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못죽/괴담출근] 괴담에 빠진 러뷰어

[데못죽/괴담출근] 괴담에 빠진 러뷰어 1

[괴담출근/데못죽] 드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황당해 하는 나를 뒤로 하고 눈 앞이 번쩍 번쩍, 환장할 상황 때문에 심리적으로 그런 건지 진짜로 눈 앞에 번쩍이는 무언가가 탄생한 건지 구분할 수 없는 상황.

불이 난 뒤에도 출근은 해야 한다고, 일단 인사를 해야겠지. 완전 사측인 듯 아닌 듯 사측 같은 국가 기관에 다니는 사람으로서, 국가 기관에서 나름의 지위를 얻은 사람이라 그런가 나는 지금부터 박문대의 사수로 지정 되었다.

"안녕하세요 박문대 씨. 일단... 여기가 어디인지는 이미 잘 아실 것 같고... 본인이 어느 부서로 배치 된 건지는 본인이 잘 알고 계실 테고... 파 팀장 님, 여기가 '외부 협력 부'라는 건 이미 설명 했죠?"

"물론, 설명 했습니다."

"외부 협력 부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아."

파 팀장이 무언 가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잊어버렸다가 다시 기억 나는 문제를 상기하는 사람 특유의 소리를 냈다. 이 인간 중요한 걸 잊어버리는 것은 선수인데 정작 안 중요한 걸 잘 기억한다.

파 팀장을 째려보고 박문대에게 중요한 것을 설명했다.

"박문대 씨. 외부 협력 부는 주로... 괴담에 들어가서 조사를 하고, 괴담과 관련된 기관과 마찰이 생겼을 때 해결하고, 괴담 관련 기관이 특정 괴담을 선정하면 주시하는 일을 합니다."

박문대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우리가 하는 일 중 절반은 현장 조사 부가 하는 일이었는데... 하필 해체 되어서 우리가 그들 몫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괴담 관련 기관과 할 업무는 다른 팀이 배정 받았고... 또..."

말을 찾아 헤매는 내게 파 팀장이 알려주었다.

"오늘 괴담."

"아, 오늘 괴담을 처리하는 일정이 있습니다. 본래 괴담이라는 건, 대부분 찝찝한 결말을 남기고 사람들의 기억에 각인 되는 것인데요. 민간인이 괴담을 하나라도 덜 겪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괴담을 처리해야 합니다."

박문대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

아이돌이 되고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박문대는 평소와 같은 일상을 맞았을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기시감을 느꼈다. 정말 뜬금 없이 일어난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또 다시 박문대에게 일어났다.

눈을 뜨고 보니 낯선 천장이었다.

낯선 공간과 낯선 천장.

하지만 이 모든 일이 납치를 당해서 생겼을 리는 없었다. 눈을 뜨자 마자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자신의 손을 본다. 여전히 박문대의 손이다, 여기서 익숙한 것은 주변의 환경이 다르다는 것은 무언가 변화가 있다는 뜻이다.

우선 달력부터 보자.

[2024년 10월]

'이전에 박문대가 지내던 시기'와 다른 날짜를 가리키고 있는 달력이 눈에 선명했다. 이번에도 시스템인가? 류건우의 몸으로 돌아가는 게 성공하지 않았는데 대체 왜 이런 짓을...

'상태창'

[이름 : 박문대(류건우)]

Level : ??

칭호 : ???​

가창 : ■

춤 : ■

■모 : ■

■ : ■

특■ : ■재■ 무■

상태이상 : ■■■■

다른 세계에 떨어진 것 같은데 상태창 만큼은 어느 정도 여전했다. 아니, 여전하지 않은 건가? 아이돌 특성 상태창이라는 사실만 여전하지 일부분이 깨진 상태로... 마치 괴담 같은 상황이다.

우선 침착하고 다시 주변을 둘러 보았다.

평범한 벽, 2024년 10월을 가리키는 달력, 방에 딸린 드레스룸과 화장실, 지나치게 넓은 방, 책상, 침대... 혼자서 지내기에는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집 구조였다. 박문대가 폰을 키고 정확한 날짜를 확인했다.

탁상 위에 놓인 지갑과 다이어리를 확인했다. 지갑을 뒤지니 주민등록증과 지폐 몇 장, 체크 카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박문대 991215 - 1■■■■■■]

확실히 전에 살던 세상과 다른 세상이다. 달력과 신분증으로 확인했을 때 지금 나이는 25살 정도... 슬슬 시스템의 농간을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찾아봐야 하는데, 무슨 오류가 난 건지 상태창은 너덜너덜하고 신분증도 달력도 난리가 났다.

우선 유일한 단서로 추정되는 다이어리를 펼쳐 보았다. 다이어리의 연도는 딱 올해를 가리키고 있었고, 다이어리를 한 장 한 장 넘겨보자 '이곳의 박문대'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재난... 관리.. 국?'

그렇다.

이곳의 박문대는 공시생이었던 것이다. 왜 기시감이 드는 건가 그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해결이 되는 것 같고, 보아하니 현재 박문대가 일어난 이 곳은 공무원이 되고 나서 지원 받은 사택이었다.

'그럼 공무원으로서 지내야 하나?'

그 순간 띄워 놓았던 상태창 위로 팝업이 튀어 올랐다.

[돌발!]

상태이상 : 괴담 탈출이 아니면 죽음을 발생!

처음 상태이상을 봤던 그 때처럼

상태이상을 가리키는 시뻘건 글자 밑에서 상태이상을 설명하는 내용이 줄줄이 이어졌다.

['괴담 탈출이 아니면 죽음을']

현재 당신은 괴담에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제외하고도 많은 이들이 괴담에 떨어졌습니다! 정해진 인원과 함께 '복귀'하지 못할 시 당신은 사망합니다!

인원 : - 9

아이돌에 괴담에 가지 가지 하는 짓이다 정말로, 아이돌에 이어 뜬금 없이 괴담에 떨어진 상황에 대해 항의를 해야 하는 건지. 괴담 속 세상에서 공무원이 되었다는 사실에 항의를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긍정적으로 볼 상황은 한 가지.

'기간이 없어...'

그렇다. '기간이 정해진'게 아니다. 지금까지 상태이상이 나타나면 백의 확률로 기간 내에 무언가를 이루지 못하면 사망한다는 알림이 떴는데, 지금의 상태 이상은 '인원'을 챙기라고 할 뿐이지 기간 내 못 이루면 죽인다고 협박하지는 않았다.

안심하고 있는데 또 다시 팝업이 떴다.

[돌발!]

상태이상 : 출근이 아니면 괴담을!

"뭐야 이건..."

[출근이 아니면 괴담을] : 당신은 현재 '공무원'입니다! '공무원'은 뭐다? 나라의 녹을 먹고 일한다! 그런데 그런 공무원이 첫 출근을 해야 하는 당일, 통보 없이 출근을 안 하면 당황하겠죠? 자, 출근 합시다!


남은 시간 : - 02 : 02 : 58


남은 시간 : - 02 : 02 : 57

알 수 있는 건 지금 내가 괴담에 떨어졌다는 사실, 그리고 나 외에도 괴담에 떨어진 사람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 2시간 안에 출근을 하지 않으면 괴담에 무작위로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우당탕탕- 쿵-!

"어디로 가라는 거야 X발!"

다이어리를 뒤져 매번 출근하는 장소를 찾아내고, 잽싸게 나갈 준비를 하고, 아침도 못 먹고 일하는 장소를 찾아 잠시 헤매다가 건물에 겨우 겨우 도착해서 일하는 부서로 찾아 들어가니

남은 시간 : - 01 : 38 : 22

[출근 성공!]

당신은 첫 출근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제한 시간 : 충족 (대성공)

!상태이상 : '출근이 아니면 괴담을' 제거!

진실 확인은 뜨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출근'이라는 걸 해보고 나니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시스템은 지랄 맞고 나는 엉뚱하게도 괴담에 떨어졌다는 사실이 실감 나는 것이었다.

*

"점심 시간 지나고 괴담 업무 시작합니다."

괴담 세상의 일은 생각보다 빡세지 않았다. 애초에 국가 기관이니까 직원들이 죽지 않게 노력하고 죽을 것 같은 임무에는 원하는 사람만 투입시킨다. 직원 목숨을 파리로 여기는 백일몽과는 딴판이다.

"일단 박문대 씨, 안내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박문대에게 서류를 하나 건넸다.

[1 가, 2나, 3다, 4라, 5마, 6바, 7사, 8아, 9자, 10차, 11타, 12파, 13 하 / 외부 협력 부 / 백일몽 주식 회사 주의 / 무명 찬란교 주의 / 생생 교통 공사 주의]

"'일단 외부 협력 부'는 가나다라 순서대로 13개의 팀이 존재합니다. 원래는 11번 팀에 '카 팀'이 있어야 하고, 전체적으로 팀이 14개여야 맞는 게 아니냐고 질문 하실까 미리 말씀드리자면 '카 팀'은 '없는 팀'입니다."

박문대가 천천히 메모장 같은 것을 꺼내 메모했다. 나는 그에 맞춰 중요한 것을 천천히 알렸다.

"재난 관리 국에서 알려진 주요 부서는 세 곳으로 '외부 협력 부, 현장 조사 부, 재난 관리 본부'로 이렇게 나뉘어 지고요. 신입의 경우에는 꼭 반드시, 1년 차가 될 때까지는 아이템을 대여해줍니다."

"하 팀장 중요한 걸 아직 안 말했어."

"아, 맞아. 적성 검사 때도 보셨겠지만... 이 세상에 괴담은 실존합니다. 그리고 괴담에 휘말려 죽거나 부상을 입은 민간인들도 실존합니다. 괴담이 실존한단 사실을 알게 된 정부는 비밀리에 재난 관리국을 완성, 재난 관리국에 들어오신 박문대 씨는 이제부터 괴담을 처리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나는 박문대에게 '아이템'을 건냈다.

"여기 이건 신입에서 1년 차도 되지 않은 재난 관리 국의 모든 직원들이 소지하는 아이템입니다. 괴담에 대한 면역을 쌓기 좋고요 보호 기능과 비상 탈출 기능이 있어서 괴담에 떨어져 탈출이 어려울 때 쓰시면 됩니다. 질문 있습니까."

"없습니다."

"단호한 대답이네요. 그런데 괴담에 진입하기 전에는 우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부상을 입을 수도 있고 사망하실 수도 있는 만큼 조심, 또 조심하세요."

"네."

일단 점심 시간 전까지 해야 할 업무는 괴담 문서 분류다. 문서 분류를 마치고 나서 점심을 먹고 좀 쉬다가 괴담에 진입하는 게 오늘 오전과 오후 4시까지 해야 할 업무로 계획은 미리 세워둔 참이다.

하 팀장이 자리를 빠져 나오자 박문대의 뒤로 다른 팀의 팀원들이 슬금 슬금 박문대에게 접근했다.

"어휴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네."

"그러니까 말이야, 어떻게 하 팀에 팀원이 없어도 그렇지~ 이렇게 순박하게 생긴 청년이 하 팀에 와? 문대 씨 혹시 하 팀장에게 구박 받으면 나한테 말해 적어도 내가 윗선에 일러서 숨통 트이게는 해 줄 수 있어."

상사에 대해 나쁜 소문이 있구나 생각한 박문대였다. 직원들의 분위기로 보았을 때 성격이 지독하게 나쁘거나 아니면 악운이 쌓이는 타입이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 팀장 님은 뭐라고 부르면 되나요?"

"그냥 하 팀장이라 불러, 그렇게 통일 되어 있으니까. 이제는 파 팀장 때고 다들 저 인간을 하 팀장이라고 부르는데~ 파 팀장은 어쩌다 팀장 직을 달게 된 건지... 하 팀장을 알고도 저렇게 나사 빠진 행동을 할 수 있나 모르겠네."

박문대는 그냥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본인이 직접 고나리 질을 한 것도 아니고 상사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할 시간도 없었는데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 여기서 말을 보태었다가 같은 사람 되는 건 한 순간이다.

"그나저나 문대 씨는 모르지? 하 팀장이 어떤 사람인지."

"첫 날이라서 제대로 얘기할 시간도 없었는데요."

"이야~ 일단 배경 설명부터 드 가야 겠네. 하 팀장은 말이야. 일단 배경 빵빵하게 금수저 달고 태어나서 뒷 배 빵빵한게 1년 차에 팀장 직을 달았어."

"그리고 하 팀장 가족 중에 연예인 있잖아!"

"그... 이름 뭐였지?"

"태준! 브이틱의 비한 말이야!"

"아 아. 걔, 맞아 그리고 하 팀장 친부가 무슨 딴따라 한다고 들었지. 여하튼 말이야 하 팀장은 불운을 타고 난 건지 아니면 하 팀에 불운이 있었던 건지 박문대 씨가 들어오기 전에 팀원들이 있었거든?"

"맞아 걔네 다 <검열 삭제>잖아."

"그래 그래 <검열 삭제> 당했지."

"아무튼 박문대 씨도 조심해!"

한참을 떠들던 직원들이 저 멀리서 뚜벅 뚜벅 걸어오는 하 팀장을 보고 화들짝 놀란다. 그들은 언제 떠들었냐는 듯 일시불란한 모습으로 정갈하게 딱 맞춘 듯이 본인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 팀장이 박문대에게 다가갔다.

"다 떠들었죠? 이제 할 일을 합시다."

분명 들었을 것을, 하 팀장은 가타부타 말 없이 박문대에게 훑어볼 서류를 건네 주고는 본인의 서류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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