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릭서: 메모리아-01. 3화
“이능력자 습격?”
“지금 이능력자 습격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 않았나?”
“그건 그렇지만, 이능력자 습격은 갑자기 왜?”
하루간 휴식을 취하고 출근한 직장에서 소장님의 부름에 소장실로 들어간 하루키는 난데없는 이능력자 습격에 대한 이야기에 의문을 표했다. 최근들어 이능력 조직을 급습하여 이능력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습격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정보조직들 사이에서 뜨거운 주제였다. 유독 크리쳐 처리를 전담으로 맡고 있는 이능력자들의 피해가 극심한지라 이능력 조직들 사이에서는 이능력자에 대한 정보를 급하게 숨기고 있는 실정이었다.
“저번 크리쳐 소탕때, 시나노도 능력을 썼나?”
“아니, 전적으로 내가 했어”
시나노가 직접적으로 관여했다 싶은건 그때 맡긴 서류처리 뿐이야.
“그렇다면 큰 문제는 없겠군”
루이는 책상위 가득 놓여진 서류를 한쪽으로 모으며 말했다. 지저분하고 정신없이 널려진 서류들을 하루키가 대충 눈으로 훑어보니 저번 크리쳐 처리에 관한 것들이었다.
“서류에 뭔가 문제가 있었어?”
“문제는 없어. 도쿄쪽 정보를 잠궜는데 이쪽에도 이름이 올라가 있으면 정보 수정을 요청 해야하니 이름을 확인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렇게 말하며 서류를 한쪽에 내려놓았다. 우리쪽도 곧 정보가 잠길 예정이다.
“그래도 최근에 크리처 처리를 맡았으니 당분간 몸조심 하도록”
“라는 말을 들으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야…”
하루키는 머릿속을 스치는 루이의 목소리를 흘리며 눈앞의 갈색머리의 사내를 경계했다. 아직까진 사람의 왕래가 잦은 시간임에도, 당당히 정령을 불러낸 갈색머리의 사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능력자 습격인가?”
“안타깝지만, 그쪽이 아닙니다”
아토 하루키. 나는 당신이 목적이야.
당당하게 목적을 밝히는 갈색머리의 사내는 하루키는 날카롭게 바라봤다.
금색머리, 적갈색의 눈. 당신 아토 하루키 맞잖아.
그런 사내의 옆에서 자신을 물어뜯겠다는듯이 형형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정령을 보며 하루키는 자신의 정령인 여우를 불러냈다. 평상시에 봤을 때 처럼 작고 귀여운 모습이 아닌 크고 날카로운 모습이었다. 긴 꼬리를 부드럽게 흔들며 여우는 늑대와 대치했다.
“받은 정보에서는 정령의 크기가 작다고 했는데 말이죠”
“평상시에 모든걸 들어내고 다니는 사람은 아니라”
“그런가요. 뭐, 그렇다고 해도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사내는 그렇게 말하며 자세를 잡았다. 무투계열인듯 주먹을 그러쥐는 모습에 하루키도 전신에 녹색의 빛을 피워올렸다. 사내의 주먹에는 옅은 빛이 모여들었고 하루키의 녹음의 빛은 어느새 실의 형태로 변해 주위를 휘감았다. 찰나의 순간 날카로운 기백이 맞부딪혔다. 정령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보이지 않고 그자리는 각자의 빛이 자리하고 있었다. 싸움이 시작되었다.
***
강한 힘이었다. 점점 뒤로 밀렸다. 거칠게 녹음의 끈을 휘둘렀다. 갈색머리의 사내는 가볍게 녹빛을 피했다. 옅은 빛이 하루키의 얼굴 옆을 스쳤다. 볼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하루키는 뒤로 도약했다.
“당신, 꽤 강하네요”
지친 기색 하나도 없는 모습으로 갈색머리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사내의 정령은 어느새 사내의 뒤에서 모습을 들어냈다.
“하, 지친기색도 없이 그런말을 하는건 믿음이 없는데”
하루키는 손을 뻗었다. 녹음의 끈이 팔을 휘감아 올랐다. 어느새 여우는 작게 변해 하루의 어깨위에 올라가 있었다.
“왜 본격적으로 공격하지 않는거지?”
“전 충분히 본격적으로 공격하고 있는데 말이죠”
“나에게 유효타를 먹일 순간은 여러 번 있었는데, 단 한번도 제대로된 유효타를 먹이지 않고 있는데”
되려, 나를 어디론가 향하게끔 유도하는 것 같은데, 아니야?
적갈색의 눈동자가 들어났다. 늦은 해 때문일까, 오히려 붉게 보이는 눈동자는 기묘한 공포를 자아냈다. 사내의 눈에 정령이 들어왔다. 분명, 녹빛이어야 할 여우가 순간적으로 분홍빛을 품은듯 붉게 보였다. 숨기고 있는 것이 더 있는건가? 갈색머리 사내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글쎄요, 어떨련지.”
사내의 자세가 바뀌자 늑대가 달려들었다. 크게 휘둘려지는 앞발을 가벼운 도약으로 피한 하루키는 녹음의 끈을 휘둘러 공중으로 떠올랐다. 사내의 공격이 허공을 향해 날아왔다.
‘충격파 같이 날릴수도 있나 보네’
다시한번 끈을 휘둘러 하루키는 옥상에 착지했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상대에게 제대로된 유효타를 먹였다간 큰 위해를 가하게 될것이었다. 짜증나네. 하루키는 눈쌀을 찌푸렸다. 역시, 근거리로 틈을 노려야 하나? 사내를 경계하던 시선을 살짝 자신의 손으로 돌리자 마자 다가오는 강렬한 기운을 느꼈다. 하루키는 금새 녹음의 끈을 휘둘러 옥상에서 벗어났다. 원래 있던 위치에서 점점 숲근처로 몰리기 시작했다. 쯧. 혀를 차고는 자세를 바꿔 하루키는 자신에게 날려오는 주먹을 똑같이 주먹으로 받아쳤다. 그손에는 녹빛의 앞발이 있었다.
“하, 당신. 근거리도 가능했잖아”
“원거리 보다 힘조절을 못해서 안하는 것 뿐이야”
사내는 뒤로 도약하며 다시 한번 주먹을 내질렀다. 하루키도 똑같이 주먹을 내질렀다. 두힘이 다시한번 한치의 밀림없이 맞부딪혔다.
***
“시말서 예약이네…”
하루키는 욱신 거리는 오른손을 털었다. 피가 한방울씩 바닥에 떨어졌다. 손등을 타고 붉은 실이 흘렀다. 근거리로 싸우는건 역시 무리였나. 허나 다친 것은 하루키 뿐만이 아닌듯, 눈앞의 사내는 피가 흐르는 머리를 쓸어넘겼다.
“당신, 꽤나 과격하네?”
“의도한건 아니야.”
다시한번 말하는거지만 근거리에는 자신이 없거든.
다시한번 녹음의 빛을 피워올렸다. 녹빛의 끈이 주위에서 일렁였다. 늑대가 자신의 뒤에 있었다는건 진작에 알고있었다는듯, 끈은 일렁이며 날카로운 경계를 품었다.
“역시, 호락호락 하지 않네요”
“이미 다 알고 왔으면서 새삼스럽게”
남은건 팔 하나. 오른팔은 더 이상 원거리 공격을 행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더한 부상을 감안하고 근거리로 맞부딪히면 모를까, 원거리 공격을 제어하기엔 꽤 깊은 부상을 입었다.
사내는 눈가로 흐르는 피가 거슬리는듯 손을 쓸어 털었다. 사람의 몸은 스스로 피를 지혈한다고 하지만 몇번 쓸어넘기는걸로 피가 멈추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무투계열이니 재생의 효과도 보고있는듯 했다.
“뭐, 새삼스럽기는 하죠”
부상을 입힐 생각이 없었는데 계속 예상치 못한 면모가 보이니까 당황하게 된달까요, 제가 할 몫은 다했으니 더 이상 날 새우고 있을 필요는 없어졌지만요.
사내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루키는 기척을 느꼇다. 사내와 대치하며 인적이 없을 곳으로 유도되었기에, 아마 저 기척의 주인은 저 사내와 같은 편일 것이었다.
“레이지~ 다친곳은 없니?”
“네, 크게 다친곳은 없어요”
사내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하루키의시야에 4명의 사람이 들어왔다. 그중, 주황머리의 여자가 금새 다가오더니 사내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실력 많이 좋아졌네”
“아파요 스승님”
투박하게 머리를 쓰다듬던 주황머리의 여자는 하루키를 바라봤다. 여전히 녹음의 빛으로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하루키는 다친팔을 슬쩍, 뒤로 숨겼다.
“스승님, 사네미츠 씨는요?”
사내는 주위를 살펴보고는 누군가 보이지 않는듯 질문을했다.
“여깄습니다”
짙은 녹발의 사내가 푸른색의 머플러를 잡아당기며 한 사람을 끌고왔다. 끌려오는 사내는 숨이 막히는 듯 놔달라고 손을 탁탁쳤지만, 녹발의 사내는 또 도망갈거잖습니까. 라고 말하고는 내던지듯이 하루키 앞에 끌어다 놨다. 사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닮아보이는 외관, 갈색머리.
그리고.
붉은 눈동자.
꼭 시간이 흘러 자신이 늙게되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외관을 가진 사내가 하루키의 눈앞에 모습을 들어냈다. 하루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얼굴에 무언갈 담아내지도 않았다.
슬금슬금, 하루키의 눈치를 보듯. 눈동자를 굴리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그, 오랜, 만이네. 하루키”
“죄송합니다만, 제 기억에 당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누구시죠?”
닮아보이는 외관과 갈색 머리에서 저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이미 짐작하고 있는듯 했지만 동요하나 내비치지 않고 있었다.
“저와는 무슨 관계이시길래, 저를 보겠다고 이렇게 과격한 방식을 취하신건지 잘 모르겠군요”
저에대한 정보를 가지고 계신듯 한데, 정식으로 만나러 오지 않은걸 보니 엮여도 될만한 사람은 아닌듯 한데.
사내는 우물쭈물, 눈치를 보았다. 뭐라 말을 하려는듯 입술을 달싹이는 모습이었지만 그사이로 소리가 흘러나오지는 않았다. 뭐하자는 것일까, 대답 않는 모습에 되려 이쪽이 답답해졌다.
“목적이 뭡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물음이었다. 적갈색의 눈동자는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곧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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