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신곡/논커플링Non-Coupling

[친우조]빛은 우리를 뚫지 못하고

오토와 루이+아토 하루키

실버님(@ silver01125 )과 연성교환했습니다!


영어 수업에 사용한 카세트 테이프 기기를 교무실로 돌려놓는 것은 본래 주번의 역할이다. 다만 이번주의 주번이 발목을 삐는 바람에 자연스레 다음주에 주번일 예정이었던 오토와 루이에게 그 몫이 넘어왔을 뿐이다. 천금같은 쉬는 시간에 4층 교실에서 2층 교무실까지 카세트 테이프를 옮겨놓고 다시 돌아와야하는 번거로운 작업. 루이가 하루키를 교실에 남겨놓은 것도 그런 자질구레한 일에 굳이 동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에서 취한 선택이었다.

교실에서 돌아왔을 무렵에는 쉬는 시간은 이미 반절 이상 지나가 있었다. 하지만 오토와 루이는 당황하거나 서두르지 않았다. 이번 주의 주번이 발목을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행여 이런 일이 일어날까 싶어 수업 준비를 미리 다 끝내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자리로 돌아가던 걸음을 멈춘 이유는 완전히 아토 하루키 탓이었다.

책상에 몸을 둥글게 엎드린 자세로 잠들어있는 것은 딱히 놀랄 일은 아니다. 한창 때의 학생이 학교에서 한 번도 졸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니까. (물론 그렇게 따진다면 오토와 루이는 이상한 녀석이다) 다만 오토와 루이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 자세가 아니라 아토 하루키의 책상 사이에 툭 떨어진 한 장의 프린트물이었다. 슬쩍 손가락을 넣어 집어올려보면 분명 수업시간에 나눠준 수업 자료 중 하나다. 이게 어떻게 여기 떨어져 있는거지.

“하루키, 이 프린트물 말인데….”

말을 걸려다가 깨닫는다. 물론 그건 아토 하루키가 이미 잠들어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좀 더 직관적이로 명확한 풍경이다. 시간은 5교시를 지난 뒤이고, 시계는 이미 오후로 넘어온 지가 한참이고, 따라서 가을 햇살은 창문 한가득 들어오고있어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듯이 커튼을 쳤다. 다만 어디로 틈은 있기 마련이라서, 커튼과 커튼 사이의 한 줄기 곧은 빛이 정확히 하루키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미간은 좁다. 아마도 수면을 취해야할 조건 중 하나인 적당한 어둠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는 탓이리라. 귀를 기울여보면 희미하게 앓는 소리도 들려온다. 오토와 루이는 그 모습을 잠시 관찰하듯 들여다보다 이내 픽 웃었다. 손이 뻗어나간다. 한 장의 얇은 프린트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무언보다 든든한 차양막으로 탈바꿈했다. 옅은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아토 하루키의 미간은 스르르 풀리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평소와 같은 얌전한 얼굴로 돌아왔다.

“음냐….”

오토와 루이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게 너무 노골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은 수업 종소리에 깨어난 아토 하루키가 자신을 보자마자 뒤집힌 목소리를 낸 뒤의 일이었으나 ( “으히익!?” ) 지금은 아직 아니다. 그러므로 오토와 루이는 교실 뒷편에서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나 복도에서 들려오는 투덜거림 따위를 들으면서 기꺼이 양산의 역할을 자처한다.

마치 어떤 성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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