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늦었지만 늦게 써올리는 것도 리켈레스러운 느낌… 생일 기념이라기보다 생일이 얽힌 일상에 가깝습니다. 민감한 소재가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의 사망 7000자. 라테라노 한켠에는 학생들이 여러 직업을 경험해 볼 수 있는 테마파크가 있는데, 여러 직업 중 집행자를 고르면 하위 체험 프로그램이 몇 개로 나뉜다. 아이들이 신나게 여기는 종목은 한정되어
박사는 추락하는 팬텀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가 너무나 갑작스럽게 떨어기지도 했고 박사가 그만큼 민첩하지 못한 탓도 있었다. 팬텀은 머리조차 보호하는 것도 잊고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주변에 걸려 있던 액자와 세워져 있던 잡동사니들이 팬텀의 온몸을 긁고 두들긴다. “팬텀?!” 팬텀은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런 충격에 쓰러지거나 기절할 리가 없
사세대 지촉인 좌락, 실험에 동의하십니까? … 좌락은 제 손에 들린 종이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설명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들었고 눈앞의 종이도 처음 보는 것이 아니었지만 깨알같은 글씨로 한가득 적힌 약관을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압박감에 시달려야만 했다. 쉐이. 염국의 안녕. 영원한 평화. 대정벌……. 좌락은 마른 침을 삼켰다. 목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전편 팬텀은 눈 앞에 놓인 기구들을 보고 저 멀리 등을 보이고 있는 실버애쉬를 바라보았다가 다시 기구를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긴 바늘 한 뭉치. 길이도 다양하고 끄트머리에 각기 다른 표식이 새겨져 있다. 그 음각을 손끝으로 매만지던 팬텀은 바늘의 생김새를 보고 바늘의 몸체를 조심스럽게 매만지기 시작했다. 일반 바늘과는 다르게 홈이 파여있다. 피가 흐
새벽이 와도 잠들 수 없는 밤이 오면 노래를 부르곤 했다. 정제되지 못한 감정이 엉킨 오선지를 그리고 찌를 듯 따가운 기억이 그 위를 거닌다. 혼란스러운 감정과 생각이 나의 노래를 키운 셈이다.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노래를 타고 작은 화음이 겹친다. 작디 작은 노랫소리는 내 목에서 흐르는 목소리인지 아니면 머리속에서 들리는 울림인지 알 수가 없다. 누가
박사는 서류를 정리하던 도중 자신의 비서를 불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을 보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지금 자신의 옆에 있어야 할 팬텀은 자리에 없다. 박사는 가면을 쓴 존재가 자신의 옆에서 나지막히 그림자를 드리우고 서 있는 걸 느낀다. 팬텀의 능력, 거울속 환영이다. 환영이 정말 독립적 자아를 가지고 있는지, 팬텀과 구분할 수 있는지, 팬텀의 정신
짧은 글, 극본 형식, 인게임 대사 일부 인용 有, 사이드 스토리 '시라쿠사인' 스포일러 #?? 빈 무대 위 모든 조명이 암전된 무대. 무대 위에는 조악한 세트장이 설치되어 있다. 시라쿠사의 길거리를 모방했으나 그것이 가짜임이 명백하게 보인다. 무대 가장자리에는 무대 소품들이 들어있을 법한 상자들이 난잡하게 쌓여있다. 라플란드, 암전된 무대 가운데로 천천히
박사는 다급하게 빛 무리로 달려나가 잘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더듬어 팬텀을 자신의 쪽으로 끌었다. 극단장? 극단장이라고? 팬텀이 극단장이라고 부를 다른 사람이 있던가? 순식간에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 속을 휩쓸지만 박사는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가짜여도 문제였고 진짜면 더 문제였기 때문에. 극단장이 팬텀에게 어떤 일을 해왔는지 박사는 어렴풋하게만
생일리퀘스트: (글쓰는 사람이 생일임) 목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어깨의 피부와 근육이 서로 떨어진 것만 같다. 아니면 뼈가 굳어버렸거나. 박사는 눈을 뜨자마자 온몸이 지르는엄청난 근육통을 맛보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자신이 잠들지 않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바로 눈치차렸다. 절로 입밖으로 흐르는 신음소리. 박사는 그 소리를 일부러 죽이지 않
주의사항 해당 글은 에피소드 바벨까지의 스포일러를 모두 담고 있습니다. 이름과 외관 우선 저희 집에 있는 박사는 둘인데요, 둘은 얼굴이 똑같습니다. 왜냐면 그 얼굴이 제 취향이고 외관을 새로 파자니 너무 귀찮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만 년 전의 박사에게서 어떤 분기로 갈라진 놈들입니다. 이 만 년 전의 박사를 라스타반Rastaban, 노멀 루트로 간 박사
트위터에 툭툭 올렸던, 긴 글로 옮기지 않을 법한 소품들. 나중에 주워서 쓸지도. 주로 페데리코와 라테라노즈. 기억법 여러 나라의 언어와 법을 통달해야 하는 집행자들은 자신만의 암기법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험난한 임무 와중에 통신과 저장장치의 힘을 빌릴 수 없는 상황은 흔하다. 손 근육이 획을 외울 때까지 냅다 쓰기, 노래로 외우기, 수첩 한 권에
쓰면서 들은곡: Depapepep <風見鶏> 요즘 자꾸 농땡이 부렸더니 글이 잘 안써져! 그치만 잘 안써져서 농땡이 부렸어요. 🎶🎵 창밖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과 함께 흥얼거리는 허밍, 낡은 금속현이 손에 닿아 끼릭끼릭 미끄러지며 우는 소리, 목재로 된 몸통에 손톱이 닿아 나는 박자감, 다소 낯설기도 하면서 익숙한 듯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는 박사의
23.12.10 나는 팬텀이 거울로서의 상징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해. 극단장을 비추면 그는 팬텀 유령이 되고, 박사가 비추면 그는 크리스틴 노래하는 자가 되는 거지. 옷 자체에 거울이라고 쓰여져 있고 재능도 거울 속의 환영이고. 본인의 환영을 거울에 비추는게 아니라 타인의 투영을 본인에게 하고 연기함으로 거울의 의미이지 않나. 이런 배우의 의미와 유령인
쓰면서 들었던 곡: 백예린<나도 날 모르는 것처럼> 5일차도 펑크를 내버렸는데… 오늘은 2000자보다 조금 더 많아요… 딱딱, 손톱이 거슬린다. 손톱이 거슬린다는 것은 불안하다는 증거였다. 박사는 불안하면 손톱이 길어져 다듬어지지 못한 부분이나 손톱의 밑살을 물어뜯곤 했다. 주로 혼자 있을때 이런 버릇이 드러나곤 했지만 켈시나 아미야 같은 측근에
팬텀이 모래를 토하고 난 후로부터 박사는 되도록 자신의 시야에 팬텀을 두려고 했다. 팬텀에게 자신의 옆에 머무르라고 지시하며, 종종 팬텀이 발작하지는 않는지, 다시금 모래가 쏟아지지 않는지 확인한다. 팬텀의 몸에서 흘러내리는 모래는 흘러내리는 시기도 양도 굉장히 불규칙 적이다.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로도스에 오고 난 다음부터는 박사와 팬텀 두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