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패자부활전

20240120

링클의 안 by 링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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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좋아해. 너는 수줍은 얼굴로 말하며 웃는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네 머리카락을 흔든다. 어디서 흘러온 건지 모를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맴돈다. 선명한 햇빛이 잠시 창틀을 넘어 반짝이고 기분 좋은 시원함이 목덜미를 간질인다. 아, 찬란하게도 생생한…

나는 잠에서 깬다.

어두운 방 안.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을 끈다. 좋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결국 꿈이었으니 기분은 최악으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현실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현실이었으면…

현실은 오늘도 학교에 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켰다.

평소와 똑같은 아침.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웃고 떠들며 걷는다. 얼핏 네 이름이 들리는 것도 같다. 그러나 물론 나는 그런 대화에 낄 수 없다. 단지 네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만이 아니라, 나는 본래부터 그런 이들과는 어울릴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에.

그게 억울하다거나 싫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다.

단 한 가지. 내가 평범한 사람일 수 없다는 게 슬펐던 이유, 그건 너였다.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눈도장을 찍고 호감을 쌓으며 썸을 타다가 마음을 고백한다- 그런 당연하고 평범한 일도 나로선 할 수 없었다. 친구를 사귀는 법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내가, 연인을 사귀는 법 따위 알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런데도 너를 좋아하는 건 멈출 수 없었다. 그 미소, 수줍은 듯하면서도 숨기려는 기색은 없는 분홍빛의 미소. 그 미소가 뇌리에 새겨져서 어떻게 해도 지워지지 않았어.

네가 항상 앉던 자리는 비어 있다. 입과 입 사이로 네 이름이 간간이, 아니, 꽤 자주 오르내린다. 다른 누구도 아닌 네 이야기인데 나는 한마디도 끼어들 수 없다. 불합리해. 너를 만나기 전에는 느껴 본 적 없던 감각과 감정을 하나씩 배운다. 박탈감. 갈망. 억울함. 욕망. 충동. 후회. 희열. 그리고 이제 너는 나의, 나만의 것이라는 감각…

그래, 떠올리자. 그럼 불합리하다는 감각은 금세 사라지니까. 이제 오직 나만이, 너를 가질 수 있잖아,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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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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