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못죽/괴담출근] 괴담에 빠진 러뷰어 - 2
[괴담출근/데못죽] 드림 / 드림주 : 재난관리국 소속 하 팀장
박문대의 시스템이 나에게 '전이' 되었다. 이상하다. 신재현 때문에 수 십번을 회귀할 적에는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이 없었는데,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되었나.
*
점심시간까지는 평화로웠다.
그 평화도 끝났다.
"'출입구' 입니다."
재난 관리 국, 외부 협력 부 부서 내 건물 13층
그곳에는 다양한 괴담으로 '진입'이 가능한 '출입구'가 있다. 말로는 출입구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한 번 출입하면 괴담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나갈 수 없는 곳이다.
'괴담의 출입구'는 '재난 관리 국'의 '발명품'으로 민간인이 휘말릴 법한 괴담, 민간인의 안전을 위협할 괴담을 색출하고 '진입'할 수 있게 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재난 관리 국에서 고유한 '괴담의 출입구' 중에서도 가장 성능이 뛰어난 것은 '외부 협력 부' 소유의 '출입구'다. 모든 출입구는 '특정 괴담'에 진입할 수 있고 '진입 전 해당 괴담에 민간인이 있는 지.
이미 사람이 있는 데 인원이 추가 될 경우 여파가 있는 지 탐지하는 기능'이 있다.
외부 협력 부가 소유한 출입구의 경우 이를 앞서서, '어떤 집단'이 '먼저 괴담에 진입 했는가' 그 여부를 확인하는 기능이 있다. 엿보는 것은 좋지 않지만...
만약 '백일몽 주식 회사'가 '직원'을 '죽이고 있으면' 우리가 몰래 살릴 수 있다면, 살리는 게 좋으니까.
그렇다.
'외부 협력 부'는 '괴담 출근'에 등장하지 않았던 세력, 내가 괴담 위키를 작성 하게 된 나비 효과로 탄생했다.
물론 '출입구'에 대해서도 언급 한 번 된 적 없으니 그것 또한 내가 쓴 게 맞다.
나는 알고 있으니까.
언젠가 나와 같은 민간인이 괴담에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그런 만큼 숨겨진 '이스터 에그' 같은 장치를 두어서 만약에 나나 일반인이 괴담에 떨어질 경우 살아 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한 장치였다.
다행히 천만 달성한 국민 영화 중에서 '괴담 불변의 법칙'이라는 것을 내놓기도 했다. '밈'으로 역 상승세를 타면서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아도 알 만큼 요즘 드라마에 패러디로 나오기까지 했다.
혼자 살려고 무리 이탈하면 죽음
트롤 짓(소리지르거나 싸우거나) 하면 죽음
하지 말라는 짓 하면 죽음
괴담에 떨어지면 갑자기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지는 일이 생길 수 있음
분명 분위기가 섬뜩하고 이상한 구석이 있는데 당당하면 죽을 수도 있음
"괜찮아 안 죽어."
"에이 설마 죽기야 하겠어."
"괜찮아 보는 사람 없어."
"해치웠나."
"걔가 보고 싶어."
"그걸 먹고 싶어."
"우리 꼭 낙원에 가자."
"방금 뭐였지...? 저 소리 들었어...?"
"꼭 살아 돌아올게, 걱정 마."
"내가 죽거든 미래를 부탁해!"
저런 소리 하면 꼭 죽는다는 클래식으로 지겹다 못해 지독한 레파토리로 써먹으며 아예 '밈'이 되어버린 구간이다. 괴담을 모르는 사람, 드라마도 잘 안 보는 사람 등 어떤 사람이라도 그 패러디를 기억한다면 살아 남을 수 있도록 힘을 쓴 수준이다.
그렇게 민간인들이 괴담에 떨어졌을 때 살아남는 방법을 널리 퍼트린 것이 바로 재난 관리 국 소속의 하 팀장인 나였다.
자 그럼 재난 관리국이 무슨 일을 하느냐
그건 지금 바로 공개 된다.
우선 우리는 '초등학교 괴담'을 상대하러 간다.
학교에서 괴담은 일종의 전통이다. 그리고 괴담 세상인 이곳에서 '학교 내 존재하는 괴담'은 전통 중에 전통이다. 유소년들과 청소년들이라는 미성년자 수백 명이 모여서 온종일 지내는 장소에 음모가 없는 것이 이상하다.
대략 서른 명이 모이는 학급에서 아무리 양기가 넘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한 두 명 정도는 무섭고 기이한 소문을 진짜로 믿으며 무서워하거나 흥미를 가지거나 둘 중 하나라도 해당 될 것이다.
몇대 불가사의라는 유구한 전통이 이제는 사그러져가는 시기지만, 그래도 한 번 정도는 '분신사바'라는 용어를 들어본 학생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 괴담 세상에 존재하는 학교에서 괴담은 실제로 작용한다. 당연히 분신사바로 귀신을 불러내면 귀신이 오고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일이 당연히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서울특별시 황천구 낙원동, 영월 초등학교
5학년 1반의 학생 세 명이 모여서 분신사바를 시행했다가 괴담에 끌려갔다고 한다. 당연하지만 구하러 진입해야 한다. 본래는 학생 셋 중 한 명인 A군의 친부가 '친족성폭행'이라는 죄를 지은 혐의로 A군의 친부인 김치석을 괴담에 끌어 들일 목적으로 그에게 '분신사바 세트'를 소포로 보낸 것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A군은 억울하게 연좌제 행을 당하게 되었고 A군의 친구들이 휘말리게 되어버렸다. 본래 재난관리국에서도 '연좌제'는 적용하지 말자는 주의였기 때문에 윗선의 분들은 해당 사건이 일어난 직후 발등에 불 떨어진 사람처럼 대응하고 있었다.
이러한 관계로 이번 건에서는 차분하게 대응할 사람들이 필요했다. 수습기간 1일차에 괴담에 진입하게 된 박문대와 사건을 몰고 다니는 하 팀장이 선두주자로 내세워지며 일을 수습하게 되었다.
"실화임?"
"하 팀장 싸구려 말투좀 쓰지 마시죠 사람이 싸 보인다고요."
"아니, 지금 이런 반응이 올 정도로 말이 안 되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바 팀장, 당신은 당신 할 일이나 하십쇼. 지금 내가 싸구려 말투 쓰는 게 중요하겠나, 아니면 수습 1일차에 본격적으로 괴담에 진입하게 된 신참이 중요하겠습니까?"
자세한 보고를 듣고 내막을 알게 된 하 팀장이 투덜거렸다. 이 재난관리국은 그것이 문제였다. '범죄자'만 걸러 '형벌'을 내려야 하는데 자꾸 상관 없는 '인물'까지 끌어들인다.
그리고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란,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한 신참을 괴담에 끌어들이는 일이었다. 이래서야 백일몽 주식회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일처리에 신물이 난다. 다른 팀의 경우 지금 이 사태에 탄생한 '괴담 싱크홀' 사건 때문에 난리 난 상황이다.
지금 내 옆에서 내 말투를 지적하며 나불거리는 바 팀장?
솔직히 있어봐야 쓸모 없는 낙하산이다. 게다가 지금 부상 받은 상태라 제대로 참가하지도 못할 걸 다들 배려해주면서 앞으로 몇 달 간은 서류 작업만 고정적으로 받으라는 방침이 내려온 상태다.
결국 나는 전직 아이돌 출신이자 공시생이었으며 굉장한 쫄보이며 훈련도 안 받은 신참 박문대와 같이 합작으로 괴담을 처리하게 생겼다. 위로라도 하고 싶지만, 나는 내 위로가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안내 사항은 전달해야겠지.'
적당히 생각 정리를 마친 하 팀장이 전체 회의실에서 하 팀 사무실로 발 걸음을 옮겼다. 누구든 그렇겠지만 특히나 훈련도 안 받고 면역도 없는 그가 '범죄자 처리 현장'을 보게 된다면 어떤 패닉을 겪게 될 지 끔찍한 미래만이 그려질 뿐이다.
마침 박문대를 만나게 되고 하 팀장은 그대로 팀장이 팀장으로서 팀원에게 할 수 있는 브리핑을 시작했다. 박문대가 하게 될 일은 어떤 것이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이다.
"오늘 오전에도 설명드렸지만, 다시 한 번 설명드리겠습니다. 저와 박문대 씨는 저의 브리핑 이후 20분 뒤 괴담에 진입할 겁니다."
"네."
박문대는 본인이 떨떠름한 느낌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차마 숨기지 못했는지 특유의 티벳 여우 같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숙였다. 어쩐지 죄책감이 느껴졌지만, 나도 피해자고 나도 억울하다.
아, 박문대는 미리 알고 있겠군
하지만 재난관리국이니 외부협력부니 하는 것들을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무서운 것을 싫어하는 그이기에 괴담에 관심을 끄고 살았을 것이라는 부분을 염두에 두자.
"미리 설명 드렸지만 재난관리국이 하는 일은 '재난에 대한 대비' 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괴담 현상이 손 쉽게 민간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곳이죠 그런 만큼 '괴담' 또한 '재난'으로 분류 되었고 시스템 상 우리는 괴담에 대비하고 휘말린 민간인을 구하는 일을 합니다."
박문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재난 관리국이 하는 일은 괴담을 포함한 재난 이외에도 또 다른 것들을 관리합니다."
하 팀장이 진지한 목소리로 분위기를 잡았다. 물론 방금 전 박문대에게 한 설명 또한 중요하고 진지한 내용이었지만 다음으로 이어질 내용은 상상도 못할 것이었기에 그 과정이 중요했다.
"범죄자들."
"!"
"재난관리국은 범죄자를 관리 합니다. 감당 못할 죄를 저질렀지만 판사가 용서하고 풀려나 자유를 누리는...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용서 받지 못한 혹은 용서 받지 못할 이들을 재난관리국이 관리합니다."
하 팀장의 설명 아래 박문대는 여느 신입들과는 다른 반응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의 신입이라면 설명을 들을 때 대부분은 초롱초롱한 눈빛을 띄며 흥미로워 하거나 놀랐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박문대는 '파악'을 마친 듯한 반응이었다.
그 다른 반응이 박문대라는 사람을 잘 알려주었다. 하 팀장은 부디 박문대의 멘탈이 갈릴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급하게 준비한 아이템을 잠시 쳐다 보았다.
"이거 받으세요."
그리고 건네 주었다.
"이건..."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스카프였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게 되는 그런 물건이 하 팀장에게서 박문대의 손으로 이동했다.
"'연령가 필터'라고 불리는 아이템 입니다. 이 아이템은 착용 시 괴담에 진입한 상태거나 근처에 크리피한 광경이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하며 착용자에게 도움을 줍니다."
설명을 마치고 박문대를 한 번 쳐다 보았다.
['조건 충족'!]
그리고 처음 보는 팝업 창이 눈 앞에 뜨게 된 건 그 순간이었다.
한 번 박문대를 쳐다 보았는데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이거 내 눈에만 보이는 거 같은데... 혹시...
11월 11일
어느 아이돌 김 모 군이 어느 팬에게 빼빼로를 받았다. 수제도 아닌 시중의 것을 사다가 포장을 해서 전달 받은 것이었다.
편지에는 김 모 군을 응원하며 그의 작곡 실력을 칭찬하는 것으로 가득했다. 그는 앞으로도 김 모 군의 행보가 기대 된다며 따뜻한 응원의 글을 남겼다.
그리고 그것은 다음 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익명의 팬은 매번 그에게 똑같이, 어김 없이 빼빼로를 선물했고 가끔은 직접 만든 토끼 인형이나 빼빼로 인형, 당근 인형이나 스웨터, 목도리 같은 것을 선물하는 등 매번 익명의 팬은 그를 응원했고 김 모 군은 그에게 위로를 받았다.
어느 날 문득 김 모 군은 익명의 팬이 궁금해졌다. 저평가 받는 실력이 확실한 자신을 이토록 좋아하는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고 자신에게 이토록 따뜻한 응원을 남기는 사람이라니 더더욱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김 모 군은 은퇴 이후 익명의 팬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날 방법이 보이지 않는 듯 했고 그렇게 김 모 군은 평생... 평생 같이 기나긴 시간 동안 익명의 팬을 생각하며 남은 삶을 보냈다.
대체 그는 누구였을까.
그것은 김모 군에게 남겨진 평생의 숙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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