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조각글 모음 12
!!세포신곡 본편델씨은자막간 스포일러 주의!!
01. #멘션_온_단어로_짧은_글_연성
1. 청춘의 한 페이지
하라다 씨는 동아리 사진이라던가 찍은 적 없나요? 라이의 질문에 하라다 미노루는 짐짓 난감한 표정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그게 말이죠, 실은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문학동아리 소속이어서 마땅히 남은 사진이 없어요. 남자의 고백은 살짝 수줍고 이소이 라이는 실례라는 걸 알면서도 어머, 하고 목소리를 내고 만다. 그런 반응이 돌아오리라 예상했는지 이것저것 말하기 시작한 남자의 옆얼굴이 살짝 붉었다.
안 어울릴지도 모르지만, 어릴 때는 책을 읽는 걸 정말로 좋아했거든요. 아버지의 영향이 있어서 그랬는지도. 마지막 목소리에 일말의 쓸쓸함이 묻어나오는 것은 단지 그리움 때문만은 아니다. 적어도 이소이 라이는 그렇게 느꼈다. 그래서인지 다음 질문을 던지는 목소리가 다소 주책 맞을 정도로 밝은 톤이 되고 말았다.
어쩐지, 쓰는 문장이 세련되었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독서는 중요하네요!
서로의 눈이 마주친다. 장난을 치려다가 걸린 말썽꾸러기 마냥 눈동자를 데굴 굴리던 두 사람은 이내 맑은 웃음 소리를 터뜨리고 말았다. 학교와는 단 한군데도 닮은 구석이 없는 모노톤의 건물도 그 순간만큼은 살짝 생기를 머금는다. 마치 어떤 청춘의 한 페이지처럼.
2. 흩날리는 종이
우왓! 서류가! 가장 처음으로 외친 것은 사무실의 막내인 코테츠 치카오미였다. 나른한 봄 햇살이 가득한 오후, 별 생각없이 열어젖힌 창문 사이로 갑작스런 돌풍이 몰아닥친 것이다. 대부분의 서류는 서류철 안에 얌전히 보관되어있었으나 몇몇 서류는 처리를 위해 아무런 문진 없이 사무실에 놓여있었고 그대로 하얀 재앙이 되었다. 파라라라락하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일순 하얀 종이에 뒤덮인다. 으악, 시나노! 창문 닫아! 하루키는 급하게 외치며 당장 눈 앞을 날아다니는 종이를 붙잡았다. 바람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손바닥이 시원스레 박수를 쳤다.
죄송해요….
창문을 닫고 겨우 상황을 수습했을 무렵 시나노는 스스로 침통한 표정을 짓고 무릎을 꿇고 있었다. 오토와 탐정 사무소 일동은 그 모습을 내려다보다 각자 어깨를 으쓱였다. 약간 번거롭긴 했지만 정말 큰일나지는 않았으므로 선배이자 보호자 격인 아토 하루키에게 그 처리를 맡기겠다는 뜻이었다. 삽시간에 막중한 책임을 맡은 하루키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됐으니까 일어나. 다음부터는 조심하면 되니까.
우우우, 감사합니다 아토씨. 평생 따를게요!
평생은 됐어, 징그럽게!
2015년 3월 말의 일이었다.
3. 또렷하게 보이는 눈
하늘에서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을 때 아토 하루키는 회사에 있었고 낭패를 느꼈다. 제설대책이라곤 하나도 하지 않은 채 출근한 탓이었다. 만약 눈발이 조금이라도 굵게 내리거나 발치에 밟힐 정도로 쌓인다면 오늘 퇴근길은 그야말로 꽉 막혀버리겠지. 하루키의 복잡한 마음과 달리 눈발은 하늘하늘 춤추며 내려오기 시작해 유리창에 달라붙거나 바람을 타고 저 멀리 날아가거나 했다. 어디선가 아이들의 환호성이 들려온다. 사무실에 남아있던 이들도 약간의 감탄사를 내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눈이 내리네요!
너무 쌓이지는 말아야 할텐데 말이야.
한 두 마디씩 꺼낸 이들이 내친 김에 창가로 옹기종기 모여들어 휘날리는 눈발을 구경한다. 코테츠 치카오미가 무슨 생각인지 창문을 열고 팔을 쭉 뻗었다. 그대로 휘날리는 눈발을 맞던 코테츠가 팔을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우와, 눈발이 엄청 또렷하게 내리네요! 진짜 신기해요! 그 말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옷자락으로 향한다. 과연 니트 스웨터의 소매자락에 복잡한 육각형 모양의 눈송이가 선명했다.
굉장하네요. 사진이라도 찍을까요?
그럴까요? 그런데… 앗.
사무실에 히터가 틀어져있던 탓인지 눈송이는 아주 잠시나마 형태를 유지하곤 금새 녹아 사라졌다. 그 물방울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가볍게 탄식하고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코테츠도 조금 낙담한 표정이었지만 금새 물기를 털어내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4. 스무 살
오토와 루이 씨.
네.
우리는 이제 법적으로 음주와 흡연이 가능한 나이긴 합니다.
그렇지요.
근데 이 와인은 대체 뭐죠?
이제 슬슬 성인이니 축하주로 마시라는 아버지의 전언이다.
너희 가족 나한테 진짜 너무 무르지 않아?
아들 친구한테 와인을 선물로 주는 사람이라니 난 듣도보도 못했어! 그렇다면 이제부터 알게 되겠군. 그 사람의 이름은 오토와 겐지다. 나도 알아! 단편 콩트같은 투닥거림이 오가고 아토 하루키가 못 말리겠다는 듯이 두 손을 들어올렸다. 좋아, 그럼 와인잔 가져올게. 정말이지, 갑자기 찾아오겠다고 하더니 설마 이런 일이었냐고.
싫은가?
전혀.
오토와 겐지가 아들 손에 들려보낸 와인은 그렇게까지 고급은 아니지만 꽤 품질 좋은 백포도주였다. 집 찬장에 놓여있던 얇은 와인잔에 찰랑찰랑 차오른 술을 바라보다 고개를 들면 바로 앞에 오토와 루이의 얼굴이 있다. 가방 안에서 뭘 부스럭거리며 꺼내는가 싶어 쳐다보면 작은 큐브 모양으로 만들어진 치즈였다.
준비가 너무 철저해.
기념비적인 첫 음주니까 말이다.
완전 동생 취급이네.
너랑 나는 동갑이거든? 샐쭉이던 하루키가 가볍게 잔을 들어 기울여본다. 입술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첫 와인의 맛은… 솔직히 말해 살짝 미묘했다. 하루키가 그 맛을 그대로 옮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자니 루이가 짧은 웃음소리를 냈다.
쓴 약을 먹은 아이같은 얼굴이군.
시끄러. 그러는 루이는 어떤데.
중후한 풍미가 맘에 드는군.
너 내 앞이라고 맘놓고 헛소리하지?
농담이나 주고받으며 앞에 놓인 치즈 큐브를 까서 먹는다. 오토와 겐지와 루이의 정성에는 살짝 미안한 소리였으나 하루키에게는 와인보다 치즈 쪽이 더 입맛에 맞았다.
02. #첫번째로_멘션온_캐릭터가_두번째로_멘션온_캐릭터의_상황에서_세번째로_멘션온_캐릭터의_대사를_한다
나이 많은 인간은 이따금 이렇게 말하곤 한다. 이제 정말이지 다 살았군. 이제 못해본 경험이라곤 죽는 것 뿐이야. 나이를 아주 많이 먹어본 하루키도 추임새처럼 그렇게 말하곤 했으나 역시나 현실은 인간의 (혹은 하루키의) 감각을 뛰어넘는다. 이 세상에 사는 많은 이들 중에서 과연 몇이나 되는 사람들이 폐공장에서 폭발에 휘말려 보겠는가. 적어도 아토 하루키가 휘말린 것과 같은 세기의 화염이라면 대다수의 사람은 폐가 타서 즉사한다. 하지만 아토 하루키는 오리진이었고, 끔찍한 고통에 뇌가 쑤셔지는 감각에 괴로워하면서도 살아남았다.
간신히 몸을 가누게 되었을 즈음에 주변을 돌아보면 새까맣게 태워진 흔적이 가득하다. 시험 삼아 콜록거리니 이미 완성된 식도와 허파를 통해 밭은 숨결이 뱉어져나왔다. 그러나 그뿐이다. 몸은 제대로 기능을 회복했더라도 정신은 아직도 혼란스러운 와중이라 주변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다. 아토 하루키는 화염에 벽이 일그러진 모양이라고 생각하다가, 그게 자신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 때문임을 깨닫는다.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면 난리가 나겠지. 그 정도의 인과는 추론할 수 있는게 기적이었다.
손을 쥐었다 핀다. 이명이 고이는 귀를 탁탁 치며 제 기능을 되찾으려 한다. 눈을 깜박이며 기침을 한다. 다만 감각이 온전히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려서, 별 수 없이 하루키는 근처에 보이는 벽으로 가까스로 걸어가 몸을 기댄다. 그대로 등을 주르륵 마찰시키며 내려앉았다. 겉옷에 그을음이 잔뜩 묻을 테지만 어쩔 방도가 없었다.
"아아, 안돼겠네. 감각이 엉망진창이야."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작아졌다가 커졌다가 한다. 아무리 오리진이라고 해도 밀폐된 공간에서 폭발에 휘말린 건 데미지가 크구나. 하루키는 말라서 까끌거리는 목으로 마른 침을 한 번 삼키고는 눈을 감았다. 귓가에 잔불의 타닥거림이 들린다. 너무나 놀랍게도 가정적인 풍경을 떠올리게 만드는 소리였다.
*
[아토 하루키]가 [세오도아 리들]의 상황에서 [에노모토 노아]의 대사를 한다
감사합니다!
03. #멘션온_캐릭터로_단문
-아토 하루키(E루트)
종말 앞에 달력은 큰 의미가 없다. 세상에서 인류가 곱아문드러지든 역병에 걸려 쓰러져가든 시간은 흘러가지만, 시간의 지닌 의미에 집착하는 인류가 스러지면 그 의지를 이어갈 이도 없어지는 탓이다. 따라서 아토 하루키(라 불리우던 것)은 제 숨결이 하얗게 물드는 모습을 보고서야 겨울이 찾아왔음을 알아차린다. 뺨을 스치는 바람은 한참 전에 싸늘해져 있었으나 늦가을이라고만 생각하고 말았던 탓이다. 마침 하늘은 흐려져있다. 그는 하얀 눈발을 상상하다가 창문을 닫았다.
오토와 루이는 종말 속에서 한 사람을 건져올리려 했지만 인간인 탓에 그러지 못했다. 대신이라는 듯 루이는 하루키의 옆을 따라다녔는데, 아무래도 그것이 화근이었던 모양이다. 오토와 루이는 찬 날씨에 허술한 옷차림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 으레 그러듯이 감기에 걸렸고, 무리를 하다가 쓰러졌다. 어느쪽인가 하면 식물에 가까운 현재의 하루키가 별 생각 없이 이마를 만졌다가 그 열기에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
오토와 루이는 현재 폐허가 된 집의 소파에 가로뉘어져있다. 아토 하루키의 모습을 한 것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집안 여기저의 찬장이나 서랍 따위를 뒤져본다. 몇 알 남지 않은 상비약이나 물약을 닥닥 긁어왔을 때에 루이는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있었다. 그 손에 미리 뚜껑을 딴 액상 형태의 감기약을 쥐어준다. 루이는 그걸 오랫동안 바라보다 무언가를 결심한 것처럼 쭉 들이켰다. 그 모습이 기꺼워서 머리를 쓰다듬으면 많은 것이 함축된 시선이 돌아왔다.
"먹고 쉬어, 여기 있을테니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한다. 루이의 눈꺼풀이 천천히 닫혔다.
-이소이 레이지(흑발)
행복한 가정이란 뭘까. 어른들은 아이들이 많은 것을 모르고 그저 순수하며 세상을 사랑할 뿐이라고 여기지만 사실 아이들은 그들의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느낀다. 이를테면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 사이 느끼는 위화감, 어른들의 당부에서 느껴지는 의문, 소중한 가족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을 때의 슬픔. 허나 어른들은 그런 것들을 알아차리기에는 너무나 바쁘다. 그래서 아이가 많은 것을 숨기고 의젓해지는 것은 필연이다. 한 가지 구원이 있다고 한다면, 그런 상황에서도 아이는 희망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일까.
아이는 형이 나을 것을 믿는다. 함께 놀러다닐 수 있음을 믿는다. 가족 그림에서 형을 당당히 그릴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아빠와 엄마와 형과 함께 놀이공원에 갈 수 있는 날을 믿는다. 형과 함께 많은 것을 하는 미래를 믿고 의심하지 않는다.
어딘가에서는, 언젠가는 그런 꿈이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그러나 작가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어디까지나 비하인드에 불과해서 아이의 희망은 그저 희망인 채로 가라앉는다. 가라앉아서 희미한 빛을 깜박인다. 만약 누군가가 그것을 발견한다면, 그건 아이가 몹시도 사랑한 가족이 아니라 이 세계를 좀 더 바라보고 싶은 신에게나 가능한 일이겠지.
따라서 언젠가 소년의 이름은 부활한다.
신의 권능 아래에서.
-이소이 라이
이소이 라이는 자신의 이름이 왜 라이来인 지 알지 못한다. 아주 어렸을 적에 할머니가 설명해준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와 관련된 말만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그 날 그 순간에 함께 있었던 가족들의 온기만이 그리워질 뿐이다. 따라서 라이는 제 이름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는 버릇이 들었다. 언젠가 올 미래를 기다려서 라이, 라는 제멋대로인 해석만을 되새김질 할 뿐이다.
그 이름풀이가 어쩌면 진짜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기자, 하라다 미노루와 친분이 생기면서부터다. 그와 있으면 기뻤고, 설렜고, 다음날을 좀 더 기대할 수 있었다. (물론 그와 만나기 전에는 그저 잿빛이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느날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결혼을 청해왔을 때에는 두려운 한편으로 기쁨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러므로 라이는 마지막 결심을 할 수 있었다. 이 결심이 그에게 심한 상처를 남기는 것이 된다 할 지라도, 남은 아이들에게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굴레를 남기게 된다 할 지라도, 이 조직의 매듭을 짓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위한 길이라고 믿으며.
…아니, 아니다. 사실 세상을 위한 일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이소이 라이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 이 길이 아니면 가족들을 구해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가족을 사랑한다. 지고천 연구소라는 조직을 사랑한다. 자신이 만나고 소중히 여기는 모두를 사랑한다.
따라서 학살이 자행된다. 그 벌처럼 죽음이 내려왔다. 마지막 순간의 어드메에서 라이의 의식이 생각한다.
아아, 나의 이름은.
그저 완성될 수 없음을 의미하였던 것인가.
답은 없다.
침묵이 내려왔다.
-하츠토리 하지메
후회하고 있는가를 물으면 그는 미소지을 것이다. 후회하지 않는가를 묻는다면 역시 미소지을 것이다. 무엇을 생각했는가, 무엇을 원했는가, 무엇을 선택했는가, 그 모든 질문에도 마찬가지로 미소짓겠지. 그건 그가 이 세상을 구원하고 사랑할 구세주여서가 아니라, 자신의 침묵에서 사람들이 멋대로 무언가를 읽어낸다는 것을 알고있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신의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모든 것이 순리대로 흘러갈 것임을 알고 있다는 경외의 말은, 그가 직접 움직여선 안된다는 이유가 된다.
어느 날은 비행기가 추락한다.
하지메는 노리유키가 그날 타준 코코아의 맛을 음미했다.
신은 평등하고 자애로우며 전능한 존재. 그 명제가 맞다면 하츠토리 하지메는 이미 한참 전부터 구세주에서 어긋나있었다. 그는 제 곁에 있는 얼굴들을 귀히 여긴다. 함께 웃을 수 있는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 신은 그러지 않는다. 차라리 그럴 것이라면 13명의 제자들이라도 두고 길러내었으면 좋았을 일이다. (그랬다면 차라리 새로운 성약을 쓸 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하츠토리 하지메는 그러지 못했고… 많은 목숨들이 스러진다. 하지메는 그것이 신의 사랑이라 믿는다.
하지만 당신은 구세주가 아니었지. 안녕히, 나의 별 같던 사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데려가려했던 이는 그렇게 말하며 끝내 그의 손을 놓는다. 따라서 하츠토리 하지메의 지옥은 오롯이 그만의 사유지가 되었다.
하츠토리 하지메는 그곳에 있다.
이제는 아무도 그의 의지를 대신 읽을 수 없다.
천사조차도.
04. #첫번째로_멘션온_캐릭터가_두번째로_멘션온_캐릭터의_상황에서_세번째로_멘션온_캐릭터의_대사를_한다
눈 앞에 하츠토리 하지메가 있다.
세오도아 리들은 무의식적으로 담배에 손을 뻗으려다 가까스로 손을 멈춘다. 그 아이가 자신이 담배를 피울 때마다 말수가 적어졌다는 사실을 떠올린 덕분이다. 사실 적어진 것도 아니다. 하츠토리 하지메는 늘… 아니, 언젠가부터 세오도아와 함께 있으면 입을 거의 열지 않았다. 가령 연다 하더라도 가시가 성대하게 돋아있는 어투였다.
언제부터 그렇게 된 건지, 어찌하면 좋았을지를 따지는 것은 이제 와서 무의미하다. 사과를 건네는 것도 무의미하다. 이것은 세오도아 리들이 살짝 들여다본 과거의 편린. 실제로는 이루어질 일도 이루어질 수도 없었던 망상과 상상의 공간이다. 따라서 세오도아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쉰다….
이곳에는 어둑한 지하 특유의 습한 공기나 차갑고 매끈한 타일은 없다. 대신 바닥에는 푹신한 인공잔디가 깔려있었고 군데군데에는 아직 피지않은 식물의 덩굴이 보였다. (백장미.) 세오도아는 그 꽃의 형태를 보지 않고서도 그것이 어떤 식물일지 알았다. 딱히 식물에 관해서만은 척척박사인 건 아니다. 단지… 그 내력을 조금 들었을 뿐이다.
("하츠토리는 그때 우츠기에게 백장미를 골라줬었어.")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네, 하츠토리."
유리관 속에 보존된 이는 흐릿하게 웃고있는 것도 같다. 평온해보이는 그가 눈을 떠서 자신을 본다면 미간이 찌푸려질 것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방긋 웃을 수도 있겠다. 하츠토리 하지메는 마지막 순간에 자신에게 승리를 선언하고 떠나갔으므로. (그것을 어떻게 아는지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널 칭찬해줘야 할지, 화내야 할지, 이도저도 아니면 슬퍼해야 할지."
눈물이라면 흘렸다. 오열이라면 터뜨렸다. 오히려 너무나 시원하게 흘려보낸 바람에 정작 지금은 속에 남은 것이 없었다. 따라서 얼굴은 미미한 미소가 된다. 무표정보다 미소가 더 질이 나쁘구나. 세오도아 리들은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진리를 다시금 재확인한다.
"이제와서 믿어줄진 모르겠지만 말야."
공간은 허무해서 소리가 울리는 반향조차 없다. 세오도아는 제 주장을 말하기 쑥스러워하는 사람처럼 어깨를 움츠렸다.
"배신하고 싶지 않았어."
누구를. 무엇을. 그런 것들이 생략된 말이다. 그걸로 이제 충분하다는 듯이 공간이 어둠에 물들어갔다. 만족한건지, 진력이 난건지, 이도저도 아니면 그냥 세오도아의 맘 속에 남아있던 마지막 응어리 하나가 터져버린건지.
알기는 어렵다.
천사도 제 마음은 모르기 때문이다.
*
[세오도아 리들]이 [아토 하루키]의 상황에서 [이소이 라이]의 대사를 한다 였습니다!
감사합니다!
05. #트친이_주는_첫문장으로_글쓰기
1.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다.」 그런 제목의 책을 쓴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고 들었다. 그럼 자신이 책을 낸다면 제목은 「나는 일본의 탐정이다.」정도가 될까. 아토 하루키는 제 자리에 앉은 채 실없는 생각을 한다. 시간은 오후 5시 45분을 넘긴 시간. 보고서 작성은 일찍 끝나버렸고 그렇다고 미리 마무리할 잡무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생각은 조금 더 늘어졌다. 아무렴 다른 사람을 붙잡고 뭔가 할 일이 없느냐고 묻는 것 보다야 한가한 일일테지만…. 공교롭게도 아토 하루키의 정체성은 직업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한 두개가 아니었고 따라서 떠오르는 제목은 수십개가 되었다. 자서전이 아니라 페르소나 연극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오리진 알파이자 베타, 어쩌면 감마가 될 뻔했던 일본의 탐정 혹은 어떤 사이비 연구소 개조의 계승자.」
무슨 라이트노벨 제목이냐 싶어 실실 웃고있으면 핸드폰이 진동한다. 액정을 눌러 발신자를 확인한 하루키는 재빨리 얼굴 표정을 갈무리하며 헛기침을 했다. 문자를 보내온 상대는 약 십 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그와 함께한 친우이자 칼 같은 판단력을 지닌 상사로, 좀 더 단적으로 얘기하자면 그의 뒷모습을 시야에 넣을 수 있는 위치에 앉아있는 사람이다.
『한가해보이는군요.』
『소장님이 사적으로 조사원에게 문자 넣어도 되나요?』
『눈에 뻔히 보이는 한가함인지라』
『야근반대. 야근반대. 야근반대.』
아슬아슬하게 6시를 넘어가려는 순간이었므로 아토 조사원의 횡포는 0.1초 정도의 차이로 용서된다. 다른 것에 그러하듯이 직원들의 퇴근 시간에도 칼같은 소장님의 자리에서 짧은 웃음소리가 들렸으나 아마 들은 것은 자신 뿐이겠지. 짐을 챙긴 이들이 하나 둘 인사를 남기고 떠나가는 가운데, 하루키 또한 한 발 늦은 퇴근 준비를 시작했다. 그 뒤쪽에 발소리가 들린다.
"칼퇴할 셈이라면 가는 길에 저녁이나 먹지."
"루이가 먼저 제안하다니 무슨 일이래."
"속이지 마라. 살집이 더 줄었어."
"인간 체중계야?"
그렇게 투닥거리면서도 착실히 준비를 끝낸 하루키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루이가 먹고싶은 메뉴를 물어 얼마 안되는 음식에 대한 지식을 굴려보는 사이, 조금 전에 떠올렸던 제목이 달그락 하고 형태를 바꾸었다.
「나는 오토와 사무소의 조사원이자 소장인 루이의 친구다.」
쑥스럽지만 나쁘지는 않군. 하루키는 가볍게 자가진단을 내리곤 캐비닛에서 자신의 가방을 꺼내들었다. 아무래도 좋을 일이겠지만 오늘 저녁은 샐러드 파스타가 좋을 것 같았다.
2.
「오늘의 날씨는 흐림.」 그런 기상예보를 보았을 때 우산을 챙기는 사람이 있고 우산을 챙기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어느 쪽이 신중한 사람일까. 그야 대부분은 전자를 생각하겠지만 어쩌면 후자도 신중한 타입일지 모른다. 그 사람은 미래의 가능성보다 일기예보의 안내를 더 신중하게 믿었을테니까. 다만 겉으로 보기에는 남의 판단을 믿은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
그러니까 자신이 오늘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것도 딱히 신중하지 못한 문제는 아니다. 야나기 니나는 교무실 창밖으로도 보이는 굵직한 빗줄기를 보며 그렇게 생각하려 하지만, 역시 그런다고 우산이 없는 이 상황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동료 교사도 마찬가지 처지인지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흐리다고 했는데 난감하게 됐네요. 그렇죠, 야나기 선생님?"
"그러게요. 저도 예보만 믿고 우산은 가져오지 않았어요."
아이에게서건 어른들에게서건 야나기 선생님, 이라고 불리면 이상한 기분이 된다. 니나는 그 감각을 얼른 숨기는 대신 손으로 소중한 것을 꼭 쥐는 것이나 다름없는 심정으로 끌어안으며 평온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니나 자신보다 2년 정도 연상인 동료 교사는 성별이 크게 차이나지 않기도 하고 정중한 성격이라 대화하기에 어색한 상대는 아니었다. 아이들은 대부분 돌아간 방과후. 흐린 하늘 아래의 형광등 빛이 기이할 정도로 빛나보인다.
"가지고 오면 안 내리고, 안 가지고 오면 내리고. 인생이란 것도 참 복잡미묘해요."
"그러게요. 하지만 동시에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건 제가 내린 선택이니까요. 인생 탓만 하고 있을 순 없죠."
그 말을 들은 교사의 표정이 미묘해진다. 그 모습에 니나가 살짝 당황하는 사이 상대방의 말이 이어졌다.
"야나기 선생님은 신기하네요. 분명 제가 더 연상일텐데 사고방식은 야나기 선생님 쪽이 더 성숙한 것 같아요."
"네? 아뇨… 그건… 그렇지도 않다고 생각해요. 그냥 저는…."
저는.
"…조금 여러가지 경험을 해봤을 뿐이니까요."
"여행을 자주 다니셨나요?"
던져지는 물음은 다소 예의 바르고 그렇기에 진실과는 터무니없이 멀다. 언젠가 그 사건과 관련이 없는 다른 누군가와 자신의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터놓고 말하게 될 날이 올까. 니나는 조금 아득한 기분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셈이랍니다."
상대는 그 이상 캐묻지 않았다.
3.
「지갑에 천 엔이 있다.」 언제 넣어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돈이지만, 아무튼 천 엔은 천 엔이었다. 지갑의 주인인 이소이 레이지는 이 돈의 출처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그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일본인은 몇몇 있지만 그의 지갑에 천 엔짜리 지폐를 넣어둘 정도로 베짱이 두둑한 사람은 한 두 명 정도기 때문이다. 거기서 제일가는 용의자는 역시 의형인 아토 하루키일까. 가족이다보니 지갑을 맡길 때도 몇 번 있었으니 기회라면 얼마든지 있었을 터였다. 게다가 지금은 아버지와 함께 일본에 있고.
문제는 그 의도일까.
아토 하루키는 그저 사람좋은 바보가 아니다. 어느쪽인가하면 어설프게 머리 좋은 사람이었다. (본인이 들으면 "어설프게"에만 태클을 걸겠지.) 그런 사람이 기본적으로 이탈리아에서 지내는 의동생의 지갑에 일본의 지폐를 끼워놓는다. 단순히 일본에 놀러왔으니 용돈으로 쓰라고 끼워놓은 것은 아니라는 예감이 온다. 게다가 지폐가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라 반 접힌 상태로 들어가 있다는 것도 수상함을 증폭시켰다.
반 접힌 지폐를 손으로 집어 끌어올리면 안에 끼워진 이질적인 종이 한 장이 삐져나온다. 그럼 그렇지, 하는 마음으로 쪽지를 펼쳐본 이소이 레이지가 안에 적힌 문장을 읽었다.
『이거 봤으면 망할 민달팽이더러 이 돈으로 화분 하나 사오라고 해.』
이거 봐, 이럴 줄 알았다니까.
하여간 부자가 나란히 솔직하지 못하네. 이소이 레이지는 혼자서 생각하고는 어깨를 움츠렸다. 바로 전날 하루키의 예비용 화분을 금가게 만들어버리는 바람에 끽 소리도 못 내고 인근 호텔로 도망가버린 아버지를 슬슬 회수해와야 할 때인 것 같았다.
4.
"「인생은 대박 아니면 쪽박이다. 」 그러므로 쪽박을 내고 싶지 않다면 열심히 써주세요, 선생님."
"혹시 지금 나 망하라고 주문 걸고 있어?"
대체 왜 부담을 걸고있는거야! 울분을 담은 사네미츠의 외침에 건조하기 짝이 없는 시선이 돌아온다. 네, 죄송합니다. 인생은 대박 아니면 쪽박인 법이죠. 마감을 앞두고도 원고를 건네주지 못하는 이상 철저한 을의 입장일 수 밖에 없는 사네미츠는 목을 한껏 움츠리고는 다시금 원고작업에 돌입했다. 자신을 감시하는 편집자이자 마감독촉담당은 자신을 진짜로 끝장낼 수도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입니다만."
"여기서 또 말을 건다고?!"
"픽션의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나요?"
"아, 그쪽 이야기? 뭐… 어떻게든…."
"어떻게든, 으로 끝이면 곤란합니다만. 테마라거나 주제는 정했습니까?"
별스럽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사네미츠는 그 질문을 완전히 무시하지 못한다. 물론 상대방이 자신을 얼마든지 날려버릴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는 탓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작가가 가진 어떤 책무감이 대답을 회피하게 만들지 못하게 했으므로.
"…기왕이면 운명에 저항하는 이야기가 좋을까… 싶긴 한데…."
"그렇다면 비극은 필연이군요."
고개를 돌린다. 드레퓌스 츠바이크는 (최소한 지금은 그런 이름을 쓰고 있는 자는) 덤덤한 얼굴이다.
"왜 그런 얼굴이죠? 운명에 저항하고자 하려면 그 계기가 되는 비극적 사건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긴 한데."
"뭔가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있나요?"
반절 정도 채워진 화면 위에서 커서가 깜박인다. 화면에 살짝 비치는 얼굴은 피곤해 보인다. 사네미츠는 그 모습을 응시하다 입을 연다.
"운명을 따르는 편이 행복할텐데도, 그럼에도 운명에 저항해서 비극을 일으키는 주인공은 별로일까."
"당신이 쓰기 나름이죠."
답지 않게 애매한 답변이다. 사네미츠는 살짝 고개를 기울이다가, 츠바이크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소리를 들었다.
"슬슬 점심시간이니 뭐라도 좀 만들어오죠. 제가 돌아올 때까지 1차 퇴고는 끝났으면 좋겠군요."
"차라리 시간 정해놓고 가! 그 쪽이 덜 피말리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츠바이크는 방을 나가버린다. 설마 진짜로 타임어택 시작이냐고 새파랗게 질려가던 사네미츠는 서둘러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조금 전의 대답을 곱씹을 여유도 없이.
5.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어 버린다.」 에노모토 노아는 어릴 때 몇 번이고 읽었던 순정만화의 한 페이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표지를 덮어버렸다. 십대에서 이십대 사이의 여성이라면 누구나 알고있을 출판사 브랜드의 표지 속에서 갈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밝게 미소짓고 있었다. 비록 부유한 집안의 자식은 아니지만 맑고 순수한 마음씨를 가진 소녀. 노아가 방금 읽은 나레이션은 그런 소녀를 두고 대립하는 두 소년 중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의 독백이었다.
예전에는 이 대사를 보면 마음이 설레고 두근거렸다. 이 장면이야말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던 흑발의 소년이 소녀를 향한 자신의 특별한 감정을 인지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헌데 지금은 뭘까. 그토록 좋아하던 장면을 되새기듯이 읽어도 이전과 같은 두근거림이나 설레임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건 네가 더 이상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야.'
마음 어둑한 구석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린다. 노아는 그걸 듣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그 방향을 향해 온통 쏠리는 청각을 인지했다. 이 방에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 그러나 노아의 귀에는 확실히 닿는 목소리의 주인이 거기에 있었다.
'너는 사람을 죽였어. 그건 돌이킬 수 없는 죄야. 죄인은 이전과 같은 삶을 누릴 수 없어.'
아니, 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그건 배신자야, 배신자였다고! 사람도 아닌 그냥 고깃덩어리나 다름 없었어!
외침이 번져나가다가 머릿 속에서 지워진다. 퍼뜩 정신을 차린 에노모토 노아는 자신이 방금까지 들고있던 만화책이 반대편 벽으로 날아가 바닥에 처박힌 모습을 목격했다. 그대로 소파에서 더듬더듬 내려가, 비척비척 걸어가, 살짝 떨리는 손으로 책을 주워든다. 그러고보면 이걸 사와준 건 누구였더라. 굉장히 친하고 좋아한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은 떠오르지 않는다.
에노모토 노아는 책을 제자리에 꽂아넣었다.
6.
「나른한 아침이었다.」 요 며칠간 격무에 시달린 탓에 피로를 잔뜩 껴안고 잠들었던 아토 하루키는 익숙한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깜박이다가 이불을 휘감고 신음했다. 아무렴 지고천 연구소 사건 때만큼은 아니지만 여기저기 들쑤시고 도망다니느라 진력이 났던 탓에 무릎을 비롯한 관절이 시큰거리는 탓이었다. 이 나이를 먹고 성장통이 올리도 없으니 이 통증은 백 퍼센트 근육통이다. 아니, 근데 지고생명체는 근육통같은 거 없는 거 아니었나? 이 사기꾼들!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시큰시큰거리던 통증이 빠르게 사그라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아토 하루키는 눈을 깜박였다.
"알파?"
물어봐도 대답은 없다. 그 사건 이후로 알파가 직접 표면에 나와 아토 하루키와 대화를 나누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건 그냥 지고세포의 작용일 뿐이지 알파와는 관련이 없는 걸까. 아토 하루키는 외로움이라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덜 결손적이고 호기심이라 지칭하기에는 다소 강한 통증 속에서 제 손을 쥐었다 펴보았다.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은 열 두 살의 것이라기에는 성인의 티가 완연했다.
문득 바깥을 보면 봄의 기운이 완연하다. 아토 하루키는 다른 누구에게도 부추김받지 않은 마음으로 바깥을 산책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치 제 안에 잠들어있는 다른 누군가에게 이 봄날의 햇살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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