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본능
20240118 *이 작품은 악곡 <스트렐카>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죽음을 각오했단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각오’라는 말은 그 자체로, 사실은 죽고 싶지 않았다는 뜻이잖아.
너는 별을 좋아했다. 밤거리를 걸을 때면 늘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다. 광공해와 대기오염으로 더럽혀진 하늘에 별 같은 건 보일 리 없는데도, 너는 마치 그 너머의 반짝임을 보고 있는 듯한 얼굴을 했다. 너는 정말로 무언가를 보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그러니까 괜찮아. 언젠가 한 번쯤은 우주에 나가 보고 싶었어. 너는 웃었지만, 사실은 울고 싶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네 얼굴에서 그걸 읽어내지 못할 수는 없었다. 너도 알고 있듯이. 그야 나는 너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웃었기 때문에, 나는 웃음 이외에는 지을 수 없었다. 사실은 울고 싶었는데도.
그건 9쯤이었는지도 모르고, 아니면 3쯤이었거나 0 이후였는지도 모른다. 있잖아, 나 사실은 살고 싶었어… 플라스틱을 덮어쓴 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웃음소리만큼은 분명히 전해져 왔다. 축축한 소리였다.
별조차 보이지 않는 하늘에서, 우리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있잖아, 나 사실은 살고 싶었어. 플라스틱을 덮어쓰지 않은 너는 울고 있다. 나는 무슨 표정을 지어야 좋을지 알 수 없다. 네가 우는 얼굴은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내가 보아 온 건 언제나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얼굴뿐이었는데, 나는 우습게도, 그것만으로 너를 전부 안다고 착각하고 말았다.
네가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럴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웃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살아갈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죽음을 각오했다. 지금이라고 해서 그 각오에 변화는 없다. 하지만 이제 와서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이니까 후회 정도는 해도 괜찮잖아. 비겁하고 추한 우리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우리뿐이니까. 있잖아, 둘이서 함께 살아가고 싶었어… 너를 끌어안으면 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온기만큼은 분명히 전해져 왔다. 살아 있기 때문이겠지. 어쩌면 죽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그럼에도 혼자서 살아가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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