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우조] (응시하며 미소짓는다)
오토와 루이+아토 하루키
실버님(@ silver01125 )과 연성교환했습니다!
루이는 만약에 주변의 모든 일이 시나리오라고 한다면 어떨 것 같아? 아토 하루키의 질문은 주말 오후에 던져진다. 홍차와 스콘 메뉴가 유명하다는 카페의 한쪽 자리, 아직은 그렇게 바람이 쌀쌀하지 않은 늦가을의 하늘이 선명한 오후였다. 루이는 금방 대답하지 않는다. 그의 고질적인 직업병이 오래된 소꿉친구의 얼굴과 미간, 안색 따위를 훑어 어떤 판정을 내렸다.
“왜 그런걸 묻지?”
“뭐, 그냥. 궁금해져서.”
“「트루먼 쇼」라도 본건가?”
“아, 뭐, 그렇지.”
오래된 영화 제목에 긴장이라도 풀린 것인지 아토 하루키가 웃는다. 다만 맑지는 않다. 먹물이 풀린 물병처럼 어딘가 흐리고 탁한 기미가 있었다. 오토와 루이는 그걸 바라보다가 차를 한 모금 마신다. 마시면서 생각한다. 거칠고 성난 파도 끝, 우두커니 서있는 문의 모습을.
“그럼 나는 그 시나리오 덕분에 고집불통 친구를 얻은 셈이군.”
“그렇지….”
“그 친구 덕분에 봄 벚꽃놀이에 가기도 하고, 여름 휴가를 즐기기도 하고, 가을이면 감기가 걸리지 않게 돌봐주고, 겨울에는 눈밭을 조심히 걸어가고, 나중에는 이렇게 주말 오후에 함께 홍차를 마시기도 하면서 말이야.”
“…….”
아토 하루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토와 루이는 덤덤한 리듬으로 말을 이어나간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아는지는 모른다, 하루키. 나는 네가 아니니까.”
가을 하늘은 푸르고 맑고 마치 닦인 유리처럼 반짝이고
“하지만 나는 네 덕분에 꽤 즐거워.”
“…….”
“만약 그게, 그것마저도 시나리오라고 한다면.”
손이 닿지도 못할 정도로 먼 바다를 연상케 한다.
“기꺼이 너와 배우가 되어주지.”
“전부 너의 의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상한 질문을 하는군. 지금 여기 있는 내가 나의 의지다.”
자리는 충분히 떨어져 있어서 대화가 다른 사람들에게 들릴 염려는 없었다. 오토와 루이는 눈을 깜박이지도 않고, 제 친우가 자신을 바라보다가, 겸연쩍은 듯이 웃었다가, 얼핏 무너질 듯한 얼굴로 뺨을 쓰다듬는 모습을 응시한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동떨어진 마음으로, 그럼에도 세상에서 가장 가까이 있으려는 의지로.
“그러니 괜찮을거야.”
저 먼 바다가 일렁인다.
오토와 루이는 그걸 재현하려는 듯 홍차를 저었다.
“너와 있는 나를 의심하지 마라.”
“……미안.”
“사과하지도 말고.”
기왕이면 잘못을 했을 때에 제대로 사과해줬으면 하니까. 루이가 그렇게 말하면 하루키가 습기 어린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그게 나올 말이야? 지금이니까 하는 말이지. 그렇게 대꾸하며 오토와 루이는 미소짓는다.
그게 설사 어떤 지문에 의한 것이라 해도,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의지로 표현되고 있다는 듯이.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