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방주

명방 조각 썰 백업 1

트위터에 툭툭 올렸던, 긴 글로 옮기지 않을 법한 소품들. 나중에 주워서 쓸지도.

주로 페데리코와 라테라노즈.


기억법

여러 나라의 언어와 법을 통달해야 하는 집행자들은 자신만의 암기법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험난한 임무 와중에 통신과 저장장치의 힘을 빌릴 수 없는 상황은 흔하다. 손 근육이 획을 외울 때까지 냅다 쓰기, 노래로 외우기, 수첩 한 권에 들어갈 때까지 압축하고 또 압축하기… 전통적인 암기법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외울 것이 많아도 너무 많다.

집행자 연수 과정에서는 정보를 감각과 대응시켜서 그 심상 전체를 기억하는 암기법을 따로 가르친다. 항상 가지고 다니며 다양한 세부가 있는 친숙한 소지품으로 시작한다. 산크타에게 이런 소지품을 지니고 있는지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수호총을 꼽는다. 수호총의 모든 요철에 정보를 엮는 연습을 한다. 에젤은 여전히 이 심상을 활용한다. 가장 손이 많이 닿는 부분에 라테라노의 율법을 엮어두었다.

사물 하나를 속속들이 정보로 채우는 일에 충분히 익숙해지면 실제 사물이 아닌 상상에 바로 기억을 대응시킨다. 여기부터는 일반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천차만별이지만, 보통은 많은 정보를 담을 만한 적당히 넓은 공간을 택하게 된다.

페데리코는 정직하게도 서재를 설정했다. 그가 법이나 판례를 떠올릴 때 손을 가볍게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네 손가락 끝을 헤아리는 모습을 보았다면, 그는 가상의 서재에서 책등을 스치는 중이다. 그 같은 사람은 빈곤한 상상력을 지녔으리라고 넘겨짚는 경우가 많지만 상상력 없이는 추리도 없다.

리켈레는 비 냄새가 가시지 않는 어떤 거리를 떠올릴 수 있다. 생존과 직결된 기억은 그만큼 복기하기 쉽다. 골목의 얽힘과 경계심 많은 창문의 여닫힘과 빨랫대에 방치된 채 마르고 다시 젖으며 빛바랜 옷가지들에 정보를 엮어두었다.

법이나 규칙과 가장 거리가 먼 혹독한 기억에 만국의 법전을 속속들이 엮어놓은 공간은 리켈레식의 유머다, 어떤 유머는 자기 자신을 웃기기 위한 것이다. 그는 골목 초입 누구도 분리수거 규칙을 지키지 않는 난잡한 분리수거함에 시라쿠사의 헌법을 대응시켜 두었다.


미사집전

페데리코 성도니까 예배 집전할 수 있겠지 생각하면 즐거워진다. 집행자는 모두 법학자고 라테라노의 우수한 법학자는 당연히 우수한 신학자이기도 하겠지. 예배 날인데 사제 자격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황, 라테라노인들끼리 머리 맞대고 토론한 끝에 “네가 해도 될 듯?” “그럼 하죠” 같은 결론이 난 거지.

짧게 하려면 1분 내로 끝내지만, 시간 채워서 해야 한다면 이게 예배인지 강의인지 싶고 개졸리고 성도 얼굴이라도 보면서 잠 깨야 함… 어느 쪽이든 거룩함은 손톱만치도 없다.

“그런데 어떤 주제로 집전할까요?”

“몰라 성도님이 잘 하는 거 해.”

~율법에 바탕한 라테라노 형법 법리해석 강론~ 사운드가 안 멈춤. 뒤에 프롬프트라도 띄워놓고 읽고 있나 싶은데 몰래 돌아보면 벽밖에 없음.

(2시간 후) “…다음엔 내가 사제자격증 따 올게.”

페데리코 목소리 안그래도 원톤이라서 강의하면 진짜 기절하게 졸릴 듯…

페데리코: 그럼 여기까지 하죠

초롱한 르무엔: 질문 있습니다 예하

같이 초롱한 에젤: (같이 손 들다가 르무엔 먼저 말하라고 손 내리고 기다림)

리켈레: (제발)

오렌: (제발)

리아: (이미 탈주했음)


A Cold Call

이그제큐터 모스티마 칸타빌레는 무슨 조합일까? 분명 셋 다 각자의 방식으로 ♬ 언더커버 오브 더 나아아아잇 ♬ 이긴 한데

셋이서 공동임무 나갔는데→

페데리코(아직 성도 아님): 저벅저벅 피와 잔해를 가로지르는 인간재앙샷건천사

칸타빌레: (전직 암살자 시점으로 봐도 이건 아닌 것 같음) 이...이래도 돼?

모스티마: 라테라노 스타일 정상운행 중이야 잘 보면 아무도 아직 안 죽었어 ㅇㅋㅇㅋ

칸타빌레: '아직'??

임무 후 생채기 하나 없이 위통만을 얻은 채 복귀한 칸타빌레의 임무보고서: 다음 임무부터는 라테라노 출신 오퍼레이터들과는 다른 임무에 배치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 간신히 배워가고 있는 도덕의 기준이 무너질 것 같아

위는 개그고

모스티마: (라테라노어) 타천한 산크타와 집행자를 같이 임무에 투입하다니. 박사는 참 편견이 없단 말야.

이그제큐터: (라테라노어) 당신이 겪은 타천은 정당방위에서 비롯하였으므로 위법성이 조각됩니다. 그리고 타천 여부는 작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칸타빌레: (라테라노어 알아들음) 정당방위라... (용인되는 폭력과 부당한 폭력의 경계에 대해 생각하는 중)

이그제큐터: (곱씹는 칸타빌레를 보고) 죄송합니다. 개인 신상에 대한 화제인지라 번역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칸타빌레: 아니, 나야말로 미안해. 민감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알아들어 버렸어. 라테라노어를 조금 배웠거든.

모스티마: 알려져서 불편할 일이었음 운도 안 뗐어. (눈짓) 작전에도 영향 없다잖아?

이 멤버 구성이 필요한 임무라면 빡센 물리력과 정숙한 기동이 동시에 필요한 위험한 잠입임무겠지. 인도적인 견지에서 칸타빌레를 사람 킬 따는 임무에 보내지는 않을 테고, 납치된 요인 구출 작전 같은 것... 팀장은 아무래도 모스티마겠지.

셋이 같은 임무 다녀온 보고서 비교하면 재미있을 듯.

이그제큐터: 언제나처럼 덤덤하게 사실 중심 서술

칸타빌레: 임무 중 일어난 불필요한 파괴와(*주로 익제가 범인) 그로 인해 지나가는 사람이 잔해를 밟고 다쳤을 가능성까지 엄청나게 사과하고 있음

모스티마: ↑칸타빌레가 이그제큐터를 뜯어말리느라 편집증적인 염려를 언어로 쥐어짜 메타인지하는 과정과, 이그제큐터가 그걸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모습이 임무 중 가장 흥미진진한 순간이었다고 평함

칸타빌레가 오랜 PTSD에서 비롯한 자책과 편집증을 이그제큐터의 무덤덤한 실용주의 논리로 후드려 맞고 거의 울기 직전으로 너덜너덜해진 채 귀함하는 모습.

근데 곰곰이 돌이켜 보니 약간 상쾌한 것도 같은.

어쩐지 정신적 고강도 안마의자에서 꽉꽉 쥐어짜이고 일어난 것 같은.


(리퀘) 무에나와 페데리코의 공동임무

*카시미어 아직 안 읽었습니다

난이도 높아!!

같은 작전에서 무에나가 대장, 페데리코는 대원으로 일하게 된 상황. 무에나 특유의 (*파일기록2에서 언급된) 작전의 윤곽은 명료하지만 디테일은 개인에게 맡기는 식의 지시. 그런 화법을 의아하게 여긴 페데리코가 양해를 구하고 디테일을 채우는 역할을 도맡는다.

어떤 전제가 이미 공유되었다 생각하고 나머지 부분만 말하는 화법은 산크타 집단 내에서는 드물지 않고, 페데리코는 그걸 머리로 번역하는 훈련을 했기 때문에. 산크타가 아닌 사람이 그런 화법을 쓰는 점이 의아했던 것. 게다가 그 지시가 청자의 전술적 사고 역량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면.

보통은 페데리코가 통역을 필요로 하는 쪽인데... 장기 임무의 며칠간 무에나의 명령 통역을 맡으면서 페데리코는 계속 관찰한다. 무에나는 어떤 과거의 경험을 현재에 적용하면서 주변에 충족될 수 없는 기대를 살포하고 있고, 그 기대가 끝없이 미끄러지는 것까지도 기대의 일부인 것처럼 보인다. '그는 기대하기 때문에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좌절이나 환멸의 수단으로써 기대를 동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페데리코가 부관처럼 붙은 며칠간 무에나는 당연히... 불편했다. 자신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일하고 있다는 걸 끝없이 리마인드하는 시간이었으니까. 작전은 전에 없을 만큼 매끄러웠고, 페데리코가 자신에 대해 어떤 가치판단도 하지 않을 사람인 점도 알지만, 그의 무덤덤한 해설은, 이제 현재의 사람들과 부대끼기 위해 내려놓아야 할 과거의 것을 왜 내려놓지 않느냐고 책망하는 것처럼 들린다.

마지막 날 무에나는 모든 지시를 스스로 한다. 페데리코가 한 마디도 더할 필요가 없을 만큼 친절하고 상세하게. 팀원들은 이채로워하고 감동까지 하지만 페데리코는, 물론, 그 변화에 대해 아무 평가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에나는 한동안 대장은 맡기지 말아 달라고 박사에게 말해 둬야겠다고 생각한다.


죄책감

페데리코는 지금까지 자기가 몇 명을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법으로 살해했는지 전부 기억하고 있겠지...

"'죄책감'에 대한 질문은 이전에도 몇 번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태생적인 요인으로 인해 감정에 기반한 가치관에 동조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여러 문화권을 통틀어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치롭게 여기는 것을 저도 중요하게 여깁니다. 시간입니다. 살인은 한 사람에게 공포와 고통을 주거나, 그 주변의 사회적 관계를 파괴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그 사람에게 남은 모든 시간을 박탈하는 일입니다. 저는 시간의 가치를 알고 있기에 그것을 박탈하는 일에는 신중함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사실 또한 이해합니다. 그리고 질서를 위해 불가피하게 그렇게 해야 한다면, 저에게는 상대로부터 박탈한 시간에 값하는 가치를 창출할 책임이 있겠죠.

…제가 이해하기로 '죄책감'이란, 타인을 침해한 행위에 대해 보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불완전하더라도 그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고 느끼는, 엄밀한 범위의 의무감입니다. 제가 행한 살인행위는 집행 과정의 일부로써 위법성이 조각되는 범위 내에 있기에 그 피해에 대해 제가 보상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박탈한 시간에 대해 제가 인지하고 있다는 견지에서… 제가 '죄책감을 느낀다'고 표현하셔도 좋습니다. 임무나 생활에 지장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기억에 눌린다? 뇌는 저장한 정보량이 많아진다 해서 물리적으로 무거워지지 않습니다.

…이해했습니다. 요컨대 제가 최근 곤란하게 여기고 있는 '충동성'과 유사하게 기억의 회상이 통제 불가능해지는 현상이군요. 그 곤란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는 통제 가능한 선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제가 폭력의 엄중함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물리력으로써만 임무 목표와 질서를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에만 그것을 행동에 옮길 뿐입니다.

…집무실 문에 설치한 후추 스프레이에도 제가 '죄책감'을 느껴야 할까요? 후추에는 살상 효과가 없습니다만."


레온이 비명횡사한다면 if

갑자기 레온이 암살당하고 신볼시니에 혼자 남은 라비니아 같은 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는데

진짜 죽어서 또 다른 카라치나 또 다른 루비오가 되든 아니면 암살당한 척을 하고 불가피하게 잠적하게 되는 쪽이든... 일단 드미트리 책임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드미트리는 오히려 복수할 권리를 속수무책으로 빼앗기고 분노하는 쪽.

드미트리가 그토록 불협했던 라비니아에게 몸소 찾아가서 레온의 원수를 갚고 싶지 않냐고 묻고

라비니아는 "범인을 찾아 죄값을 따지고 질서를 바로 세우고 싶을 뿐, 옛 방식으로 피로 피를 씻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팔코네 씨. 당신은 이곳이 여전히 '뉴' 볼시니라고 생각합니까?"

"……"

"현실을 인정하시죠. 못 하는 일도 아닐 텐데요. 패밀리 없는 도시의 이상은 여기까지입니다."

"마치 그렇게 되길 기대한다는 것처럼 들리는군요. 아뇨, 카라치 장관이나 루비오 장관이 이 싸움을 이어냈듯이, 레온이 없더라도……"

"다음은 누굽니까?"

"뭐라고요?"

"당신 앞에 올 이름 말입니다."

뉴볼시니의 위협인 드미트리를 표면의 사회로 끌어내기 위해 레온이 잠적하는 전개도 떠올려봤는데... 흠 레온투초시장님이 안그래도 뜨거운감자인 뉴볼시니를 비우는 위험과+정당성의 손상을 감수하고 그런 '탈법적인' '교활한' 수를 쓰기에 이르려면 좀 무리수가 필요할 것 같고.. 역시 진짜 죽일까.

충격을 억누르느라 기절하기직전의 얼굴색으로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라비니아와 그 러닝메이트를 자처하는 텍사스 같은 것도 떠올려 보고.

텍사스 "괜찮냐고 묻지는 않을게. 유감이야."

라비니아 "…슬퍼하고 분노하는 법을 잊지 않았다는 것이, 이 길을 걷는 동안 저의 몇 안 되는 긍지였는데 말이죠. 지금은 기억해내기가 무섭네요. 물리력이 필요한 모든 종류의 부탁을 들어줄 능력이 있는 당신이 곁에 있는 지금은 더더욱."

"당신이 나에게 '총과 질서'의 총이 되어 달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어. 하지만 당신이 지금까지 그걸 결코 원하지 않았다는 것도 아니까, 만약 내게 부탁한다면 나는 세 번은 다시 물어볼 거야."

"고마워요."

"그러니 슬퍼해도 돼. 앞으론 그럴 시간도 없을 테니."

"……."

라비니아는 텍사스의 어깨에 이마를 지그시 눌렀다.

"이건 말도 안 돼요."

"맞아. 이건 말이 안 돼."

"저는 승복할 수 없어요."

"그래. 절대 인정하지 마."


기억과 충실함

아르투리아가 턱 괴고 앉아서 페데리코를 생체저장장치로 쓰는 거 보고 싶음

"1085년 7월 11일."

"숙모께서 극동에서 수입된 화집을 가져오셨습니다. 난해한 삽화가 모두의 주의를 끌었지만, 집에서 극동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숙모뿐이었기 때문에 저녁식사 후에 모여 숙모의 번역을 들었습니다."

"1084년 5월 9일."

"카리스토스 광장에 눈이 내렸습니다. 인공 강우를 연구하는 캐스터가 공증소 허가를 받아 광장에 실험을 하기로 했고, 3일 전부터 이상기후에 놀라지 말라는 예보가 있었습니다. 당일에 많은 인파가 광장에 모였습니다. 의도했던 비가 아닌 눈이 내렸지만 사람들은 기뻐했습니다."

"모든 경험이 모든 사람의 기억에 똑같이 선명하게 새겨져서, 어떤 의지도 덧없어지지 않는다면, 누구도 열화되는 추억에 애달파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사람들은 현재에 대해 더 너그럽고 의연해질까?"

"그것은 제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인가요?"

"아니. 1086년 1월 7일."

이어지는 복기...

이런 진지한것도 좋고 진짜 뭔 인테리어 좋았던 식당 이름... 맛있는 과일 구분하는 법... 이딴것도 알투가 페데리코한테 입력해놔서 다른 오퍼들이 oO(와... 좀 요상하긴한데 누나남동생 모먼트) 하는 것도 보고 싶음

다시 진지하게 돌아와서

아르투리아는 음악으로 과거의 친구들이나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곤 하는데 이걸 건조하게 말하면 음악으로 기억력을 보완하고 있다고 봐도 좋겠지

그리고 그렇게 기억을 통해 감정의 휘발성과 삶의 필멸성을 극복하려고 하는 아르투리아의 시도는 페데리코의 삶의 자세로부터 은연중에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해

아르투리아는 "네가 집행자가 될 줄 알았어"라고 하잖아 집행자는 단순히 죽은 자를 기억하는 걸 넘어 일시적으로 죽은 자의 의지를 산 자의 의지와 동가로 취급함으로서 필멸을 지연하는 자니까

아르투리아는 그걸 한 점 의심 없이 행할 수 있는 페데리코를 질투했을ㅋㅋ거라 생각함


부상썰 *유혈 묘사 있음

부상 때문에 생리적인 반응으로 눈물 뚝뚝 떨구며 일하는 페데리코가 주기적으로 보고 싶다....

그는 세 손가락을 모아 눈가를 쓸어냈다. 가죽 반장갑은 눈물을 닦기에 적합하지 않았으니까. 지혈솜을 욱여넣은 상처에서 사지의 위치를 잊게 만들 만한 통증이 맥박치고 있었고 눈물은 금세 다시 차올랐다. 이번에는 붕대의 위치를 조정하느라 제때 닦아낼 수 없었다.

"야, 너 울어? 괜찮아?"

정찰을 하고 돌아온 세르필리아가 기겁하며 다가붙었다.

"문제는 없습니다. 진통제의 약효가 돌기까지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 붕대에 직조된 아츠 회로도… 정상작동하고 있습니다."

흐느낌을 가누느라 문장이 뚝뚝 멈추었다. 차라리 시체가 말하는 쪽이 덜 무서울 것이다.

"출혈은? 일단 거의 멎었나?"

"예. 5분 뒤에… 지혈솜을 제거하고 임시 봉합을 하면 이동할 수 있을 겁니다."

"진짜 5분으로 충분해?"

"예."

오리지늄 오염도 없고 깨끗하게 베였으니 운이 좋은 축이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지금쯤 긴장을 풀기 위해 실없는 농담을 주워섬기기 시작했을 테다. 하지만 얼굴을 가릴 필요를 느끼지 않는 탓에 바른 자세 그대로 이따금 눈물을 걷어내는 페데리코를 보고 있자니 억지로라도 유쾌한 시늉을 할 생각이 쏙 들어갔다. 세르필리아는 드론을 보낸 뒤 페데리코의 옆에 털썩 앉았다.

"눈 까지겠네. 이거 손수건."

"감사합니다."

그냥 압박만 했더라도 언젠가 지혈은 되었겠지만 페데리코는 빠르게 처치를 끝내고 이동하기 위해 굳이 중상에나 쓰이는 지혈솜*을 썼다. 말이 지혈솜이지 열린 상처에 이물질을 쑤셔넣고 누르는 짓이다. 돈 줘도 하기 싫을 만큼 아프다.

"아니, 대뜸 그러길래 난 네가 아픈 것두 덜 느끼는 줄 알았지..."

"통각의 정도는 공감 능력과는 무관합니다. 안심하세요… 저는 통증에 수반되는 공포를 느끼지 않으니까요. 외견적으로…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단순히 반사적인 신체 반응일 뿐입니다."

끄응. "알았으니까 그만 설명해도 돼."

"예."

페데리코는 손수건을 얼굴에 누르고 천천히 호흡을 정돈하고 있었다. '외견으로는' 인생을 회의하며 비탄하는 모습으로 보이기 딱 좋다. 잠깐, 얘 시간 재고 있는 거 아냐? 4초 들이쉬고… 4초 정지… 4초 내쉬고… 다시 정지. ** 정말이네. 공증소의 무슨 매뉴얼이겠지. 울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진통제가 돌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그가 완전히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던 세르필리아는 곧 어리둥절해졌다. 자신은 어느새 그 또박또박한 호흡에 주기를 맞추고 있었다. 4초 - 정지 - 4초 - 정지. 동료가 부상을 입었고 다시 적의 수적 우세와 맞서야 하는, 적잖이 심각한 상황인데. 공감은 깨끗한 공백, 전해지는 것은 부상에도 흔들리지 않는 그의 평정뿐이다.

세르필리아는 이상한 비유를 떠올렸다. 옛날 저장장치 기술이 일천했던 시절엔, 기기 내부를 청소하기 위해 저장 테이프 대신 약물을 묻힌 공테이프를 돌리는 방식으로 센서를 닦는 물건이 있었는데... ***

페데리코가 손수건을 눈에서 떼었다.

"피가 묻었군요. 개인 물품이라면 변상하겠습니다."

세르필리아는 멈칫했다. 실없는 연상을 구체적인 통찰로 바꾸기 직전에 생각의 가닥이 탁 날아가 버렸다. 이상하게도 유쾌함이 잔상처럼 남아 있었다. 그는 픽 웃었다.

"뭐어 됐어. 봉합 도와줄게."

*주사형 주입식 지혈솜 (xstat) **박스 호흡법 ***비디오 헤드 클리너


학창시절

페데리코 기숙학교 때 공감불가 체질 때문에 사건이 있었을 것 같다

2인단위로 거실을 공유하고 침실만 나뉘어 있는 구조의 기숙사, 산크타 룸메가 아파서 방에서 앓고있는데 페디가 '느끼지 못해서' 본의아니게 방치해버림< 이런 일이 있었을 것 같음. 룸메 잘못도 아니고 페디 잘못도 아니지만 사건은 사건이지.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일찍 나갔다 생각했습니다.

소리내 불렀다면 알 수 있었겠지만, 고열로 그런 판단이 어려운 상태였겠죠.

앞으로는 미세한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네, 산크타가 아닌 학생과 같은 방을 쓰는 데 문제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는 괜찮은가요?

페데리코의 생활을 이루는 규칙들은 이런 불협의 경험들의 누적으로 이루어져 있겠지

아프면 도움을 구할 것 ... 7세

다른 사람들은 모든 정보를 기억하지 못하므로 중요한 일은 상기시킬 것 ... 11세

작은 소리에 주의를 기울일 것 ... 14세


성도 예하

페데리코가 라테라노친구들이랑 임무할 때 팀장 맡으면 종종 친구들이 반 장난 조로 “넵 성도 예하” 했으면 좋겠음

페데리코: 이번 임무가 저의 성도로서의 책임이나 권한을 요구합니까?

모브오퍼: (맘에 안 드시나?)

세르필리아: (안 심각함) ㅋㅋㅋ그냥 네가 워낙 덤덤하니까 덩달아 잊어버릴까 봐 리마인드

페데리코: 교황청과 직결된 임무가 아닌 이상 저의 입장을 당신이 의식해야 할 필요를 찾기 어렵군요

모브: (화나신 거 아닌가?)

리아: 옆에 애 얼었잖아ㅋㅋ 저건 그냥 말 편하게 하라는 뜻이야 그치 성도님

페데리코: 제 의도를 이해했음에도 대화에 반영하지 않으시는 이유는?

모브:(싸우나??)

리아: 일상적인 호칭을 바꾸어보면서 신선함을 느끼는 거지 즉 장난이야

페데리코: 그렇군요

모브:(끝????)


드라이브 음악

황야 건너다니는 캐들은 보통 차량으로 이동하잖아. 달려도달려도 똑같은 미서부 사막지대 같은 느낌이겠지. 그때 무슨 음악 틀까

페데리코: 당연히 무음이겠지.

운전하는 페데리코 생각하면 저번에 글섭분이 올리신 오퍼 차 매칭 타래의 혼다 시빅부터 생각나버려서 매번 웃겨

황야를 이동할 땐 내구성이랑 적재량을 위해 4wd오프로드 같은 차를 타는 게 일반적이겠죠. 오프로드 모는 페데리코... 이건 이것대로 웃김.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음.

리켈레: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운전하다 졸지 않기 위해 흥얼흥얼 따라부를 곡으로 잔뜩 고른다.

오렌: 지금 향하고 있는 나라의 최신 음악들을 들으면서 문법이랑 단어 쪼개고 있음. 아무도 안 보는 데에서 제일 성실하다.

모스티마: 적당히 안 졸린 곡들, 소라 앨범 싹 다.

에젤: 체첼리아가 있어서 선곡 자유도가 거의 사라짐

엘리시움: ♬Love potion No.9. 최대한 꼴값으로 골라봤습니다

쿠리어: ♬Stairway to heaven. 사유: 음악회스킨

피아메타: ♬Cherry Bomb. 옆에다 물 한병 따놓고 고래고래 부른다. 차내가 완전 노래방. AUS 많이 들을듯 www

레온하르트, 에이어스: ♬Mr. Blue Sky. 둘이 코러스 나눠가며 둠칫둠칫. 둘은 모처럼 림빌리턴인이니 컨트리곡도 좋겠어.

윈드차임스: 차 굴러가는 소리와 바람소리가 가장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파. 오며가며 들은 민요 곡조들을 흥얼거리기도.

안젤리나: ♬Coming Up Roses. 유행에 민감하겠지. 새로운 도시에 들를 때마다 최신 앨범을 기념품삼아 한 장씩 골라서 이동하는 길에 들을 것 같고.

우요우: 🔇. 혼자 운전할 땐 조용하다. 보기와 달리 집중력이 상당해서 음악 없이도 졸지 않는다. 일행이 있다면 지역에 얽힌 온갖 고사며 시며 낭설 따위를 읊어대느라 사운드가 빌 틈이 없기 때문에 음악이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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