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모음

[청우문대]스티어 세계관으로 모두가 돌아가버린 썰

시스템은 사라졌고, 더이상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아이돌로 노래하고 무대하고, 그리고 인간 박문대로 류청우랑 평범하게 연애하면서 TeSTAR는 여전히 1군을 지키고 있었음.

그런데 박문대 인생에 평범과 안정이란 말은 없었는지 무대 도중에 사고가 났음.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스테이지 바닥이 꺼지면서, 1m는 족히 넘는 곳에서 떨어졌음. 자신을 잡으려고 뛰어오는 류청우를 마지막으로 눈에 담으며 시야가 전환됨.

정신을 차리자 자신이 카메라를 들고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음.

'...내가 뭐하고 있었더라.'

잠시 멈칫한 류건우는,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고 무대 위의 가수를 찍었음. 쟤는 3군, 쟤는 2군. 시세는 장당 5만원쯤. 익숙하게 이어지는 생각을 정리하며 카메라 속 프리뷰를 확인하고 다음 순서가 누군지 생각함. 또 다른 비주류 가수가 나와 데이터를 쓸지 말지 고민하던 차에, 카메라를 들고 시선을 돌리자 무대 밑에서 대기 중이던 스티어를 발견함.

'쟤넨, 2군이지만 센터 멤버 장당 가격이 세니까.'

자연스럽게 초점을 맞춰서 차유진을 찾아 찍으려는데 렌즈 너머로 마주친 날카로운 인상의 누군가에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음. 해일처럼 밀려오는 기억들에 두통이 생겨 잠시 휘청이던 류건우, 그러니까 박문대는, 그제야 자신이 원래 몸으로, 그것도 스티어가 해체하기 전으로 시간이 돌려졌다는 걸 깨닫게 됨. 자신은 그저 데이터팔이고, 저들은 2년이 채 되기도 전에 활동중지와 함께 해체하게 될 스티어라는 것을. 그리고 렌즈 너머로 눈이 마주친 건 류청우, 자신의 연인이자 버팀목이라는 사실을 떠올림.

무감한 표정으로 잠시 맞춰졌던 시선은 떨어진지 오래고, 옆에 있는 다른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걸 봤음. 저 사이에 자신이 있던 때가 떠오르고, 마지막으로 봤던 류청우가 생각이 나서 박문대는, 아니 류건우는 눈가에 눈물이 맺혔음. 그리고 아직 시간이 있단 사실에, 논란이 일어나기 전이니까 충분히 그들을 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들이 어떻게든 1군으로 만들 거라고 다짐함. 그들과 같은 무대에 오를 순 없지만, 영린의 레전드 무대직캠을 올렸던 계정이 있으니까.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정보가 있으니까 충분하다고 생각함.

그 날 행사에서 찍은 직캠 영상은 그 어느 때보다 조회수가 많았고, 류청우를 비롯한 스티어를 다시금 화제에 올리는 데에 성공함. 차트를 역주행하고, 사람들의 관심이 올라가고. 하지만 류건우는 그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었음. 배세진을 돕기 위해 먼저 신고를 하고, 일 못하는 소속사의 일도, 여론을 조작하는 것도, 다 박문대였던 류건우가 할 일이었음.

류청우는 갑자기 모든 것이 잘 풀리는 것이 기쁘면서도 묘한 기시감을 지울 수 없었음. 레전드 직캠이라는 이름으로 위튜브에서 며칠동안 1위를 기록했던 그 영상은, 아마 무대 직전 자신과 눈이 마주쳤던 묘한 표정을 짓던 그 사람의 솜씨일 거라고 생각했음. 각도가 거기쯤이었으니까. 그 후로 모든 것이 잘 풀리는 이 상황이 어색했음. 이상하기도 하고. 원하던대로 풀리는 상황, 멤버들과의 관계도 현실성이 없었음. 그렇다고 해도 싫은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믿기지 않고 불안한 일이었음. 언제 다시 떨어질지 모르니까. 여전히 컴백에서 초동 기록을 자체경신해도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그때 그 남자를 떠올리면,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아팠음. 잊고 있던 기억이 자꾸 문을 두드리는 기분이었음. 자신은 잊을만한 기억도 없었고, 비어있는 기억도 없었는데. 그리고 컴백무대에 올랐을 때, 그때 그 남자를 다시 발견했음.

"... 문대야?"

자신의 입에서 나온 낯선 이름에 흠칫 놀라다가 밀려오는 기억에 몸을 맡김. 해외 투어를 마치고 앵콜콘서트를 열던 때, 선아현과 이세진이 있던 때. 그러다 문대의 몸이 무대 밑으로 떨어지던 때. 고개를 다시 들어 그 남자를 찾아 헤맸지만, 이미 그 남자는 없었음. 자신을 부르는 멤버들 소리에 대형을 맞춰 섰지만, 그곳에는 선아현과 이세진, 박문대가 없었음. 어쩐지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차오를 것 같지만, 류청우는 꿋꿋이 무대를 해냈음. 이건, 박문대가, 류건우가 다시 주는 기회니까. 더 높이, 더 멀리 날아올라서 류건우를 찾아내야 하니까.

렌즈 너머로 다시 시선이 교차하자마자 류건우는 인파 사이로 숨어들었음. 아직은 마주할 수 없으니까. 지금은 쓸데없는 감상에 젖으면 안 되니까. 이세진과 선아현을 찾아서 어디가 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바라왔던 현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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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은 걸까 (우리 둘이)

과거 혹은 미래에 (다른 세계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알겠어 (그건 말야)

라는 가사를 보고 생각난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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