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재활용 어려움

20240119

링클의 안 by 링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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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쩌다가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재활용 센터에 로봇이 들어왔다.

물론 이 센터에는 이미 로봇이 많다. 견학을 온 어린이들을 안내하는 로봇도 있고 재활용품들을 분리하거나 처리하는 로봇도 있다. 하지만 재활용품으로 들어오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대체 어떻게 버린 건지도 알 수 없다. 나는 고철 무더기 속에서 반짝거리는 LED를 응시하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따지고 보면 고철이 맞다. 하지만 인간형 로봇을 재활용 쓰레기로 배출하는 게 불법인 건 둘째치고, 폐기되는 로봇은 부품의 가치 때문에 온갖 업체에서 회수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을 텐데. 여기까지 온 건 한 번도 본 적 없다. 게다가 이 녀석은…

“안녕하세요. 폐기 처리를 부탁드립니다.”

아직 살아 있는데.

이건 분명, 고도의 인공지능이 탑재된 인간형 로봇이다. 도대체 왜 정식 절차를 따라 폐기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러 가지로 ‘대화’를 시도해 봐도 로봇은 폐기 처리를 부탁드립니다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설마 그 멘트만 탑재되었을 리는 없으니 고기능 인공지능이 이 말만 출력할 것으로 판단했다고밖엔 생각할 수 없다… 그게 고장인지 진짜 ‘판단’인지는 몰라도.

분명히, 이 로봇은 스스로 자신의 폐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어째서일까? 기본적으로 로봇들은 폐기를 우선적인 해결책으로 두지 않는다. 로봇 3원칙 같은 낡은 원칙이 아니라, 경제 원리가 그렇게 한다. 무언가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 폐기 이외의 해결책을 택할 수 없는 상태일까? 판단 회로에 고장이 난 걸까? 전 주인이 그렇게 ‘가르친’ 걸까?

로봇은 여전히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폐기 처리를 부탁드립니다.

이 로봇과 ‘대화’할 수 있었다면 이유를 알게 되었을까? 아니면, 로봇과 인간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가, 나로서는 그를 결코 이해할 수 없게 했을까? 그건 인간으로선 뛰어넘을 수 없는 무언가일까?

폐기 로봇을 관리하는 업체는 1시간 내로 출장 수거 차량을 보낸다고 답변해 왔다.

나는 로봇과 눈을 맞춘다. 그러나 영혼 같은 것은 비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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