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문대
유료

[청우문대] 百年佳約 (백년가약)

유료발행 |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의 이야기

양식장 by 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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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1월 아이소에서 발간되었던 청우문대 회지 백년가약의 유료발행입니다 :)


[미리보기]

평생을 약속한 두 사람은 부부가 되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는 무슨. 어느 드라마와 영화에서나 그렇듯 긴장과 설렘이 가득한 청혼, 키스 이후에는 화려한 결혼식이 이어지는 게 국룰 아니던가? 박문대는 몇 시간째 머리를 쥐어뜯으며 수많은 인터넷 창을 들락날락거렸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은 챙겨야 할 게 많고 손도 많이 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감히 예상도 못 했다.

"하아... 우선 식장 예약부터 해야 하고, 슈트, 메이크업..."

"사회랑 축의금.. 아, 스튜디오 촬영도 해야..."

할 거 더럽게 많네. 박문대는 이 많은 것들을 해치우고 무사히 결혼식을 올린 이들의 후기와 팁들을 모조리 스크랩하며 열중했다. 류청우는 무언가 도와줄 만한 것이 있지 않을까 싶어 그의 옆에서 같이 노트북을 펼쳐 몇 번 찾아봤지만 아무래도 가장 좋은 방법은 옆에서 제 예비 신랑을 응원하는 일밖에 없어 보였다. 그렇게 몇 시간째 박문대를 지켜보던 청우는 저도 모르게 잠이 몰려와 잠들 뻔도 했으나 가까스로 참았다. 그러던 찰나, 무언가 생각난 듯 박문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강아지 모양을 한 쿠션을 끌어안고 몰려오는 잠에 나른해진 류청우를 바라보았다.

"형, 오늘 스케줄 없으시죠?"

"어? 어어... 식장 보러 가려고 오늘?"

"네. 그럼 얼른 옷 입고 나와요."

그 말을 남기고 박문대는 드레스룸으로 사라졌다. 빠른 속도로 자리에서 일어나 금세 사라진 문대의 뒷모습을 보던 류청우는 그저 눈을 껌뻑거리며 품에 들린 쿠션을 내려놓았다. 문대가 열정이 넘치네... 열정 넘치는 박문대를 따라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 제법 진지해 보이는 제 예비 신랑을 따라 저 또한 비장한 각오를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문대문대, 그동안 잘 지냈어? 못 본 사이에 더 홀쭉해졌네..."

"그, 그러게... 결혼 준비하는 게 많이.. 힘들었어?"

"oh, 청우 형이 더 잘 챙겨줘요!"

"차유진! 청우 형님도 힘드실 텐데 우리라도 챙겨드려야지!"

"나는 괜찮..."

"박문대, 힘들면 언제든 연락해."

"하하 다들 고마워. 이제 자리에 앉을까?"

한명씩 돌아가며 걱정과 진심이 담긴 축하 인사를 받은 두 사람은 멤버들이 각자 제자리로 돌아가고 나서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시끌시끌한 분위기가 진정되어 이제 한숨 돌리는가 싶었더니 평소 식당과는 달리 오늘의 주인공인 두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의자 배치에 당황했다. 널찍한 테이블의 한쪽에는 다섯 사람이 나란히, 그 반대편에는 류청우와 박문대 부부만이 앉아 서로가 마주 보게 되어 있었다. 둘은 당황스럽지만 꽤 귀여운 자리에 피식 웃으며 의자에 앉았다. 자리에 앉고 나서 아무 말 없이 다섯 명이 동시에 저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 박문대는 타이밍을 놓치기 전에 얼른 쇼핑백에서 청첩장을 꺼내어 건네주었다. 고급스러운 봉투에 담긴 작은 카드로 된 청첩장을 이리저리 살피던 멤버들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 다는 듯 청첩장을 살피고 있었다. 날짜를 가장 먼저 확인한 배세진은 놀란 듯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너무 빨리하는 거 아냐? 걱정 반, 놀람 반인 얼굴로 말하는 그의 모습에 어쩔 수 없었다며 멋쩍게 웃는 류청우였다. 차유진은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하며 무언가 생각했다. 그러고는 입을 떼고 말했다.

"...형들 시간 없어요. 당장 모여서 준비해야 해요!"

"다 바쁘신데 어떻게 모여?"

"oh... 그럼 face time 이라도 해요!"

"음... 그걸로 연습이 될까?"

"나는.. 시간 내볼게..!"

아무래도 축가를 준비하기로 했던 모양인지 차유진이 형들을 둘러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에 대꾸하는 김래빈에 말에 줄줄이 답을 해주는 멤버들이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떠들썩한 분위기에 박문대는 류청우와 잡은 손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쓸며 저도 모르게 웃었다.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혼인신고 후 취소 불가..."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얼른 적어요 형."

큭큭, 뭐가 그리도 좋은지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볼펜을 쥐고 서류에 정보를 채워 넣는 순간에도 왠지 계속 들뜬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스크를 쓰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잔뜩 올라간 입꼬리로 바보같이 웃고만 있는 모습을 x스패치에게 찍혔을 지도 모른다. 서류 한장을 가운데 놓고 서로에게 딱 붙어 이름과 한자, 생년월일, 주소 등을 적어 내리는 박문대는 틀리지 않도록 고개를 푹 숙이고 한 자 한 자 펜을 꾹꾹 누르며 조심스레 썼다. 류청우는 그런 그의 동그란 뒤통수를 빤히 쳐다보며 금방이라도 뽀뽀 세례를 날려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남들이 다 보고 있는 공공장소에서 공인으로써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애써 참았다.

"틀린 거 없지?"

"응, 완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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