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빛이 도는 반지가 아주 천천히 느릿하게 턱선을 타고 올랐다. 그리고 손가락끝 하나로 턱을 가볍게 쓸고는 아주 매끄럽게 미끄러져 내려간다. 루시안은 그 턱을 처올라간 상태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시선을 끌어당기는 푸른 빛의 반지를 곁눈으로 바라본 다음 눈을 감았을 뿐이다. 시야가 칠흑으로 덮히고 아무런 형태도 잡히지 않지만 곧이어 어둠에
대양과도 같은 모래의 산을 보았다면 당신은 이 날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는 많은 일을 엮었지만 이런 일에 대해 많은 시간을 소요한 것에 비하여 그 정도로 긴 글을 남기지는 못했다. 이것은 후일을 도모하는 인간 최후의 필서이므로, 모쪼록 이 글을 얻은 후 당신의 일을 이어가주길 바란다. 고. 호열은 모친의 글자를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사구의
작중 껄끄러운 묘사(벌레, 인두겁 등)가 있으니 감상시 주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