이유가 눈 앞에 서있었다. 서번트가 없다 할지라도. 곧 저 밝은 빛에 집어삼켜져 죽는다 할지라도. 주먹 한 방정도는 날려줄 것이다. 그것을 계기로 너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네가 그러했듯이.

 " 그 주먹은 잠시 아껴두는게 어때, 칼데아의 마스터. "

 " ...닥,터? "

 " 아니. 나는 '그'는 될 수 없는 자. "

칼데아측의 패배로 흘러가던 그 흐름에 이변이 찾아왔다.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무언가 달랐다. 그의 목소리는 이것보다 조금 더 따뜻했다. 이렇게 차갑지 않았다.

" 당신은..! "

" 내 이름은 솔로몬. 그랜드 캐스터, 솔로몬. "

바닥에 닿을 듯 들어져있는 흰색의 긴 머리. 갈색 피부에 자애로운 웃음이 걸려있는 얼굴. 그리고 그곳을 제외한 모든 곳을 감싸는 검은색 문신. 손에 끼워져있는 반지는 단 한 개일지라도 그 모습은 그들이 알고있는 솔로몬이었다. 그렇기에 동요를 감출 수 없었다. 분명 솔로몬은.. 로마니 아키만은 죽었기에.

" 사실 이렇게 나올 생각은 없었어. 인리가 어떻게 되든 딱히 상관 없었거든. "

" 솔로몬, 당신이란!! "

솔로몬이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게티아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정확히는 시도했다. 솔로몬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게티아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움직이기 위해 몇번이나 발악해도 그저 제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마치 몸의 통제권을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 하지만, 응. '나'의 여정은 너무나 아름다웠어. 이 내가 질투날 정도로. "

" ..닥터,의.. "

" 그것을 느껴보고 싶었어. 그래서 널 막으러 왔단다, 게티아. "

그 순간 솔로몬이란 존재가 좌에서 사라지며 리츠카와 칼데아는 인리를 복원했다.

***

그는 그저 모든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보고싶지 않다는 감각조차 모르는 상태로 그저 모든 것을 바라보았다.

성배전쟁에 불려나가 승리하는 자신 또한 보았다. 소원으로 인간의 생을 비는 그 욕망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이 된 자신의 행보는 특이했다. 무언가에 쫓기듯 앞을 향해 달려가는 자신은 더이상 '나'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나'라고 부를 수 없는 그 순간부터 그것은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 것이다. 그렇기에 완전히 잊고 살았다. 가끔 시야에 걸릴 때만 인식을 하는 정도였다.

그것이 솔로몬에게 각인된 것은 그 날일 것이다.
인리가 소각된 후,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솔로몬은 모른다. 칼데아에 갑작스러운 침입이 있었다는 사실만을 알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으면서 마술식이 노리는 곳으로 뛰어갔다.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한 행위겠지만, 글쎄. 그런 싸움에 나선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은 완벽하지 않았다. 그것은 불완벽한 그저 한낯 인간이었다.

인간의 죽음과 함께 그의 10년에 좌에 기록되었다. 그 순간 솔로몬은 그 광경을 동경할 수 밖에 없었다. 느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올라오는 벅차오르는 감정은 솔로몬으로 하여금 그것에 매료되게 하였다. 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였다.

아아, 이것이 인간이 그리는 문양의 아름다움이구나.

이것을 알게된 그 순간부터 솔로몬은 칼데아를 버리지 못할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것을 알게 해준 그 인간을 동경했기에. 그 인간이 느낀 것의 띠끌만이라도 느껴보고 싶었기에.

그렇기에 솔로몬은 좌에서 떠났다. 눈꽃의 소녀가 쓰러진 순간, '나'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기 위해 좌에서 뛰쳐나갔다. 그것이 솔로몬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3. 살아남은 생명

if) 1분

다윗은 불안감을 느꼈다.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이 감정. 털이 바짝 서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 이럴 땐 예감이 들어맞았기에 빠르 주위를 훑어보았다. 딱 한 명이 없었다. 생전 아내를 똑 닮은 머리색을 가진 남성이 없었다. 침음을 삼키며 다윗은 문을 거칠게 열었다. 머뭇거리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다윗은 최대한 빠르게 발을 놀렸다.

다 빈치 공방에서 관제실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해봐야 몇 초. 기껏해봐야 몇십초에서 끝났을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숨을 가다듬곤 관제실 문을 열었다. ID카드 같은건 없지만 서번트의 근력을 버틸 문 또한 없었다. 서번트들이 들어가지 않았던 것은 그저 마스터가 그러라 했기 때문이니까.

문을 활짝 열어젖히자마자 보이는 것은 로빈과 싸우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었다. 다윗은 망설이지 않고 슬링을 돌렸다. 자비를 베풀 시간따위 없다. 손에서 슬링을 놓자마자 빠르게 돌이 날아간다. 골리앗도 죽인 다윗 최대의 무기, 짱돌이었다.

" —하메쉬 아바님! "

보구 영창을 읊을 시간 도 없었다. 그저 돌을 날렸다. 자식 앞에서라면 강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다는 아비의 의지였다. 평소보다 몇 배는 더 급해보이는 다윗에 솔로몬의 모습인 로마니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당황한듯한 아들의 모습에 다윗은 웃어주었다. 저 멀리 금빛 입자로 사라지는 로빈이 보였다.

보구를 사용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저 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다윗이 빠져나감과 동시에 로마니의 부재를 눈치 챈 스태프들의 발소리였다. 인간이 내는 그 소리에 맞춰 다윗 또한 발을 떼었다.

" 아버,지.. "

" 응, 로마니. "

아들의 얼굴에 묻은 피를 검은 소매로 닦아내었다. 전투를 얼마나 거칠게 했는지 얼굴에 생채기가 가득했다. 로빈의 특성상 독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빨리 치료해야할 것 같은데... 다윗에겐 야속하게도 관제실에 그정도의 구급상자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하프를 쳐 조금이나마 회복에 도움이 되게 해야겠군. 피가 묻는다며 의자에 앉기를 거절하는 로마니를 겨우 앉혔다. 근력이 낮은 캐스터는 아처에게 패배할 수 밖에 없었다.

" 닥터!! "

" 여, 로마니. "

" 윽, 레오나르도까지 왔나... "

스태프들이 뛰어들어왔다. 한 발 늦게 도착한 다 빈치도 함께였다. 몇 분 전 자신이 뛰쳐나가는 것을 보고 미소짓던 여성이었다. 이렇게 될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로마니를 책망하는 얼굴이었다. 자신이 하는 말은 소용이 없어보이니 더 혼내주었음 좋겠네.

" 이 천재가 가져온것을 보게나, 로마니! "

" ! 성배인가..! "

다 빈치가 가져온 것은 금색의 잔이었다. 다른 말로는 성배라고도 하지. 감격하는 표정의 로마니에 다윗은 저것으로 그가 인간이 되었음을 짐작했다. 늦지 않게 저 성배까지 가져왔어야 저 아이를 살릴 수 있었다. 성배가 없었더라면 인간이 되지 못한 로마니는 마력 부족으로 좌에 돌아갔을 것이다. 마스터까지 있었다면 달라졌겠지만, 리츠카는 아직 전투중이었으니.

단독현현이 없는 솔로몬이 칼데아에 남아있는 것은 무리였다.

" 자, 로마니. "

" ..응, 나는 칼데아 의료부분 책임자이자 소장대리인 —로마니 아키만이니. "

로마니의 손에 성배가 들리고 다윗에게 가장 익숙했던 모습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성배가 닿은 그 손 끝부터 솔로몬의 색이 아닌 로마니의 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다윗은 그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잃을 뻔 했던 아들을 지킬 수 있었기에. 그렇기에 다윗은 그 아름다운 광경을 눈에 새겼다.

***

로마니 앞에 남성이 앉아있었다. 남성의 손은 자신의 손을 거세게 쥐고 있었다. 다시는 놓고싶지 않은 것처럼.
로마니는 그런 남성을 빤히 바라보았다. 녹색 머리와 비슷한 색채의 녹색 눈. 부드럽게 내려가있는 눈매는 로마니와 똑 닮아있었다. 로마니 아키만이 된 이후 피해다녔던 그를 이렇게 자세히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사실 로마니는 그가 불편했다. 자식과 아비의 인연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다. 솔로몬일적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 불편하기도 했다. 그런 로마니를 짐작이라도 했을까, 그 또한 로마니와 부러 부딪히지 않았었다.

" 상처는.. 전부 나았니? "

" 아, 그.. 네. "

사실 지금도 같이 있고 싶진 않았다. 리츠카와 스태프들이 의료실에 쑤셔넣은 것만 아니었다면 이렇게 대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기대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로마니는 그를 피했다.
작은 생채기들이 있던 곳을 바라보는 저 시선과 고작 자신이 없어졌다고 바로 달려왔던 그 행동들이 로마니에겐 부담으로 다가왔다. 자신은 그의 아들이 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 로마니. "

" ..네. "

남성, 다윗이 로마니 아키만이란 인간을 불렀다.

" 행복하니? "

로마니는 멍하니 다윗을 바라보았다. 다윗이 뱉을 수많은 질문과 질타를 예상했다. 자신의 아들임을 밝히지 않은 그에게 느꼈을 실망을 예상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예상중에 이것 하나만큼은 없었다. 미래시를 잃은 로마니에게서 이 질문은 예상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대답할 자신이 없는 질문이었는데, 그런데. 이상하게 입이 움직였다.

" 가끔은 힘들어서 주저앉고싶고, 울고싶지만... "

다윗은 멍하니 로마니를 바라보았다. 스태프들이 마련한 이 자리. 부담스러운 것은 다윗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다윗은 해야할 말이 있었다. 그렇기에 당장이라도 사라져버릴 것 같은 이 손을 거세게 잡았다.

" 인간의 삶이라는건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

인간의 생을 살아가는 얼굴로 웃어주는 로마니에, 다윗은 말문이 막혔다. 아아, 이 아이의 생을 아름다울 것이다.

다윗은 그제야 로마니를 놓치지 않았단 생각이 들었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