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LAND

말투나 적폐 있을 시 할복

버섯숲 by 양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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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준, 아민, 그 어떤 이름이든 좋았다. 어차피 이름이란 다 거짓말이고, 신분도 거짓이고, 어쩌면 나의 모든 기억도 칼리에 의해 조작된 것일테지만… 나는 당신이 좋았다. 당신이 내 새 이름을 지어줬으면 했다. 당신만이 부를 수 있는 나의 이번 세대 이름을 말이다.

“아민! 준비는 다 됐어요?”

당신의 목소리가 나를 현실로 끌어온다. 상념과 왜곡된 기억들에 괴로워하는 것은 충분히 했다. 고대의 마술사는 몇년 간 머물렀던 뉴인치를 뒤로 하고, 이제 새로운 둥지로 향할 준비를 한다.

“다 했어요. 걱정 말고요. 아, 뭐 더 챙겨갈 건 없어요? 하, 차랑 집 다 팔아치운거 아깝네. 그래도 오래 정붙인 것들인데.”

“그거 진짜… 다 팔았어요?”

“당신이 정비해준 거라 아쉽지만요, 차는 특히 더.”

뚱하니 잔소리라면 잔소리라고 할 수 있는 말들을 조잘거리는 당신을 잠시 내려다본다. 당신은 욕심이 많다. 그 것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났는지 나는 어렴풋이 안다. 당신의 결핍과 불안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렴풋이 안다. 그러나 내가 함부로 짐작하지는 않고 싶다. 당신이 말해준 것 이상으로 더 짐작하고 싶지는 않다.

결핍과 불안, 욕심. 그것은 어쩌면 채울 수 없는 사막의 구덩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무한할 자신 있기에, 당신에게 감히 내 무한의 일부를 붙이려 한다.

당신의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듣기 좋다는 생각을 한다.

“퍼스트 클래스요? 당신 미쳤어요?”

“돈은 많으니까 편하게 가는게 좋죠.”

“참 나, 아낄 생각은 안하는거냐고요!”

“계약하면 이런 비행기 안타도 되는데…”

“헛소리 하지 말아요.”

짧은 만담이 이어진다. 그것은 어쩌면 불안의 새로운 시작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감히 당신의 불안을, 내가 감당할 수 있다고, 혹은 채울 수 있다고 만용을 부려보겠다. 어쩌면 허락받지도 못하겠으나, 나에게 시간은 무한하고 당신의 마음을 언제든 기다릴 수 있기에. 상관 없다. 또는 그렇게 믿으리라. 나는 감히 이 만용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겠지만, 역시 이 것 또한 허락받지 않은 것이기에.

그렇게 우리 둘은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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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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