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ㄱㅎ님 글 리라이팅.
사랑이란 것을 굳이 어떤 감정에 국한한다면, 나는 그 어떤 누구도 사랑할 수 없을 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감히 이 시도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붙이고 싶다. 내가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나는 애정을 주고 받는 것에 서툴다. 나에게 주어진 애정이란 다른 이들에게 고스란히 폭력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것들이었다. 나는 보통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의 목을 조르거나, 허드렛일을 시키면서 고통 속에서 숨만 쉬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다. 나에게 애정이란 곧 고통이었으며, 고통은 나를 이루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어떠한 끌림을 가지지 않았다. 그것이 남을 다치게 하고, 나를 좀먹는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그래, 나에게 사랑은 고통이었고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시도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려고 한다, 감히.
어쩌면 우리는 진정한 연인이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욕망하고, 또 갈구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하지 않던가. 아니, 누군가가 아니라 대부분은 그럴 것이다. 어떤 특정한 욕망이 얽힌 감정이 사랑이라고 말을 한다. 말들을 한다. 나는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그런 감정은 감히 내게 허락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의 손을 잡아준 사람에게 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보답하고 싶다.
친구와 연인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꼭 욕망하고, 상대에게 집착하고, 말도 안되는 맹세들을 늘어놓는 허풍만이 사랑일까? 나는 그런 사랑은 모른다. 그러나 나는 함께하고 싶다. 내 손을 잡아 준 사람과, 계속 같이 하고 싶다. 일상의 모든 것들을, 그리고 앞으로의 모든 것들을.
그래서 나는 고백을 하려 한다.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못하는 그녀에게, 아름답고 눈부신 그녀에게 말이다. 그녀에 대해서 서술하자면 이야기가 정말로 길어질 것이다. 우선 그녀는 어린아이들의 우상이자, 희망을 지켜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와 같이 빵을 만들고, 내가 만든 빵을 먹고 좋아해준다. 어린 아이가 떼를 쓰고 말도 안되는 것들을 요구해도 그녀는 항상 웃어준다. 참으로 다정한 사람이다. 그리고 나에게도 그러하다. 내가 길길이 날뛰고, 통상에 맞지 않는 잘못된 일을 한다고 해도 그녀는 나를 보듬어주고, 도망가지 않으며 내 곁에 남아 세상의, 내가 알던 세상과 다른, 이치를 알려준다. 차근히, 떠나가지 않고.
나는 그 세상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나는 그 세상에서 마치 이방인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나에게 당연한 것이 다른 세상의 사람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으며, 그 세상의 사람들에게 당연한 것은 나에게 분노와 고통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그래서 나는 그 이치를 마주하면 내 모든 것이 무너질 것만 같은 공포를 느낀다. 그러나 그녀는 나를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세상의 이치를 찬찬히 둘러보고, 익히게 해준다. 그렇기에 그녀가 떠나지 않는다면, 나는 가만히, 감히 날 무너트리는 이 잔혹한 다른 세상의 이치를 꿋꿋히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그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갈지도 모르겠다. 한 번 달라져버린 세상이, 이치에 맞지 않는 세상과 나를 맞추는 것이 망상에 불과할 뿐이라도, 나는 그녀를 위해 노력하리라.
우리는 빵을 같이 굽는다. 먹고, 이야기를 나눈다. 가끔은 어떤 빵을 새롭게 개발할까, 하며 이야기한다. 그녀가 잠에 들면, 나는 내일 아침에 무엇을 해 먹을지 고민한다. 그녀가 맛있게 먹어주기를 바라면서. 아침, 점심, 저녁… 매 끼니를 만들어주는 것이 늘 즐겁다. 질리지 않을 만큼 행복하고, 세상을 한층 덜 고통스럽게 만든다. 어쩌면 이것이 남들이 말하는 행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삶에는 늘 고통뿐이었지만, 이제는 기쁨 또한 있으리라.
그녀와 함께 있고, 일상을 살아가는 것은 나에게 드문 만족감을 준다. 삶과 세상이라는 가혹한 외부인이, 낯선 존재가 주는 고통에서 나는 늘 살아왔다. 고통이 나의 숨이었고 언어였으며 나의 피였다. 나의 가족들이 그러했듯이, 나 역시 그러했다. 이 세상에 맞지 않는 존재, 이 세상과 다른 규칙을 가진 존재. 그리하여 우리 가족은, 동족끼리만 살아갈 수 있었고 나는 그 사실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나에게 다른 세상도 어쩌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가족 외에, 나의 동족 외에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오직 한 사람, 그녀 뿐이리라.
사랑이라는 것은 언제나 고통스럽고 잔인한 것이다. 나는 고통 이외의 것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받을 줄 몰랐다. 나의 동족의 언어는 바로 그것이었으므로… 나의 가족은 가장 비참하고 무정한 방식으로 나를 떠나갔다. 저 깊은 바다 밑으로 침전해버렸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혼돈으로 떠나버렸다. 나는 이들과 함께 있기를 원했고, 내가 선택한 건 도교道敎였다. 이 방법으로 가족과 다시 함께일 수 있을까, 라는 헛된 질문을 하면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
이능력자가 된 나는 혼돈에 몸을, 정신을 던질 수 없다. 만약 나의 가족과 함께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영원히 그들과 함께일 수 없고, 검은 밤바다만 고통스럽게 바라볼 뿐이었다. 나의 모든 것을 삼켜버린 바다! 그것이 나에게 고통을 불러일으킨다. 나의 숨이 한 번 더 고통으로 찬다. 아니, 이미 고통으로 차있었으나 끝내 다시 자각한다.
고모를 생각한다. 고모는 나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베풀었다. 그리고 나는 그 것을 학습했다. 베이징과 윗거리, 고모의 집이 위치한 그 동네를 사랑한다. 그 사랑은 실로 강제적인 것이었다. 더 이상 나는 하이난에 존재할 수 없으니까. 나는 베이징에서만 보호받을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고모와 그 가족들에게 매달렸다. 그들은 나에게 고통을 내렸고, 그 고통으로라도 살아갈 수 있게 만들었다. 잔인한 방식이다. 실로 잔혹하다. 생존 본능에 의해서만 살아가는 사람. 그것이 곧 나였고, 나는 그리하여 파편처럼 흩어지기를 소원했다. 겉으로는 웃음을 짓고, 칼을 든 광대마냥 그 누구에게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어쨌든 생존해가는 그런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었고, 그렇게 만들어졌으며, 그 방식의 사랑밖에는 알지 못했다. 일방적이고, 착취적이며 잔인하고 끔찍한 그 방식이 내가 알고 행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랑이다.
그렇게 난 그들의 방식대로 협객의 탈을 쓰고 검과 도를 휘두르며 과거의 영광을 불러내는 구절들을 읊었다. 연쇄 살인을 저지르며, 나에게 사랑을 가르친 이들에게 내가 받은 사랑을, 내가 아는 사랑을 쓴 러브레터를 보냈다. 그리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고통이라는 것, 사랑은 누군가를 침범해야하는 것… 사랑은 모든 이들에게 고통이며 그 것에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은 갈라지고 그 균열에 모순된 영혼을 흘리게 된더는 것을, 사랑은 곧 고통스러운 침범이라는 것을.
그녀의 전기가 나를 관통하는 느낌이 든다. 그 저릿한 감각은 이것이 내가 받았던 사랑과 약간은 다른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 하다. 아니, 어쩌면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이 번의 침범 역시, 내 갈기갈기 찢어진 영혼의 균열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오게 만들었다. 그 감각은 내 안에서 도드라지듯 살아나 나를 빤히 바라본다. 내 안에서 흘러나온 내가 나를 빤히 바라본다. 그러나 이 기분은 나쁘지 않다. 나는 기꺼이 이번의 침범, 부드럽게 나를 감싸는 저릿함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고통이리라, 이것 역시. 기쁨은 아주 드물게 올 것이고, 그건 그녀와 내가 함께 한다고 해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로지 기쁨만이 있는 세상 따위는 없고, 내 세상은, 그리고 그 다른 세상 역시 고통과 비명으로 가득 차있으니까. 서로의 층위가 다른 고통과 비명이 두 세상을 메웠으니까.
그러나 나는 이 침범을 달게 받아들이겠다. 그리고 나는 기꺼이 그녀에 의한 나의 변화, 변질, 본질에 대한 선전포고를 받아들인다.
그리하야 기쁨보다 고통이 넘칠지라도, 끝에는 고통과 외로움밖에는 남지 않을지라도 나는 친애하고 애정하는 나의 그녀의 손을 잡기로 한다. 내가 아는 사랑이, 내가 살던 세상의 사랑이 아닐지라도, 그것이 나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모르고, 그 것을 두려워할지라도.
나는 도전한다, 감히 나에게 주어지지 않고 내가 모르는 그 어떤 것일지라도. 그 것이 나의 세상에 어떤 균열과 파괴를 가져올 지라도…
나는 안다. 새로운 세상에 기쁨만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쁨 역시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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