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우츠기 란기리와 하라다 무테이는 사이가 좋다

사관학교 시절 우츠기 란기리와 하라다 무테이. 약 1000자.

세포신곡 본편, DLC, 은자, 막간을 플레이 한 사람의 뇌에서 나온 글이며 스포일러 함량은 불규칙적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원흉은 모든 것이 날조죠.


저택을 나온 뒤 내내 조용하던 란기리의 입은 마차에서 내려 인적이 뜸한 길을 걷기 시작하고 나서야 트였다. 평소라면 이 시간에 목소리를 키우는 란기리를 지체없이 꾸짖어 입을 다물렸을 무테이는 이번에는 그 준열한 규탄을 내버려 두었다. 이해했기 때문이다. 후원자의 초대로 참가한 파티는 처음이 아니지만, 이토록 노골적인 차별과 시기를 피부로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란기리가 저택을 나오기 전 손님들의 마음을 대부분 돌려 놓는데 성공했다고 해서 그가 느낀 불쾌감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네의 대단함은 자네가 쓴 문장의 첫 글자만 써도 알 수 있을 텐데!"

어이쿠, 친구의 부당함까지 덩달아 화를 내 주시기 시작했다. 무테이는 고개를 저었다.

"오염된 시야를 확장해봐야 오염된 범위가 넓어지는 것 뿐이지."

"그것도 맞는 말이야! 누가 나만큼 자네를 이해하겠어? 하지만 이 기분은 정말로- 빨리 버리고 싶군."

란기리는 지속되는 분노를 싫어했다. 그는 극단적으로 향상성을 추구했고-그의 안정된 상태가 시끄러운 건 좀 흠이지만-무테이는 그를 흥미롭게 여겼다. 그래서 일부러 기숙사로 돌아가지 않고 둘러 가자는 권유에 응한 것이다. 밤이 늦었지만 사관학교 학생을 구태여 건드리는 위험 분자가 있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뚜벅뚜벅 걷던 란기리가 갑자기 발을 멈췄다.

"마침 그래. 좋은 게 있네. 저길 봐 무테이!"

"가로등이 있군."

"우리를 위한 스포트라이트가 아니겠나!!"

란기리는 빠른 걸음으로 가로등 밑에 섰다. 오래된 가로등이 인사처럼 깜빡였다. 정중하게 허리를 굽힌 란기리가 다시 섰을 때, 그의 눈은 이미 배우의 그것이었다. 그가 선 곳은 언제나 무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선 무대는 너무나 초라했다. 란기리의 긴 침묵이 바라는 바는 명백했다. 무테이는 그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란기리는 언제라도 무테이가 만든 무대에서 춤추고 싶어 했다. 무테이는 자신을 광대로 표현하는 친구를 그대로 흘려 보낼 수 없었다. 그는 우츠기 란기리의 친구임과 동시에 어쩔 도리 없는 작가였으니까.

" '내게 즐거운 일은 소망이 그대에게 약속하는 걸 그대가 말함이오.' "

신곡의 한 구절에 란기리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표정만으로 시끄러움을 표현 할 수 있는 것은 그 자체로 배우의 재능인지도 모른다.

"소재가 너무 초라하니, 기반이 되는 명작이라도 있어야겠지. 자. 연기해봐, 란기리. 가로등 아래에 있는 한 남자를."

이윽고 막이 오른다.

신곡 완역판은 서해문집(역:한형곤)을 참고로 하고 있습니다.

아직 젊은 시절이라 그대, 가 아니라 자네를 사용해보다.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Non-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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