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나는 눈 앞에 놓인 가느다란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극단은 손톱 하나까지 다 관리하는 걸까? 분명 암살을 포함한 거친 일들을 하고 있음에도 장갑 아래에 드러난 손가락은 가늘고 세심하게 그지 없었다. 이 손가락으로 팬텀은 때로는 적군의 숨통을 끊고 때로는 섬세한 예술을 펼친다. 극단은 이 둘의 차이를 두지 않겠지. 갑자기 드는 생각에 헛웃음을 삼키고
전편 얇은 금속이 억지로 살덩이를 뚫고 파고든다. 부드러운 살결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이물질의 침입을 받아들었다. 그대로 천천히 은빛에 꿰어 눌러 들어간다. 뚜득 거리는 감각이 든다. 소리였을까? 망설임과 여러번의 시도를 거듭한 거 치고는 사람의 살점은 싱거울 정도로 상처는 손쉽게 났다. 어디를 잘못 찌른건지 아니면 이 시도가 한 번에
고통이 누군가에게 해방이 될 수 있을까? 아니 고통이라고 하면 너무 두루뭉실한 표현 같다. 자해가 누군가에게 해방이 될 수 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그 고통이 치사량에 대하서 죽음에 다다른다면… 죽음은 누군가에게 해방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확실히. 아마도. 나는 방 문을 열기전에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우르수스의 남자가 창문 밖
팬텀이 고성에서 돌아 온 후로 몇 주일이 지났다. 이제 로도스에는 팬텀에 대해서 실제로 존재하던 오퍼레이터인지 아닌지 긴가민가 하던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팬텀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어떤 일을 겪었는지, 또 어떤 과정으로 로도스에 겨우 돌아올 수 있었는지 세세하게 아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본인들이 고성에서 겪을 일들을 서로 공유하
최근에 있었던 이야기 어디가서 하고 싶은데 할 데가 없어서 여기 올려본다. 두서없이 적을 거야. 나 진짜 영화같은 일 겪었다? 그러니까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냐면, 말 그대로 영화 하나 만들고 있었어. 영화 만드는 곳에서 영화같은 일 겪은거지. 일단 이야기 하는데 영화 만드는 일 진짜 힘든 일이야. 물론 내가 아직 영화직을 완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은
오퍼레이터 팬텀과 함께 다니는 아름다운 검은 고양이, 미스 크리스틴은 영리하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마땅히 요구할 줄도 알고, 가끔은 팬텀을 나무라기도 하면서 자신이 마음에 드는 것에만 곁을 허락하고 모습을 드러낸다. 예를 들면…그래, 지금 박사의 손에 들린 맛 좋은 간식을 원할 때 라던가. 박사는 잠깐의 휴식시간에 간식을 먹을 생각이었다. 데스크의
광석병은 굉장히 무서운 병이라고들 한다. 장기를 결정화 하고 통증과 더불어 신체의 변형을 가하는 불치병으로 감염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뿐만이 아니라, 사망후의 시체는 오리지늄 분진을 퍼트려 주변에 해로움을 끼친다. 그 때문에 광석병에 걸린 존재는 사람들에게 기피받으며, 차별은 물론이고 감염자는 사람답게 사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광석병은
"으음~. 팬텀." "난 여기에 있다." 박사는 장난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마치 비스트를 훈련시키는 것 같은 몸짓이다. 팬텀은 박사의 장갑 낀 손가락을 보았다가 페이스가드를 보고 다시 한번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인다. 무슨 행동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 궁금함을 연극적으로 표현하는 몸짓이다. 박사는 그의 행동에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